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현장에서 손님 구조 안 한 종업원 징역형

2017-02-2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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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화재 당시 성매매업소 외관 [연합뉴스 자료 사진] 2015년 12월 화재

2015년 12월 화재 당시 성매매업소 외관 [연합뉴스 자료 사진] 2015년 12월 화재 당시 성매매업소 외관 / 연합뉴스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2년 전 연말인 2015년 12월 6일 새벽. 인천의 한 마사지업소에서 큰불이 났다.

상가 건물 5층에 입주한 이 업소 간판은 '마사지'라는 단어로 돼 있었지만, 사실은 밀실을 갖춘 성매매업소였다. 업소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면 경찰 단속에 대비해 벽으로 위장한 문이 하나 있었다.

손님들이 직원의 안내를 받고 이 문을 열면 좌측으로 이어지는 폭 1m, 길이 6.8m의 좁은 복도가 나타났다.

이 복도 끝 좌측에 또 다른 문을 열면 폭이 비슷한 길이 10m의 복도가 또 나왔다. 복도 정면에 밀실 1개, 오른쪽에 2개, 왼쪽에 2개가 있었다. 미로 같은 구조의 성매매업소였다.

업소 직원들이 쉬는 대기실은 밀실에서 떨어져 있었지만, 미로 안에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대기실은 성인 1명이 누우면 꽉 차는 매트리스 1개, TV, 창가 커튼이 전부였다.

평소 대기실에서 숙식을 해결한 이 업소 종업원 A(25)씨는 화재 당일 오전 1시께 매트리스에 누워 눈을 붙였다.

평소 좁은 대기실에서 담배를 피운 탓에 연기를 없애는 향초도 자주 켜뒀다. 잠이 든 지 40여 분 만에 향초의 불꽃이 출입구에 친 커튼에 옮겨붙었다.

잠에 빠져 불이 난 줄도 몰랐던 A씨는 뒤늦게 매캐한 연기가 코끝을 찌르자 평소 알던 미로에서 다른 종업원, 성매매 여성 한 명과 함께 출입문을 통해 빠져나와 목숨을 건졌다.

그러나 B(27·여)씨 등 태국인 종업원 2명과 C(21)씨 등 남성 손님 2명이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이들은 복잡한 미로 구조 탓에 출입문을 제대로 찾지 못해 업소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밀실 내 복도에 비상시 출구를 알려주는 유도등이 있었지만, 출입구가 아닌 창고 문 상단에 설치돼 있었다. 형식적으로 달아 둔 것이었다.

불이 나면 즉각 울려야 하는 비상벨도 카운터에 설치돼 있었지만, 고장 난 지 오래였고 소화기도 분말이 굳어 소용없었다.

인천지법 형사3단독 김성수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실화,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성매매업소 종업원 A씨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A씨에게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은 밀실 안에 있던 손님 등에게 화재 발생 사실을 알리고 즉시 대피할 수 있도록 조치하지 않았다"며 "구호조치를 회피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A씨가 일한 성매매업소의 업주도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항소심에서 징역 1년 4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40대 남성인 이 업주와 A씨는 2015년 10월 29일부터 같은 해 12월 6일까지 손님들로부터 6만∼13만원을 받고 여종업원인 태국 여성들과 성관계를 하도록 주선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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