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에 첫 승” 기적 이뤄낸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2017-02-2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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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 AP 연합뉴스 한국에는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딱 하나 있다. 바로 국가대표팀이다.

삿포로 = AP 연합뉴스

한국에는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딱 하나 있다. 바로 국가대표팀이다. 대표팀은 1999년 강원 동계 아시안게임 개최에 맞춰 창단됐다. 사실상 창단이 아닌 '급조'였다. "개최국은 전 종목에 참가해야 한다"는 규정 탓에 대한아이스하키협회가 부랴부랴 꾸린 팀이었다.

18년 간 대표팀은 나가는 대회마다 전패했다. 1999년 강원 아시안게임 3전 전패, 2003년 일본 아오모리 4전 전패, 2007년 중국 창춘 4전 전패, 가장 최근 열린 2011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알마티 대회에서도 4전 전패했다.

내리 16번을 졌지만, 대표팀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연달아 값진 승리를 거뒀다.

새러 머레이(Murray·28)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이 지난 23일 일본 삿포로 쓰키사무 체육관에서 열린 동계 아시안게임 여자 아이스하키 4차전에서 중국을 상대로 3-2 승리를 따냈다.

이날 경기는 그야말로 '명승부'였다. 한국 대표팀은 아시아 여자 아이스하키 최강국 중국팀을 맞아 매 순간 혼신을 다했다. 정규 시간 60분과 연장 5분을 썼지만 끝내 승부를(2-2) 가리지 못 했다. 축구로 따지면 승부차기와 같은 '슛 아웃(Shoot out)'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국팀과 중국팀은 10차례씩 슛 아웃을 주고 받으며 혈투를 벌였다. 대표팀 골키퍼 신소정(27) 선수가 중국팀의 10번째 슈팅을 막아낸 뒤, 한국팀 박종아 선수 차례가 왔다. 박 선수가 하키 스틱으로 때린 공은 중국팀 골망을 정확하게 갈랐다.

상대 전적 8전 8패, 오랜 기다림 끝에 중국에게서 첫 승을 거두던 순간이었다.

한국 대표팀은 이미 지난 18일 아이스하키 1차전에서 태국을 상대로 0-20 대승을 거두며 메달 수확 기대감을 높였다. 창단 이래 처음이자, 세계 무대에 도전한 지 17번째 만에 승리였다.

대표팀은 내친김에 아시아 최강 중국팀 격파까지 노렸다. 그리고 치열한 승부 끝에 승자가 됐다. 선수들은 중국과의 경기가 끝난 뒤 장내에 애국가가 울려퍼지자 눈시울을 붉혔다. 신 선수는 "중국을 반드시 이겨 우리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우리끼리 굳게 다짐했다"고 말했다.

2014년 부임해 3년째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캐나다 출신 머레이 감독은 "어린 선수들은 학교가 끝난 뒤 훈련장에 도착해 새벽 12시 30분까지 훈련하고, 다시 학교에 가는 식이었고 나이가 많은 선수들은 제대로 된 직업도 없었다"며 열악한 훈련 상황을 소개했다. 대표팀은 실제로 피아노 전공 음대생, 의대생 등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로 구성됐다.

한국 대표팀은 중국팀을 꺾었지만, 아쉽게도 같은 조 카자흐스탄에 승점이 밀려 메달 획득에 실패(4위)했다.

머레이 감독은 "중국전 승리가 우리의 최종 목표는 아니었다. 평창올림픽에서 절대 후회 없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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