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발달장애 이겨낸 대학생

2017-02-20 12:40

add remove print link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피아노학원에서 시끄럽다고 쫓겨난 적이 있어요. 이대로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피아노학원에서 시끄럽다고 쫓겨난 적이 있어요. 이대로 음악은 못하는 건가 했는데…. 그랬던 다빈이가 첼로로 대학에 입학해 매 학기 장학금을 받아 옵니다. 이보다 더 대견할 수 있을까요."

발달장애를 앓으면서도 음악의 힘으로 성장해 전문연주자를 꿈꾸는 대학생이 있다. 삼육대 음대에서 첼로를 전공하는 김다빈(24)씨가 주인공이다.

이하 연합뉴스

20일 다빈씨 어머니에 따르면 그는 어릴 때부터 집중력이 떨어졌다. 동네 놀이터에서도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했다. 한 살 어린 동생이 태어나면서 살펴보니 다른 아이와는 뭔가 다르다는 게 확연해졌다. 병원에 가보니 자폐성 장애 3급이었다.

6살 때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에게 피아노를 배운 것을 계기로 다빈씨는 음악에 처음 눈을 떴다. 다빈씨의 눈이 그렇게 반짝였던 적이 없었다고 한다.

부모는 다빈씨를 피아노학원에 보냈다. 다른 아이들에게 방해된다는 이유로 곧 그만둬야 했지만, 피아노를 포기하지 않았다.

중학교 1학년 때는 혼자 무대에 올라 피아노 연주를 뽐낼 정도가 됐다. 그 무대를 지켜본 오케스트라 감독은 음악을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해보는 게 어떻겠냐며 다빈씨에게 오케스트라 입단을 제안했다.

바이올린, 비올라, 플루트 등 다양한 악기 중에서 다빈씨는 유난히 첼로를 좋아했다. 첼로 현이 울리는 소리만 들어도 박수를 친다거나 소리를 지르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렇게 그는 첼로를 손에 쥐었다.

이듬해 중학교 2학년이 된 다빈씨는 본격적으로 첼로를 배우기 시작했다. 취미의 하나로 생각하고 배운 첼로로 콩쿠르에 나가 여러 차례 입상하다 보니 음대 진학에도 욕심이 났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하트하트재단이 운영하는 발달장애청소년 오케스트라 '하트하트오케스트라'의 현악앙상블 창단 멤버로 입단하며 음대에 가겠다는 결심은 더욱 굳어졌다. 지휘자와 첼로 선생님이 꾸준히 용기를 불어넣어 준 것도 큰 도움이 됐다.

고교 시절 다빈씨는 하루 7∼8시간을 첼로 연습에 할애했다. 물론 스트레스도 적지 않았다. 소리를 지르거나, 손톱을 물어뜯는 횟수도 늘어났다.

그런 노력의 결과였을까. 경쟁률이 4대 1이 넘었던 삼육대학교 음악대학 수시모집에서 합격했다. 일반 학생과의 경쟁이었기에 성취감도 남달랐다.

일반 학생은 1시간만 공부해도 충분할 과목이지만 다빈씨는 2∼3시간씩 해도 따라갈까 말까 했다. 다빈씨는 수업이 비는 시간만 되면 연습실을 찾아가 오로지 첼로 연습에 매진했다. 학기마다 적은 금액일지라도 장학금을 받아왔다.

올해 8월 졸업을 앞둔 다빈씨는 첼로 전문연주자가 되는 게 목표이다.

다빈씨 어머니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그렇게 좋아하는 첼로를 연주하며 스스로 돈을 벌 수 있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다"며 울먹였다.

그는 "다빈이가 주변 사람과 어울리기만 해줘도 정말 고맙다고 생각했는데 음악을 알게 되고 나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하나씩 해나가는 것을 보니 앞으로 못할 게 뭐가 있겠나 싶더라"고 말했다.

이어 "훌륭한 첼로 연주자가 되어서 장애를 겪고 있는 다른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이 돼 줬으면 좋겠다"라며 "우리 다빈이도 해냈으니, 당신들도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home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