EBS 인강 '개념의 나비효과' 윤혜정 선생님을 만나봤다

2017-02-1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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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위키트리 유명 EBS 인강 강사인 윤혜정(37) 서울 덕수고등학교 교사는 학생들을 향

이하 위키트리

유명 EBS 인강 강사인 윤혜정(37) 서울 덕수고등학교 교사는 학생들을 향한 열정이 남달랐다. 특히 "(공부를) 열심히 하려는 친구들을 항상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혜정 교사는 'EBSi 국어영역 1타'다. 그는 대표강의 '개념의 나비효과'로 스타 강사 반열에 올랐다. 문제 접근법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개념의 나비효과'는 모든 성적대 학생에게 폭넓게 사랑받은 강의다.

윤혜정 교사는 매일 학교 수업과 EBSi 인터넷 강의를 병행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학교 교사 14년 차, EBSi 강사 11년 차인 그는 공교육 현장을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20일 서울 EBS 도곡동 지점 근처 카페에서 윤혜정 교사를 만났다. 윤 교사는 갓 촬영을 마치고 오는 길이었다. 차분하고 따뜻한 표정으로 기자를 맞이한 그는 인강 화면으로 보던 인자한 모습 그대로였다

윤 교사는 공교육이 직면한 문제를 언급하며 "요즘 일반고 상황이 좋지 않다"며 "학생들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도)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있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윤혜정 교사와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기자 : 강의 마치고 오시는 길인가 봐요. 윤혜정 : 네. 방금 촬영이 끝났습니다. 기자 : 학교 일만으로도 힘드실 텐데, EBS랑 병행하시다니 대단해요. 윤혜정 : 힘들죠. EBS 선생님은 기본이 실력이 아니라 체력이에요. (웃음) 저는 학교 일과 중에는 EBS 강의를 안 하거든요. 그건 반칙이라 생각해서요. 그래서 일과 끝나고 EBS 준비에 들어갑니다. 기자 : 어떻게 EBS 강사를 시작하셨나요?윤혜정 : 저는 2007년에 EBS에 입사했어요. 처음부터 EBS 강사가 목표였던 건 아니에요. 당시 학교 옆자리 선생님이 원서를 넣어보라고 하셔서 넣어보게 된 거예요. 얼떨결에 원서를 넣었는데 서류 통과가 됐더라고요. 그렇게 카메라 시연 연락도 받았고요. 그게 3월이었고 첫 강의가 5월이었는데 글쎄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때 강의를 밤에 찍었거든요. 새벽에 찍고 밤을 새우다시피 하고 그 상태로 학교로 출근했어요. 인강은 준비를 안 해오면 촬영을 못 하잖아요. 그땐 매일 컴퓨터 앞에서 쓰러져서 잤어요. 2009년, 그땐 하루에 1시간씩 잔 듯해요. 2010년, 그땐 파견 근무를 했어요. 파견은 EBS 수능강의 연구센터로 발령받는 걸 말해요. 그때도 열심히 했어요. 당시 최태성 선생님, 심주섭 선생님, 윤연주 선생님이 계셨네요.기자 : 2010년이면 이명박 정부에서 EBS 수능 연계를 강조하기 시작할 즈음이네요. 윤혜정 : 네. 딱 그때입니다. 정말 바빴죠. 그래도 하루하루가 재밌었어요. 하나라도 좋은 게 떠오르면 빨리 자료 만들어 학생들 줘야겠다고 생각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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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말이 나온 김에 EBS 연계 이야기를 해보면 좋을 듯합니다. 처음 정부는 사교육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EBS 연계 정책을 추진했죠. 근데 수험생 커뮤니티 보면 여론이 나뉩니다. EBS 연계로 사교육이 줄었다는 학생도 있는데, EBS 지문을 '골라주는' 강의를 듣느라 사교육 부담이 더 크다고 주장한 학생도 있어요.윤혜정 : 저는 현직에 있지만, EBS 연계 정책이 100% 완벽하다는 생각은 안 해요. 특히 영어 교과는 EBS 교재 지문이 그대로 수능에 나오다 보니 해설지를 그대로 외우는 등 잘못 공부하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죠. 그런데 제가 EBS 파견 시절 전국 도서 산간벽지 학교를 되게 많이 다녔거든요. 영화 한 편 보려면 시외버스 타고 몇 시간을 가야 하는 그런 지역이요. 거기는 영화관이나 편의점은커녕 학원도 아예 없었어요. 그때 느낀 게 있어요. 보통 서울에서는 선생님들조차 냉소적인 경우가 많죠. 근데 그 지역에선 선생님들이 우릴 반겨줬어요. 너무 고맙다는 거예요. 학생들은 자기 집에서 꿀이나 나물을 가져오기도 했어요. 걔네 지금도 메일로 연락해요. 축산 쪽으로 대학을 간 친구도 있어요. 그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선생님들이 EBS 통해 가르쳐줘서 너무 좋았다고. 걔네에겐 EBS가 '교육 평등'이거든요. 유명 사교육 업체 강의를 들을 수 없으니까.기자 : 네. 유명 사교육 업체 강의들, 대개 훌륭하지만 비싼 편이죠. 게다가 커리큘럼도 기막히게 짜여 있어서, 결코 한 번에 끝나지 않죠. 기초를 들으면 파이널도 결제하고 싶어지거든요. 그걸 서민 가정에서 다 감당하긴 어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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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정 : 신기한 게, 제가 지금 재직 중인 학교만 해도 영어 1등급이 거의 없어요. 서울에 있는 학교인데 그래요. 근데 모 외고는 전교생이 1등급이거든요. 그런데 EBS 연계 강화 이후, 강남에 살지 않고 외고에 다니지 않는 학생도 1등급을 받을 기회가 생겼어요. 이런 건 긍정적인 측면이죠.물론 긍정적인 면만 있지는 않아요. 잘못된 방식으로 공부하는 학생은 언제나 있어요. 그리고 그걸 부추기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그건 경계할 부분이고요."강남에 살지 않고 외고에 다니지 않아도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세상"
기자 : 선생님 말씀 듣고 나니 "일반고 위기"라는 말이 피부에 닿네요.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보다 더 심해진 듯해요. 윤혜정 : 제 학교가 서울 행당동에 있거든요. 절반이 인문계고 절반이 실업계인 학교인데요, 인문계 1학년에 들어오는 학생 성적 자체가 중학교 하위 80, 90%인 경우가 많아요. 요새 중학교에서 공부 제일 잘하는 학생은 외고로 빠져요. 그다음은 자사고로 빠지고요. 그다음은 특성화고 많이 가요. 요즘 실업계는 내신 상위 50% 이내인 친구들도 많이 가니까. 진짜 아무 곳도 못 가는 친구들이 인문계로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요. 그 와중에 상위권인 친구들 일부가 "외고 가지 말고 내신이나 챙기자!" 하며 인문계로 오거든요. 성적 양극화가 발생합니다. 수업 분위기를 맞추기가 힘들죠. 중학교 하위 80% 성적에서 출발한 친구들은 수업을 듣는 것 자체가 힘들 때가 많아요. 그런 친구들이 환경도 어려울 경우엔, 모든 게 힘들어져요. 밤에 아르바이트하고, 아침에 학교 와서 쓰러져 자는 거죠. 의지 문제가 아니에요."수업을 듣는 것 자체가 힘든 친구들이 있어요"기자 : "수능이 가장 공정하게 줄 세우는 제도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죠. 어떤 면에선 그렇죠. 하지만 수능 역시 정보력, 재력, 환경이라는 요인을 무시할 수 없거든요. 윤혜정 : 제가 유명하다 보니 학생들이 처음에는 신기해서 쳐다봐요. 그런데 수능 직전쯤 가면 한 반에 5명이 수업을 듣고 있는 경우도 있어요. 지금 시스템, 정말 문제 많거든요.기자 : 모두가 수능을 잘 보고 좋은 대학에 갈 순 없겠지만, 좋은 대학이 목표인 학생끼리는 공정한 경쟁이 돼야 하는데 큰일이죠. 정보 싸움에 취약한 학생일수록 잘못된 방법으로 공부할 가능성도 높고요.

윤혜정 : 제가 바로 잘못된 공부 방법으로 열심히 공부하던 경우예요. 제가 문제집만 주야장천 풀었거든요. 사람들이 국어 공부하며 언급하는 '감'이라는 걸 쌓는다는 생각으로. 근데 제가 수능에서 국어 성적이 제일 낮거든요.기자 : 의외네요. 국어를 제일 잘하셨을 줄 알았는데.윤혜정 : 그땐 아무 것도 모르고 문제만 풀었어요. 문제집으로 시작해 문제집으로 끝났어요. 근데 교사가 되고 전국 연합평가 출제에 들어가며 공부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았어요. 직접 출제 과정을 보다 보니 출제자가 어떤 의도로 문제를 내는지 알게 된 거죠. 제 첫 학교가 중랑구 면목동 면목고등학교고, 두 번째 학교가 지금 덕수고등학교예요. 두 학교 모두 학업 성취도가 아주 높은 곳은 아닙니다. 면목고 시절 우리 반에 비보잉 하는 애들 세 명이 있었거든요. 공부에 대한 열정이 많았어요. 근데 이 친구들이 수업을 들어도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거예요. 저는 그 친구들을 보며 어떤 걸 가르쳐줘야 하나 늘 고민했어요. 2010년에 개념 강의를 만들었거든요. 그땐 '나비효과'가 아닌 다른 걸 만들었는데 모든 기출문제를 다 분석했어요. 문제 하나하나를 푸는 데 필요한 개념이 뭔지 생각한 거죠. 당시 "국어에서 개념이 왜 필요하냐" 이런 질문 정말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런 질문 하는 사람이 많이 없어요. 제가 생각하는 개념은 다른 게 아니에요. 시를 처음 보는 친구들이 시를 혼자 읽는 방법, 이런 걸 개념이라 생각했어요. 개념이 왜 중요할까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문제만 풀며 '감'이 생겨나길 바라는 친구가 많거든요. 물론 머리가 아주 좋은 학생은 그렇게 하며 스스로 비법을 터득하기도 해요. 그런 친구는 "어? 이런 유형이 반복되네?"하며 자기도 모르게 기출 분석을 해요. 문제집 풀며 성적이 오르는 경우죠. 근데 다 그럴까요? 아니죠. 그건 소수 머리 좋은 학생에 해당하는 경우고요. "국어 공부할 때 '감' 잡는다며 문제집만 풀지 마세요"기자 : 소위 말하는 '감'이라는 게 존재하긴 하지만, 본질은 아니라는 말씀이군요.윤혜정 : 평상시 책을 많이 읽고 이해력이 좋으면 당연히 시험에 유리하겠죠. 근데 19년 동안 책 안 읽은 게 죄가 돼 수능 국어 시험을 못 보면 안 되잖아요. (웃음) 국어 시험은 그런 거예요. 국어이긴 하지만 시험이기 때문에 '약속된 틀'이 있어요. 그걸 알면 돼요.우선 기본기가 잡혀야 해요. 감은 수능 전 한 달에 챙기는 거고요. 아무 것도 모르고 6등급인 친구가 감을 기를 수 있을까요? 잘못된 방법으로 공부하면 계속 그것만 고수하게 돼요. 기자 : 그래서 선생님이 개념을 강조하는 거군요. 문제 풀 때 필요한 약속이니까.윤혜정 : 제가 늘 학교에서 보는 친구들이 그런 친구들이니까요. 열정은 많지만, 기초적인 도약이 필요한 친구들. 제 생각은 그래요. 나 한사람 고생하면 학생들이 조금 더 편하게 공부할 수 있겠지. 제가 그 이상으로 학생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없어요. 저는 그냥 성적 올리는 걸 도와주는 거죠. 학생들은 국어 성적을 도구 삼아 원하는 목표를 이루겠죠. 간호사가 되거나 PD가 되겠죠.

기자 : 형편이 어렵거나 공부를 잘 못 하는 학생들을 생각하는 선생님 마음이 깊게 느껴져요.윤혜정 : 어려운 친구들만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정확히 말하면 열심히 하려는 친구들을 항상 생각하죠. 저는 제가 도움될 수 있는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부자든 가난하든 어디에 살든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중요해요. 기자 : 인터뷰 오기 전 선생님 다른 인터뷰도 읽어봤는데요. "사교육 업체로 가지 않고 공교육에 남아 있겠다"고 말씀하신 보도도 있더라고요. 그것도 같은 맥락에서 하신 말씀인가요?윤혜정 : 그런 질문을 듣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교육에 종사하는 선생님 보고 왜 공교육으로 가지 않냐는 질문은 안 하잖아요. 마찬가지입니다. 특별한 가치관이나 신념이 있어서 공교육에 남아있는 게 아니라, 그냥 제 자리에서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하는 거예요. "그냥 제 자리에서 열심히 하는 거예요"기자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 팬인 학생들을 위해 마무리 말씀 부탁드립니다.윤혜정 : 저는 학생들이 자기가 행복한 일을 했으면 좋겠고 남 눈에 보이기 위해 살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런 사회에 살게 해서 미안해요. 제가 어릴 때와는 다르게, 요즘 친구들이 너무 힘들게 살아요. 다들 너무 힘들게 사니까, 나라도 도와주자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도 언제까지 EBS에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언젠가 후배 선생님에게 제 자리를 넘겨줘야겠죠. 그게 언제일진 모르겠지만, 그때가 되면 미련 없이 내려놓을 거예요.

home 권지혜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