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재의 변(辯) “나는 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나”

2017-03-0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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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재(42) 전 미디어워치 대표에게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많다. 변듣보, 변TM(변희재+

변희재(42) 전 미디어워치 대표에게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많다. 변듣보, 변TM(변희재+ATM), 기부천사 등... 그는 트러블메이커다. 논란성 발언이 잦다. 주류, 진보 매체는 변 전 대표를 대부분 '찬밥' 취급한다. 네티즌도 마찬가지다. "변희재가 또..."라며 냉담하다.

변 전 대표는 "보수 진영의 담론 형성에 기여 중"이라고 자평한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주장하는 이른바 '태극기 집회'에 빠짐 없이 나갔다. 무대에 올라 탄핵 반대 세력이 "친노, 종북, 좌파"라고 날을 세웠다. 친노, 종북, 좌파는 그가 가장 싫어하는 세 부류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미디어워치 사무실에서 변 전 대표를 만났다. 미디어워치는 그가 대주주로 있는 보수 매체다. 약속보다 10분 가량 늦은 그는 어디선가 바쁘게 온 듯했다. 남색 점퍼 양팔에 태극기 패치를 달고 있었다. 변 전 대표는 "(기성) 언론들이 앞뒤를 끊고 내 이야기를 보도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남색 점퍼 양팔에 태극기 패치를 단 변희재 전 미디어 워치 대표 / 위키트리

태극기 집회 참석자들은 변 전 대표 한 마디, 한 마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탄핵에 반대하는 변 전 대표의 변(辯)을 한 번쯤 들어봐야 한다고 생각한 까닭이다.

탄핵 결과 발표가 얼마 안 남은 것 같다. (인터뷰가 이뤄진 7일에는 헌법재판소가 아직 심판 일정을 밝히지 않았다)

근데 각하가 또 튀어 나와가지고. 각하(탄핵 요건 성립 불가), 기각, 인용. 이 세가지 수가 있는데. 저는 인용은 어려울 거라고 봐요. 헌재 재판 동영상을 제가 다 보는데, 국회에서 대통령 변호인단 주장에 반박을 못 해요. 탄핵 심판 핵심은 결국 뇌물죄인데, 그걸 성립시킬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으니까.

(미르, K스포츠) 재단에다가 (대기업들이) 770억을 줬다? 그리고 그게 박 대통령이 뇌물을 받은 거다? 그걸 무슨 수로 입증합니까? 그걸 입증하려면은 박 대통령이 이 재단을 사적으로 운영하고 퇴임 후에도 이 돈을 가지고 쓰겠다는 게 밝혀져야 하는데, 그게 안 되지 않습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의 '포괄적 뇌물죄' 혐의처럼 박 대통령도 비슷한 사례 아닌가?

노 대통령은 권양숙 여사가 100만 달러를 사적으로 받은 거고. 재단에 들어간 게 아니잖아요. (박 대통령은) 정부가 주도하는 한류 스포츠 육성을 위해 재단을 만들고, (그) 재단에 출연한 건데. 정부와 대기업들 관계라는 게, 정부가 "좋은 일 해보겠다"면서 (돈) 내, 이러면 내는 거에요. 삼성은 창업 초기인 이승만 정부 때부터 (정부가 돈 내라면) 다 냈어요. 역대 정권에 한 번도 돈 안 낸적 없어요.

'비선실세' 최순실 씨 존재도 탄핵 논란의 큰 축이다.

아니 근데 (최순실 씨가 태블릿PC로 받았다는) 연설문이라는 거야. 대중적 연설문인데, 더 많은 사람에게 검수시켜야지. 또 이명박 정권 때나 노무현 정권 때는 비선들이 인사 추천 안 해? 인사 추천 다 해요. 그거는 백악관도 마찬가지에요. 공식 라인에서 들어오는 인사만 가지고는 안 돼요. (정권마다) 다 비선층이 있어요. 다 열 몇 개 몇십개 팀이 있어요. 그걸 다 추려가지고 공식적으로 인사수석이 올리는 거 아니에요. 대통령 (비서) 실장한테.

그게 잘못됐다는 거 아닌가?

아니, 잘못이 아니라니까. 내 주장은. 대통령은 여러 루트를 통해 들어야 돼요. 왜 공식 라인만 (인사 추천을) 하면 안 되냐. 공식 라인에 인사 수석이 있어. 그러면 이 놈이 전횡할 수 있잖아요. 이 전횡을 어떻게 막아. (바로) 비선 라인이라는 거죠.

비선들은 (정권에) 자기 사람 꽂을라고 하죠. 이게 좋은 의도일 수도 있고, 나쁜 의도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제대로 된 놈을 꽂았냐, 쓰레기 같은 놈을 꽂았냐. 그 차이죠. 그 결과가 잘못되면 정치적 책임을 지는 거죠. 박 대통령이 3인방(문고리) 자른 것처럼요.

지난달 27일 서울 대한문에서 열린 탄기국(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14차 집회에서 변 전 대표가 연단에 올라 연설하고 있다 / 참깨방송

변 전 대표는 북한 김정은 정권을 따르는 이른바 '종북세력'이 국내 사회에 존재한다고 확신한다. 그는 종북 세력을 크게 세 종류로 나눈다. 가장 나쁜 건 '제1종북'이다. 제1종북은 "북한의 노선을 그대로 따르는 사람"이다.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주장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여기 속한다.

제2종북은 "제1종북의 존재를 알면서도 방관하는 사람", 제3종북은 "제1, 제2 종북이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다. 변 전 대표는 5분 가량 이 개념을 설명하며 열변을 토했다. 그는 "대남공작원이 세, 네 다리 건너서 박영수 특검에 접근했을 수 있다"며 "특검이든 헌재든 언론이든 뭐든 탄핵 주도 세력에 대해 북한이 절대 방관하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영수 특검도 그럼 종북이냐'고 묻자 변 전 대표는 잠시 머뭇거린 뒤 "대법에 (관련) 재판이 걸려있어서"라며 말을 아꼈다. 그는 특정 인사를 향해 종북이니, 친노니 발언했다가 꽤 많은 송사에 휘말렸다. 그리고 대부분 패했다.

태극기 집회에서 "탄핵 인용 시 이정미, 강일원 재판관 안위를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내각제는 열받으면 "그냥 다 끌어내자"인데 대통령은 (그럴 경우) 헌정이 다 무너지는 거에요. 그런데 대통령도 탄핵당하고 국회도 해산되면 저 사람들 안위가 보장되겠냐, 저는 이런 설명을 한 거에요. (언론이 이런 설명을 잘라냈다?) 잘라낸 거지. 완전히 잘라낸 거에요.

탄핵 인용되면 불복할 건가?

그건 맞아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거는 맞아요. 왜냐하면 우리가 제기한 게 여러가지가 있지 않습니까. 예를 들면 대표적으로 태블릿PC하고 고영태하고. 이런 것들을 다 수사가 돼야 큰 그림이 완성이 되는데, 지금 큰 그림 완성 안 하고 그냥 가겠다는 거 아닙니까.

저는 그런 게, 헌재가 정확하게 뇌물죄만 보고 탄핵을 결정하겠다, 그건 상관없어요. 태블릿PC나 고영태 그런 문제가. 그것만 딱 내리면 되는데, 정치적 판단을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말이에요. 헌재가. 탄핵을 주도한 세력과 박 대통령 중에서 누가 더 (나은지) 비교한단 말이에요. 그걸 막으려면 큰 그림을 완성하고 (탄핵을) 판단해야 하는데, 그렇게 안 하니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거죠.

어떻게 불복하겠다는 건가. (태극기 집회) 지도부에서 이런 내용으로 합의된 게 있나?

대선 보이콧이죠. 문재인 꺾기 위해 보수 후보를 내고 그렇게 안 하겠다. 다 투표 거부. 이런 거죠. (대선이 치러지는) 60일 동안 우리는 보이콧 운동하면서 투표율을 떨어뜨리겠다. 40%, 50%대로. 그럼 문재인은 반쪽짜리 대통령되죠. 물론 이거는 제 개인적 계획이고, 내부적으로는 합의나 논의한 게 없어요. 왜냐하면 우리는 인용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기 때문에...

탄핵 인용 시 보수 진영에서 물리적 사태가 일어난다면?

아니, 저는 그 방식이 아니에요. 저는 합법적으로 얼마든지 바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탄핵이) 인용이 되도 저는 충분히 문재인 탄핵시킬 수 있어요. 국회 해산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럴 필요가 없죠.

변 전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미디어워치 사무실에서 위키트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 위키트리

변 전 대표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불거졌던 지난해 10월부터 박 대통령 무고를 확신했다. 거기에 특검 수사 결과를 보며 "정말 털어낼 게 없었구나"라는 심증이 굳어졌다.

탄핵이 기각되면 대한민국에 새 체제가 들어선다고 믿는 그에게 "정치 참여 생각은 없냐"고 물었다. 그러자 "제도권을 무너뜨리겠다는 사람이 어떻게 제도권 안에 들어가냐"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변 전 대표는 20대 총선에서 자신이 사는 서울 관악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후보 6명 가운데 5위(0.74%)로 낙선했다.

헌법재판소는 오는 10일 오전 11시 박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과를 발표한다. 전 과정은 생중계된다. 변 전 대표도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앞에서 태극기를 들고, 역사적 심판의 결과를 기다릴 예정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대한민국은 격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변 전 대표는 "18년 동안 정치 매체를 운영하다 보니 대선이나 총선 결과는 대충 맞춘다"며 탄핵 기각을 자신했다. 과연 그럴까. 이제 하루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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