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년 전 한반도에 캥거루처럼 뛰었던 동물 살았다

2017-02-21 13:50

add remove print link

진주에서 발견된 발자국 화석을 남긴 '코리아살티페스 진주엔시스' 복원도. 몸길이는 약 10

진주에서 발견된 발자국 화석을 남긴 '코리아살티페스 진주엔시스' 복원도. 몸길이는 약 10cm로 추정된다 / 연합뉴스(문화재청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중생대 백악기(1억4천500만년 전∼6천600만년 전) 한반도에 캥거루처럼 두 개의 뒷발로만 뛰어다니는 작은 포유류가 서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경남 진주의 1억1천만년 전 지층인 '진주층'에서 백악기의 뜀걸음(Hopping)형 포유류 화석이 세계 최초로 발견되면서 드러났다. 한반도에서 중생대 포유류 화석이 나온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진주 호탄동 익룡·새·공룡 발자국 화석산지에서 약 200m 떨어진 충무공동 135번지에서 중생대 백악기 포유류의 뒷발자국 화석 9쌍을 찾아냈다고 21일 밝혔다.

이 발자국 화석은 작년 1월 19일 김경수 진주교대 연구팀의 최연기 교사에 의해 발견됐으며, 한국·미국·중국의 공동 연구를 통해 분석 작업이 이뤄졌다.

이 화석은 가운뎃발가락이 가장 길고, 발가락 사이의 간격이 좁고 비슷하며, 발가락들의 크기와 모양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포유류의 발자국이 확실하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발자국 하나의 지름(발길이)은 평균적으로 대략 1㎝이며, 왼발부터 오른발까지 너비는 2.1㎝이다. 발자국 화석 9쌍의 총 길이는 32.1㎝, 보폭의 평균은 약 4.1㎝이다.

임종덕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은 "이 동물은 몸집 크기가 10㎝ 정도로, 오늘날 사막과 초원에 사는 캥거루쥐와 비슷했을 것"이라며 "뒷다리가 상당히 길고 강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임 연구관은 이어 "중생대 백악기에 살았던 작은 포유동물은 나무 위나 땅속에서 생활하면서 밤에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 동물은 커다란 육식동물과 악어, 익룡 등 천적의 공격에서 빠르게 벗어나기 위해 두 발로만 다녔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이 화석은 한국 진주(진주층)에서 발견된 새로운 종류의 뜀걸음 형태 발자국을 의미하는 '코리아살티페스 진주엔시스'(Koreasaltipes Jinjuensis)로 명명됐다.

지금까지 뜀걸음형 포유류의 발자국 화석으로는 아르헨티나에서 나온 중생대 쥐라기(2억1천만년 전∼1억4천500만년 전)의 '아메기니크누스'(Ameghinichnus)와 미국에서 발견된 신생대 마이오세기(2천303만년 전∼533만년 전)의 '무살티페스'(Musaltipes) 등 2개만 확인됐다.

임 연구관은 "코리아살티페스 진주엔시스는 아르헨티나와 미국에 있는 화석과는 발가락 형태와 각도, 걸음의 형태 등 여러 면에 차이가 있다"며 "뜀걸음 형태가 가장 명확하게 남았다"고 강조했다.

진주에서 중생대 포유류의 화석이 나오면서 한반도 남부가 종 다양성이 풍부한 '동물의 천국'이었다는 사실도 입증됐다. 이전까지 이곳에서는 공룡·익룡·도마뱀 같은 파충류와 새의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바 있다.

임 연구관은 "중생대가 공룡의 전성시대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백악기 연구'를 통해 지난 7일 공개됐다. 연구소는 이 화석을 내년 하반기부터 대전 천연기념물센터 전시관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home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