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감시? 보여주기식 공부?" 공스타그램의 그늘

2017-03-0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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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올리는 공부 인증샷 '공스타그램(공부+인스타그램)' 인기가 뜨겁다. 이런 가운데

SNS에 올리는 공부 인증샷 '공스타그램(공부+인스타그램)' 인기가 뜨겁다. 이런 가운데 공스타그램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공스타그램으로 검색하면 나오는 게시물 중 은은한 조명 아래에 공부한 책을 펼쳐 둔 사진이 가장 많이 눈에 띈다. 실제 공부 시간이나 기상 시간을 인증한 사진도 있고 아예 성적표를 공개하는 사람도 있다. 

다양한 유형의 공스타그램 게시물 / 인스타그램, gongvely2016 (동의를 얻어 사진을 게재했습니다)

 

공부 중인 책상과 계획표 등을 올린 공스타그램 / 인스타그램, jjeling._.7 (동의를 얻어 사진을 게재했습니다)

 

공스타그램을 시작한 사람 대부분은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활용하는 이유로 든다. 나태해지기 쉬운 자신을 감시하고, 다른 사람들이 올린 게시물을 보고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공스타그램이 성적을 올리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고3 수험생인 이승윤(남·19) 씨는 "(공스타그램 시작 이후) 성적이 오르긴 했지만 자기주도학습이 시간 관리에 더 큰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스타그램이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역할은 하지만 성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진 않다"고 덧붙였다.

이승윤 군이 올린 공스타그램 게시물 / 인스타그램, yonseioon (동의를 얻어 사진을 게재했습니다)

 

공스타그램을 잘못 활용하면 오히려 공부에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시험에 합격한 친구가 공스타그램을 했던 걸 보고 시작했다는 A(여·28) 씨는 "혼자 공스타그램을 하지 않고 인터넷에서 스터디원 5명 정도를 모았다. 스톱워치에 표시된 공부 시간을 찍어 올리는 형태였는데 재미는 있었다. 공부는 사실 하루 종일 해도 티가 안 나는데, 공스타그램을 하면 매일 결과물을 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착시 현상' 같은 건데 그땐 그것만으로도 뿌듯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A 씨는 공스타그램 시작 3주 뒤 문제점이 보였다고 전했다. "스톱워치를 돌리고 있다고 내가 꼭 공부에 집중하는 건 아닌데, 이걸 찍어올리는 게 실질적인 공부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의심이 들었다. 또 공부 시간이 7시간 미만이면 벌금을 내는 제도도 운영했는데, 나중에는 벌금을 내기 싫어서 스탑워치를 켜둔 채 딴짓을 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SNS에 올리는 #공스타그램 해시태그도 공부 방해 요소의 하나로 지목했다. "공스타그램을 올리다보니 '소통해요' 같은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서로 소통할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굳이 시험 준비하면서까지 남과 소통을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고민 중에 스터디 팀원들과 상의를 했는데 다들 비슷한 생각이었다. 결국 스터디를 끝내고 계정도 없앴다"고 후기를 전했다.

공스타그램으로 검색하면 나오는 수 많은 게시물들 / 인스타그램 (동의를 얻어 사진을 게재했습니다)

 

공스타그램을 활용하는 공스타그래머들은 '보여주기식 공부가 되기 쉽다'는 점을 공스타그램 단점으로 꼽기도 했다.  

2만 명 가까운 팔로워들과 소통하고 있는 B(여·29) 씨는 "SNS로 하는 활동이다 보니, 시간 관리를 잘못하면 공부에 소홀해지기가 쉽다. 특히 인증이나 소통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부분이 공부에 방해가 돼서 계정을 삭제하는 분들도 많이 봤다. 저도 어느 순간부터는 공부 인증에 얽매이기보다는 소통의 도구와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공스타그램을 시작했다는 C(여·19) 양은 "공스타그램을 하다 보니 관련 콘텐츠들에 더 관심이 간다. 내 취향에 딱 맞는 떡메(뭉쳐있는 메모지)나 판스(판 스티커) 등을 공스타그램으로 알아보고 사 모으는 게 주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 공스타그램에 못 미치는 내 기록을 보고, 공부에 대한 자신감과 자존감이 떨어지기도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물론 공스타그램에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 개인의 활용 방법에 따라 '좋은 자극제'와 '정보공유의 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3 수험생 시절부터 공스타그램을 활용한 D(여·20) 씨는 "내가 공부한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좋다. 공스타그램으로 과거에 공부했던 것들을 쉽게 정리할 수 있어 다음 계획을 세우는 데도 요긴하게 쓰인다"고 말했다.

홍익대 교육학과 김정희 교수는 "SNS를 활용하는 흐름은 점점 더 가속화될 것"이라며 "공스타그램을 올리는 사람은 '보는 사람이 이걸 어떻게 볼까'를 고민하며 공부 내용을 올리다보면 긍정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오프라인으로 혼자 공부를 하든 SNS를 활용해 공스타그램을 올리든 정직하게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건 개인에게 달린 문제"라고 했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