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시장 전망 먹구름...소비자 관심도 '시들'

2017-02-10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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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최근 수년간 정보기술(IT)업계의 집중적

이하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최근 수년간 정보기술(IT)업계의 집중적 관심을 끌어오던 가상현실(VR) 분야의 시장 성장 전망이 대폭 하향조정됐다.

'오큘러스 VR' 등 고성능 전용 VR 헤드셋이 처음으로 출시된 지난해의 시장 규모도 전망에 비해 현격히 낮았다.

VR 기술은 지난해 오큘러스 VR, HTC 바이브,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VR 등 전용 기기들이 대거 출시된 것을 기점으로 급속히 대중화될 것으로 기대돼 게임 등 콘텐츠 업계가 이 분야에 상당히 큰 투자를 했으나 소비자의 관심은 좀처럼 커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2010년대 초까지 방송업계와 콘텐츠업계에서 주목받았으나 결국 소비자 호응을 얻지 못했던 3차원(3D) TV처럼 '용두사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 VR 시장 전망 축소

시장조사업체 디지캐피털은 지난달 발간한 '가상/증강현실 보고서 2017'(Augmented/Virtual Reality Report 2017)에서 2021년까지 VR과 증강현실(AR) 분야 시장 규모가 각각 250억달러(약 29조원), 830억달러(약 95조원)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이 업체가 2015년 4월 보고서에서 내놓은 전망치에 비해 대폭 하향조정된 것이다. 이 업체는 당시 2020년 기준 VR·AR 시장 규모를 각각 300억달러(약 34조원)·1천200억달러(약 137조원)로 전망했다.

특히 'VR 대중화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작년의 VR 분야 시장 규모도 당초 전망치에 현격히 미달했다.

디지캐피털은 작년 초 보고서에서 당해연도 전체 VR 매출을 38억달러(약 4조3천억원), AR 매출을 6억달러(약 7천억원)로 전망했으나, 이번에 내놓은 사후 추산치는 VR 28억달러(약 3조2천억원), AR 12억달러(약 1조4천억원)였다.

AR 시장은 나이앤틱의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에 힘입어 전망보다 강세였으나, VR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디지캐피털의 설명이다.

서울 강남구의 'VR 플러스 쇼 룸'2016년 7월 22일 서울 강남구에 개장한 VR 기반 복합 문화공간 'VR 플러스 쇼 룸(PLUS Show Room)'의 모습/이하 연합뉴스

◇ 손님 못 끄는 체험공간

10일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 따르면 중저가형을 중심으로 VR 헤드셋 보급은 많이 이뤄졌으나, 소비자들이 이를 몇 차례 시험해 본 후 흥미를 잃어 지속적 관심을 끌지 못하는 등 시장 호응이 더디다. 기술적 한계와 콘텐츠 부족 탓이다.

미국과 중국 등 외국에 마련된 VR 체험공간은 손님이 별로 들지 않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VR 기술 분야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페이스북 산하 오큘러스는 작년 3월에 VR 헤드셋 '리프트 VR'의 소비자용 정식 제품을 내놓은 후 미국 최대 전자제품 매장 체인 베스트바이와 계약을 맺고 500여곳에 리프트 체험공간을 마련했다.

그러나 오큘러스는 최근 이 중 약 40%인 200곳을 폐쇄키로 결정했다. 명목상 이유는 '계절 변화'에 따른 조정이지만, 이용이 저조한 체험공간이 꽤 많아 정리키로 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페이스북 CEO와 페루 대통령

미국 뉴욕에 사무실을 둔 게임 분야 시장조사업체 슈퍼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전역의 VR방 3천여곳 중 수익을 내는 곳은 약 30%에 불과하다. 이 업체는 "심지어 베이징 중심가의 VR방도 손님이 거의 없다. 독창적이고 매력 있는 VR 콘텐츠가 부족한 탓에 VR방을 처음 접해본 소비자들이 재방문을 꺼리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전했다.

VR방은 소비자가 시간당 요금을 내고 VR 기기를 체험하는 업소다. 전용 기기 가격이 비싼 VR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춰 초기 수요를 자극할 매개체로 주목을 받았으나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VR방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업체들이 있으나, PC방을 기준으로 삼은 인허가 규제 문제에 부딪혀 현실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강남의 VR 방 'VR 플러스' 모습

◇ 저가 기기 위주 보급

시장에 나온 VR 기기는 고성능 전용기기(오큘러스 리프트,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VR, HTC 바이브 등)와 중저가 기기(삼성 기어 VR, 구글 데이드림 VR, 중국산 '폭풍마경' 등)로 크게 나뉜다. 이 중 대부분은 스마트폰을 끼워 쓰는 중저가 기기가 차지하고 있다.

슈퍼데이터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 공급된 VR 기기는 630만대였으며 이 중 451만대(71.6%)가 삼성 기어 VR이었다. 삼성전자[005930]와 오큘러스가 공동으로 개발한 기어 VR의 미국 가격은 99달러, 한국 가격은 13만원이다. 작년 3월 삼성전자는 갤럭시S7과 갤럭시S7엣지를 예약 구매하는 소비자 모두에게 기어 VR을 무료로 제공했다.

일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끼워 쓰는 구글의 데이드림 VR은 26만대(4.1%)로 대수 기준 시장점유율 4위를 차지했다.

한 VR 게임업계 관계자는 "일종의 대리체험인 VR 콘텐츠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많은 돈을 쓸 형편이 못 되므로 저가형 기기가 주류를 이룰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신형 기어VR 출시

고성능 전용 기기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VR(PS VR)이 75만대(12.5%)로 2위를 차지한 것을 제외하면 대체로 판매량이 많지 않았다. HTC 바이브가 42만대(6.7%)로 3위, 오큘러스 리프트가 24만대(3.8%)로 5위였다. 이 3종을 모두 합해도 142만대(22.5%)에 불과하다.

HTC 바이브와 오큘러스 리프트는 고성능 PC가 있어야 쓸 수 있으므로 전체 구입 비용은 200만원 가까이 든다. 전용 기기 중 비교적 가격이 낮은 소니 PS VR도 풀 패키지와 PS 4 본체를 합하면 100만원에 육박한다.

전용 VR 헤드셋의 성능은 스마트폰을 끼워 쓰는 중저가형보다는 훨씬 좋지만, 해상도 부족이나 어지러움 등은 여전하다. 또 충전과 데이터 전송을 위해 전선을 연결해야 하는 것도 단점이다.

PS VR용 게임 타이틀 '서머 레슨: 미야모토 히카리' 홈페이지

◇ 악재 잇따르는 오큘러스

VR 분야 선두 기업인 오큘러스가 최근 잇따라 악재를 만난 점도 VR 시장 전체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달 초 미국 댈러스 소재 텍사스북부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비디오 게임 개발사인 제니맥스가 기술 도용 등을 이유로 페이스북과 그 계열사인 오큘러스, 이 회사의 임직원 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1심에서 "오큘러스가 3억달러(약 3천400억원), 팔머 러키 최고경영자(CEO)는 5천만달러(약 570억원), 브렌던 아이리비 전 CEO는 1억5천만달러(약 1천700억원)를 각각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이는 2014년 VR 기술 업체 오큘러스를 인수했고 그 후로도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세계 최대 소셜 미디어 페이스북에 큰 충격이다.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인수 비용은 20억달러(약 2조3천억원)로 당초 발표됐으나, 임직원을 붙들어 두기 위한 보너스와 인센티브 등을 더하면 실제로 든 비용은 30억달러(약 3조4천억원)에 달했다는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밝혀졌다.

매우 높은 기기 가격을 지불했는데도 콘텐츠가 부족한 데 대한 오큘러스 리프트 보유자들의 불만도 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가장 큰 연례 스포츠 행사인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 LI'을 중계한 폭스 스포츠는 관련 통계치 등과 함께 실시간 경기 하일라이트와 인터뷰 등을 VR로 볼 수 있는 '폭스 스포츠 VR' 앱을 만들었으나, 오큘러스 리프트용 앱은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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