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코르뷔지에 유산 앞에서 '아름다운 날들' 부른 장혜진 (영상)

2017-02-28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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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WIKITREE - 위키트리가수 장혜진(51) 씨가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

유튜브, WIKITREE - 위키트리

가수 장혜진(51) 씨가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1887~1965)를 기리며 '아름다운 날들'을 불렀다.

지난 27일 장혜진 씨는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 '현대건축 아버지 : 르 코르뷔지에 전시'를 찾았다. 장혜진 씨는 본인 대표곡 '아름다운 날들', '술이야', '키 작은 하늘', '1994년 어느 늦은 밤' 등을 부르며 르 코르뷔지에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하 위키트리

이날 장혜진 씨 무대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곡은 '아름다운 날들'이었다. '아름다운 날들'은 장혜진 씨가 2001년 발표한 6집 앨범 '이츠 마이 라이프(It's My Life) 타이틀곡이다. '아름다운 날들'은 애절한 가사와 서정적인 선율로 오랜 세월 동안 노래방 애창곡이자 싸이월드 인기 배경음악이었다.

장혜진 씨는 '아름다운 날들'을 부르고 "르 코르뷔지에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날'을 보내고 생을 마감한 사람"이라며 "그는 후대에 멋진 문화유산을 남겨줬다"고 말했다. 장혜진 씨는 "한 사람 작품이 17개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다는 건 기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세계문화유산에 목소리가 등재된 사람은 없나요?"라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유네스코는 르 코르뷔지에 작품 17점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이번 '현대건축 아버지 : 르 코르뷔지에' 전시는 유네스코가 르 코르뷔지에 작품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후 최초로 열리는 전시다. 르 코르뷔지에 재단은 이 점에 착안해 반세기 넘게 미공개 상태였던 작품 다수를 이번 전시에서 특별히 공개하기로 했다. 이번 전시를 찾은 관람객은 르 코르뷔지에 건축 모형은 물론이고, 회화, 조각, 태피스트리까지 500여 점에 달하는 작품을 볼 수 있다.

장혜진 씨는 위키트리에 이번 전시 규모가 큰 나머지 올 때마다 감회가 달랐다고 밝혔다. 장혜진 씨는 "르 코르뷔지에 전시를 3번이나 봤다"며 "올 때마다 중점적으로 감상한 작품이 달랐다"고 말했다.

"처음엔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를 기대하고 전시에 왔거든요. 그런데 회화가 너무 많은 거예요. 첫 관람 때는 회화 위주로 봤어요. 미술 거장 파블로 피카소(Pablo Ruiz Picasso·1881~1973)에 버금갈 정도로 훌륭한 회화가 많아서 깜짝 놀랐어요. 그래서 르 코르뷔지에를 더 자세히 알고 싶었어요. 두 번째 관람 때는 건축 모형 위주로 봤지요. 세 번째 관람에서는 지금까지 전시를 다니며 놓친 걸 보완하고 싶었고요."

르 코르뷔지에는 '현대 건축 거장'이라 불리지만, 회화로도 유명하다. 그는 동료 아메데 오장팡(Amédée Ozenfant)과 1910년대 서구 미술 주축이던 입체파(Cubism)에 맞서는 순수주의를 주창했다. 순수주의는 필요 없는 장식적인 요소를 배격하는 예술 사조였다.

그는 회화를 통해 순수주의를 구현했다. 그는 자기 회화를 건축 설계도처럼 활용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 공동 주관사 코바나컨텐츠는 "르 코르뷔지에가 초창기 그린 악기 정물화 '파이프 정물화(1921)'가 대표적인 예"라며 "이는 그가 훗날 설계한 사보아 주택(Villa Savoye) 등 곡선 모양 건축 밑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르 코르뷔지에 '파이프 정물화' (1921) / 르 코르뷔지에 재단

르 코르뷔지에 '사보아 주택' 모형 / 코바나컨텐츠

장혜진 씨는 르 코르뷔지에 작품 중 롱샹(Ronchamp) 성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코바나컨텐츠는 "롱샹 성당은 20세기 건축 걸작으로 꼽히는 아름다운 작품"이라며 "르 코르뷔지에는 건물이 들어설 전경과 주변 자연경관을 함께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르 코르뷔지에 '롱샹 성당' (1955) / 이하 르 코르뷔지에 재단

"롱샹 성당은 제 버킷 리스트에 있습니다. 섬세하고 소박한 수녀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에요."

- 가수 장혜진

'현대건축 아버지 : 르 코르뷔지에' 전시 측은 롱샹 성당을 VR(가상 현실)에 담았다. 코바나컨텐츠는 "최고 장비를 동원해 360도 드론 촬영을 했다"며 "관람객이 '빛의 기적'이라 불리는 롱샹 성당을 생생히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장혜진 씨가 노래를 부른 장소는 '현대건축 아버지 : 르 코르뷔지에' 여덟 번째 섹션 '4평의 기적'이다. '4평의 기적'은 르 코르뷔지에가 여생을 보낸 4평짜리 오두막 '카바농(The Cabanon)' 복원 모형이 있는 곳이다.

장혜진 씨는 카바농을 보며 "나 혼자 살라고 하면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던 공간"이라 호평했다. 장혜진 씨는 "이곳은 4평밖에 되지 않는데 전혀 비좁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위키트리

1951년 르 코르뷔지에는 아내를 위해 로크브륀 카프 마르탱(Roquebrune-Cap-Martin) 해안에 카바농을 만들었다. 카바농은 4평에 불과했고, 그 안에는 침대, 책상 등 기본적인 가구만 들어갔다. 하지만 부부는 이곳을 '작은 궁전'이라 부르며 사랑했다.

코바나컨텐츠는 "일생 거대한 건축물을 지었던 거장 건축가가 마지막 순간을 4평짜리 오두막에서 보냈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라며 "(카바농은) 화려하고 과장된 삶 대신 인간 중심적 태도를 지향한 르 코르뷔지에 성격을 보여주는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르 코르뷔지에 '카바농' (1951)

이번 '현대건축 아버지 : 르 코르뷔지에' 전시에서는 여덟 번째 섹션 '4평의 기적'에서 실제 카바농을 복원했다. 관람객에게 카바농 내부를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카바농을 구경하는 관람객은 창문 너머 보이는 지중해 풍경에 놀란다. 코바나컨텐츠는 전시를 준비하며 르 코르뷔지에가 매일 바라보던 지중해 해안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날 장혜진 씨가 노래를 부르던 순간에도 파도치는 지중해 모습이 벽면에 그대로 나타났다.

이하 위키트리

장혜진 씨는 현재 한양여자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개강 시기이므로 당분간 후학 양성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는 르 코르뷔지에처럼 인간 중심, 더불어 사는 삶을 모색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현대건축 아버지 : 르 코르뷔지에' 전시는 오는 3월 26일까지 이어진다.

* 영상 편집 = 김수진·신희근 기자

home 권지혜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