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이 직접 밝힌 '도깨비' 간신의 정체 (인터뷰)

2017-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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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도깨비' "나는 그들의 파.국.을 원한다"그동안 죽어가는 보랏빛 혀를 날름거리면서

tvN '도깨비'

"나는 그들의 파.국.을 원한다"

그동안 죽어가는 보랏빛 혀를 날름거리면서도 악수를 청하는, 이렇게 기묘한 악귀는 없었다.

박중헌은 드라마 '도깨비' 신스틸러다. 900년간 구천을 떠돈 악귀 분장과 소름 끼치는 연기로 주목받았다. 8일 늦은 오후 박중헌을 연기한 김병철(43)씨를 서울 정동에서 만났다.

이하 위키트리

김병철 씨는 선이 짙고 잘생긴 배우였지만 머릿속에선 악귀 박중헌의 잔상이 떠나지 않았다. 다행히 파다발(?) 선물을 받자 '파국장인' 김병철 씨는 환하게 웃었다.

"이거 저 진짜 주시는거죠~?" / 위키트리

김병철 씨에게 '간신' 박중헌 정체에 대해 물었다.

Q.김은숙 작가가 "박중헌이 어떤 악역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게 있었나

-제 기억으로는 작가님이 직접적으로 이야기 하시진 않았다. 대본 리딩하는 자리에서 "이번에는 악당이야~~" 이렇게만. 아 악역이라고 하셨나? 그런 말씀을 농담처럼 하셨고. "저 그런 거 좋아요" 이렇게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Q. 박중헌은 말투도 특이하고 자꾸 웃어서 더 소름 돋는 악인이었다.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신경 쓴 포인트가 있다면

-이 사람이 900년간 구천을 떠돌면서 요사스러운 능력치가 상승하지 않았나. 그런 부분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던 것 같다.

900년동안 떠돌면서 복수심에 가득 차있면서도 오히려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능력이 되게 높으니까. 할 수 있으니까 자기가. 도깨비도 자기를 어쩌지 못하니까. 여유를 부리다보니 그런 모습이 나왔던 것 같다.

지은탁(김고은)과 만났을 때도 "왕여(이동욱)와 김신(공유)이 같이 살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데.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는 할아버지처럼 말한다. 갖고 노는 거다.

소름끼치게 웃는 박중헌 / tvN '도깨비'

Q. 그렇다면 박중헌이 보라색 혀를 날름거리는 것도 요사스러움의 표현? 도깨비 신부를 잡아먹는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왔었다

tvN '도깨비'

-(웃음) 그런 건 전혀 아니었다. 대본에는 이렇게 돼 있었다. '붉어야 할 것들이 검다'

박중헌은 살아생전이나 사후나 세 치 혀로 악행을 많이 저지른 인물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상징이라고 생각했다 검다는 것은. 쉽게 말하면 혀가 썩었다?

설정에 박중헌이 말을 많이 하는 인물이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입술이 마른다. 그러면 입술을 축이지 않나. (혀를 날름거렸던 것은) 사실은 그런 거였다. 약간 뱀 같아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Q. 대본에 '붉어야 할 것들이 검다'고만 나와 있었다면, 혀를 날름거리는 장면은 스스로 생각해낸 건가

-그렇다. 혀를 날름거리는...

Q. 애드리브나 직접 생각해낸 장면이 또 있나

-애드리브는 없었다.

(대본에 없었던 장면은...) 박중헌이 지은탁에게 "반갑다" 이러면서 악수를 청하지 않냐 말도 안 되게. 이런 것들이 (대본에) 명시돼 있진 않았다. '손끝이 검다' 정도로만.

tvN '도깨비'

Q. 김병철 씨가 생각해낸 장면들이 유난히 소름끼쳤던 것 같다.

-(웃음) 그런가. 어쨌든 설정은 대본에 다 나와 있어 연상이 잘 됐다

김병철 씨는 김은숙 작가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출연했던 인연으로 '도깨비'에 캐스팅됐다. 그는 '태양의 후예'에서 유시진(송중기)의 상사 박병수(라 쓰고 우럭닮은 양반이라고 읽는다)역을 맡았었다.

위키트리

김병철 씨는 고려시대 분량을 찍을 때만 해도 박중헌이 '악귀'로 다시 등장할 줄 몰랐다고 했다.

그는 "대본이 다 나와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며 "들었던 이야기는 현대 시대에 다시 나올 수 있다 정도"라고 말했다. 김병철 씨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박중헌 정도 악인이라면 죗값을 다 치르고 환생하기도 좀 어렵고... 과연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간신이 악귀로 다시 등장한 것은 '묘수'였다 생각한다고 했다.

Q. 악귀로 처음 분장했을 때 본인 모습 보고 무섭지 않았나

-이런 얘기 들으면 좀 공감 못 하실 수도 있는데... 아이라이너도 그리고 눈썹도 붙이고 그러니까 잘생겨보이더라.

아이라이너가 돋보인다 / tvN '도깨비'

Q. 네? 지금이 훨씬 잘생겨 보이시는데...

-이렇게 말씀하는 분들도 계시고 작가님은 종방연에서 "너 분장하니까 되게 잘생겨 보이더라~" 이러시더라 (큰 웃음)

Q. '도깨비'에서 박중헌은 의외의 대사를 하기도 한다. "여(이동욱)는 내 아들과 진배없었다. 그걸 네 년이 다 망쳤다"등등. 악행을 단순히 즐기기보단 복잡한 감정선이 있는 인물 같았다. 배우가 생각하는 '박중헌'은 어떤 사람인가

-이 사람이 900년을 떠돌면서도 왜 그렇게까지 악행을 저지를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악행을 접어두고 과거(고려시대)에 왜 그런 행동을 했나 생각해보면 어떤 사람은 태어났는데 태어나보니까 왕이고 어떤 사람은 절대 될 수 없고. 어떤 신분의 차별, 계급에 대한 부당함을 느꼈던 사람인 것 같고 그걸 좀 깨고 싶었던 것 같다. 그 자체로는 저는 좋다고 생각한다. 그때 당시에 그런 생각하기 어려웠을 텐데.

그런데 그래서 한 행동들이 참 안 좋았다. 사람을 죽여가면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달성하려고 했으니까.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자기가 원하는 걸 좀 쉽게 얻으려는 욕심 때문에? (인 것 같다)

Q. 왕여를 김신과 왕비에게 빼앗겼다는 질투 때문에 박중헌이 복수를 하고다닌 건 아닐까

-그런 면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건 결국 박중헌의 시각인 것 같다. "나는 이래"라고 주장할 순 있지만 그런 관계의 시작이 왕을 자기 발 아래 두겠다는 마음때문이었으니까. 사실 왕여가 아닌 자기를 보호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간신'이라고 말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김병철 씨는 "결국은 간신"이라 말하면서도 김신(공유) 칼에 찔려 사라진 박중헌이 불쌍하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박중헌은) 마지막까지 변하지 않더라. 파국을 맞았으니 난 좋다고 말하지 않냐"고 말했다. 김병철 씨는 "사실 가장 먼저 파국을 맞는 사람은 박중헌"이라고 했다. "(칼에 맞아) 소멸이 된 건지 저승으로 간 건지 잘 모르겠지만. 파국이라는 말이 가장 먼저 해당된 건 박중헌 자기 자신"

사진=전성규 기자

home 강혜민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