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코르뷔지에 건축을 참고한 영화 '하이라이즈' (영상)

2017-02-1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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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축 아버지 : 르 코르뷔지에' 전시는 오는 3월 26일까지 이어진다.

'하이라이즈(High-Rise)'는 영국 소설가 제임스 G.발라드(James Graham Ballard·1930~2009)가 1975년 발표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 속 배경은 1975년 런던에 지어진 최첨단 고층아파트다. 톰 히들스턴(Tom Hiddleston·36)이 주연을 맡았다.
영화 '하이라이즈' 스틸컷

주인공 로버트 랭 박사(톰 히들스턴)는 아내와 이혼한 뒤 상류층만이 입주할 수 있는 첨단 고층 아파트로 이사한다. 입주민은 바깥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 40층으로 설계된 아파트 내부에 모든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소설 '하이라이즈' 초판 (1975) / 위키피디아

입주 후, 랭은 아파트가 이상하다고 느낀다. 아파트 입주민은 계급에 따라 상층부, 중층부, 하층부로 나뉘어 살고 있다. 그는 아파트에 숨겨진 비밀과 마주한다.

'하이라이즈' 벤 웨틀리(Ben Wheatley·46) 감독은 고층 빌딩 묘사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1887~1965) 건축을 참고했다.

벤 웨틀리는 처음에 콘크리트로 지은 고층 건물을 참고하려 했다. 그는 '브루탈리즘(Brutalism)'이라 불리는 건축 양식에 집중했다. 브루탈리즘은 르 코르뷔지에 후기 건축에 영향을 받은 1950년대 영국 건축가들 작품 세계를 가리키는 말이다.

브루탈리즘 건축은 '야만적인'이라는 어원처럼 거친 느낌을 풍긴다. 브루탈리즘 건축가들은 재료를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거나 콘크리트를 그대로 노출하는 노출 콘크리트 공법을 구현했다.

2016년 3월 미국 매체 CNN은 벤 웨틀리 감독이 영화를 제작하며 브루탈리즘 건축이라 할 수 있는 런던 바비칸 센터, 버밍엄 중앙 도서관 등을 참고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벤 웨틀리는 "해당 건물들은 철거됐거나 혼잡했기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매체는 벤 웨틀리가 르 코르뷔지에 '유니테 다비타시옹(Unité d'Habitation)'에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Retromania: Inside 'High-Rise', Ballard's Brutalist nightmare
유니테 다비타시옹은 1947년 시공된 세계 최초 대규모 현대식 아파트다. 1947년은 유럽 시민 다수가 전쟁 이후 심각한 주택난에 시달리던 시기였다. 프랑스 도시계획부장관 라울 도트리(Raoul Dautry)는 르 코르뷔지에에게 마르세유 건물 중 하나를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나온 건물이 유니테 다비타시옹이다.

르 코르뷔지에 '유니테 다비타시옹' (1952) / 르 코르뷔지에 재단

르 코르뷔지에는 유니테 다비타시옹에 '현대건축 5원칙'을 적용했다. 르 코르뷔지에가 창안한 '현대건축 5원칙'은 당시 관점으로는 혁신적인 제안을 담고 있다. 건물 1층을 비워두는 필로티 구조, 옥상에 정원을 만들어 거주민들이 여가를 즐기게 하는 것 등이 '5원칙'에 해당한다.

르 코르뷔지에 혁명적 '현대건축 5원칙' 한 눈에 본다

유니테 다비타시옹 1층에는 필로티 기법이 적용됐다. 또 옥상 테라스는 여가 공간으로 활용됐다. 건물 내부 일부 층은 상업 지구로 쓰였다. 르 코르뷔지에는 입주민들이 한 건물 내에서 편안하게 생활하는 것을 꿈꿨다.

영화 '하이라이즈'에 나오는 아파트는 유니테 다비타시옹과 여러 면에서 닮았다. '하이라이즈' 아파트는 유니테 다비타시옹처럼 외관이 노출된 형태로 지어졌다. 입주민들은 아파트 내에서 쇼핑이나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이는 유니테 다비타시옹 특징이다.

영화 속 아파트와 유니테 다비타시옹이 다른 점도 있다. '하이라이즈'는 고층 아파트를 치명적인 비밀을 가진 공간으로 묘사했다. '하이라이즈' 입주민들은 계급에 따라 다른 생활을 영위한다.

유니테 다비타시옹은 다르다. 유니테 다비타시옹은 르 코르뷔지에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주택난에 시달리는 평범한 사람들 삶을 개선하고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은 건물이다.

이하 영화 '하이라이즈'

영화 '하이라이즈' 속 고층 아파트는 '현대성'을 상징한다. 르 코르뷔지에 역시 '현대 건축'을 논하며 뺄 수 없는 중요한 상징이다. "모든 건축은 르 코르뷔지에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만큼 그가 건축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르 코르뷔지에는 기존 건축가들이 추구한 화려하고 장식적인 건축 기법을 지양했다. 그는 장식을 최소화하고 합리성과 최소 본질에 집중하는 건축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해 7월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르 코르뷔지에 건물 17점은 그러한 건축 세계를 특징적으로 보여준다.

르 코르뷔지에 '라 투레트 수도원' (1953) / 이하 르 코르뷔지에 재단

르 코르뷔지에 '페삭 주거 단지' (1924)

르 코르뷔지에를 가까이서 만날 기회가 왔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현대건축 아버지 : 르 코르뷔지에' 전시가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위키트리와 코바나컨텐츠가 공동으로 주관한다. 코바나컨텐츠는 "르 코르뷔지에 작품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세계 최초로 열리는 최대 규모 전시"라고 밝혔다.

르 코르뷔지에는 건축가인 동시에 화가이기도 했다. 이번 전시 역시 그 점에 착안했다. 관람객은 르 코르뷔지에 건축 모형 외에도 회화, 조각, 태피스트리 등 작품 500여 점을 볼 수 있다.

당신이 톰 히들스턴을 좋아한다면, 이번 주말 '현대건축 아버지 : 르 코르뷔지에' 전시를 보러 가면 어떨까. 귀가 후엔 '하이라이즈'를 보며 르 코르뷔지에 건축 특성을 떠올려 보자.

'현대건축 아버지 : 르 코르뷔지에' 전시는 오는 3월 26일까지 이어진다.

'현대건축 아버지 : 르 코르뷔지에' 전시 / 이하 위키트리

home 권지혜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