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이 저절로" 폴터가이스트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 6가지

2017-03-1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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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이 멋대로 흔들리거나, 이상한 소리가 나는 현상을 뜻하는 폴터가이스트(Poltergei

물건이 멋대로 흔들리거나, 이상한 소리가 나는 현상을 뜻하는 폴터가이스트(Poltergeist).

독일어 '시끄럽다(Poltern)'와 '영혼(Geist)'을 합친 말이다. "사춘기 소년, 소녀 영혼이 저지르는 장난", "인간이 뿜어내는 염력(念力)" 등 원인에 대한 여러 설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말 그대로 '썰'이다.

폴터가이스트 역사는 꽤 깊다. 영문판 위키백과에 따르면 최초의 폴터가이스트 기록은 서기 1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폴터가이스트가 독일어라고, 독일에서만 이런 현상이 관찰되는 건 아니다. 일본, 미국, 인도, 브라질, 호주 등 세계 각국에서 폴터가이스트로 추정되는 현상이 보고됐다.

폴터가이스트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 6가지를 소개한다.

1.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물건이 맘대로 움직인다고 모두 폴터가이스트는 아니다.

크게 7가지 특징이 관찰돼야 폴터가이스트로 인정된다.

먼저 물건이 사라져야 한다. 어떤 장소에 두고 간 물건이 몇 분 뒤 가면 없어진 식이다. 둘째는 물건이 공중에 뜨고, 멋대로 날아다녀야 한다. 셋째는 악취나 이상한 냄새가 나야 한다. 넷째는 전파 간섭 현상이 관찰돼야 한다. 다섯 째는 발소리, 노크 등 아무도 없는 곳에서 사람이 내는 듯한 소리가 들려야 한다.

여섯 째는 물리적 마찰이 있어야 한다. 누군가 뒤에서 밀어 돌아보니 아무도 없는 식이다. 마지막으로는 전기가 끊기는 현상이 있어야 한다. 이런 특징들은 세계 유명 폴터가이스트 사례에서 모두 관찰됐다고 한다.

이하 Shutterstock

2. 초심리학자들은 폴터가이스트 원인이 인간의 염력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초심리학은 염력, 초감각적 지각(ESP) 등 현재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은 심령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1882년 창립된 영국심령연구협회(SPR)의 심령학 연구를 모태로 한다.

초심리학자들은 폴터가이스트가 '유령의 짓'이 아닌 사람의 염력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심하게 억제된 분노나 적개심, 성적으로 억압받는 사람이 뿜어낸 염력이 물건을 제멋대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미국의 초심리학자 윌리엄 롤(Roll)은 1610년부터 약 360년간 보고된 폴터가이스트 사례 116건을 분석한 결과, 인간의 염력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현상이 92건이라고 밝혔다. 나머지는 원인이 모호했다고 한다.

롤은 이를 토대로 '재현 자발 염력(RSPK)'라는 효과를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RSPK란 이런 염력이 갑자기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10대 이하 아이들이 자신의 분노를 표출할 때 RSPK가 도드라졌는데, 정확한 이유는 아직 모른다.

3. 영미권에서는 폴터가이스트를 일으키는 혼령을 '퀵실버(Quicksilver)'라고 부른다.

이 혼령에는 성별이 있는데, 여성의 경우만 이렇게 부른다.

방울이 울리는 듯한 높은 웃음소리가 특징으로, 잠든 사람이 있으면 꼭 깨운다고 한다. 이른바 '영역 표시'도 주요 특징인데, 거울에 립스틱(루주) 등으로 대문자 'Q'를 써놓고 자신이 다녀갔음을 알린다.

4. 폴터가이스트를 주제로 1982·1986·1988년 동명의 영화 3편이 제작 됐는데, 공교롭게도 출연진 일부가 개봉 얼마 뒤 사망했다.

영화 '텍사스 전기톱 학살' 시리즈로 유명한 토브 후퍼(Hooper)가 연출하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각본을 맡았다. 1988년까지 총 3편이 나왔다. 스필버그와 후퍼는 1편에만 참여했다.

1~3편 출연진 일부가 지병, 사고 등으로 사망해 '폴터가이스트의 저주'라는 도시전설이 생기기도 했다. 1편에서 폴터가이스트에 시달리는 가족의 맏딸로 출연한 도미니크 던(Dunne)은 1982년 11월 전 남자친구에게 목 졸려 23살 나이에 살해됐다. 영화 개봉(1982년 4월, 미국 기준) 7개월 만이었다.

2편에 출연한 줄리안 벡(Beck)은 개봉 전 지병인 위암으로 별세, 역시 2편에 출연한 윌 샘슨(Sampson)은 개봉 다음 해 이식 수술을 받다가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1~3편에 모두 출연한 아역배우 헤더 오루크(O'Rourke)의 사례가 가장 안타깝다. 오루크는 '크론병'이라 불리는 희소병을 앓고 있었다. 소화 기관 전체에 염증이 발생하는 만성 질환으로 국내에서는 가수 윤종신 씨가 투병한 걸로 유명하다. 오루크는 3편이 개봉한 1988년, 크론병에 따른 급성 장폐색과 패혈증으로 숨을 거뒀다. 고작 13살 때였다.

5. 자신이 지닌 폴터가이스트 능력 때문에 '역사적' 실험에서 배제됐다는 이론물리학자가 있다.

볼프강 파울리(Pauli·1900~1958)는 오스트리아 출신 미국 이론물리학자로 1945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석학이다. 파울리는 평소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믿었는데, 바로 앞에서 설명한 RSPK다.

파울리가 한 실험실에 들르면 실험기구들이 갑자기 오작동하는 경우가 잦았다고 한다. 동료 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그의 이름을 따 '파울리 효과'라고 불렀다.

파울리는 '천재' 아인슈타인이 직접 후계자로 꼽을 만큼 연구 능력이 뛰어났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세계 최고 과학자들과 추진한 원자폭탄 개발 프로젝트 '맨해튼 계획'에는 모종의 이유로 참여하지 못했다.

일각에는 그의 RSPK 능력이 원자폭탄 개발 도중 어떤 돌발상황을 일으킬지 몰라 프로젝트에서 제외됐다는 주장이 있다. 스웨덴 심리학자 수잔네 가이저(Gieser)의 저서 '가장 내밀한 핵심(The innermost kernel, 2005)'에 이 같은 내용이 비중있게 다뤄졌는데, 뭐, 믿거나 말거나겠다.

‘폴터가이스트’ 현상 : 신동아
볼프강 파울리 / 이하 Wikipedia

6. 2000년 가을, 일본의 한 주택에서 폴터가이스트로 추정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리고...

2000년 10월, 일본 기후(岐阜) 현의 건축 1년차 빌라에서는 밤만 되면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시작은 '소리'였다. 한밤 중만 되면 문밖에서 유리병 굴러가는 소리, 망치 두드리는 소리, 톱질 소리, 누군가가 걸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빌라 자치회장 다나카(田中)는 주민 대표로 동사무소에 "괴현상 때문에 살 수 없다"고 신고했다.

이때쯤 빌라는 제멋대로 그릇이 깨지고, 샤워기 물이 저절로 나오는 등 괴현상의 심화로 입주민 불안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였다. 시공업체가 빌라를 정밀 조사했지만, "아무 문제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주민들은 결국 무당을 불러 굿을 하기로 했다. 영(靈)적 현상이 의심됐기 때문이다.

한 지역 매체가 이 사건을 기사화하자 전국의 모든 하바리 무당과 영능력자가 몰려왔다. "귀신을 퇴치해주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대부분 실패했다. 사기꾼도 있었다.

'유령 소동'은 약 2년간 이어졌다. 그러나 크게 변한 건 없었다. 주민들은 이제 과학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일본초심리학회(JSP) 등 연구단체에 분석을 요청한 것이다.

단체들은 괴현상에 대해 크게 5가지 가설을 내놨다. 첫째는 '저주파'였다. 빌라에서 원인 불명의 저주파가 발생해 이상 현상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저주파는 10㎑ 이하 낮은 전파로, 공명(흔들림)을 통해 물체를 움직이게 할 수 있다.

둘째는 '활단층'이었다. 활단층은 땅밑에서 활동 중인 단층으로, 빌라 밑에 활단층이 있는데 이 활단층에서 전자기를 발생시켜 이상 현상이 일어난다는 주장이다. 전자기는 뇌파에 직접 영향을 끼쳐 환각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

셋째는 '조작', 주민들이 임대료를 낮추기 위해 짜고 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주민들은 강력히 부인했다. 네번째는 '허치슨 효과'. 저전압을 고전압으로 만드는 테슬라 코일(Coil)에서 발생한 전자파가 괴현상의 원이라는 분석이다.

마지막은 '집단 히스테리'였다. 빌라 꼭대기(4층)에 사는 여성이 괴현상들에 민감하게 반응했는데, 이 여성이 나머지 주민에게 괴현상에 대한 히스테리를 불어넣어 집단적 착각을 일으켰다는 추측이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는 데는 실패했다. 시간이 지나자 점점 괴현상이 잦아들었다. 일본 심령학계 대표격인 JSP는 이 사건에 관해 논문을 발표했는데, 결론이 꽤 흥미롭다.

"빌라에서는 이상한 전기 신호가 관찰됐음. 데이터 레코더에는 기록되지 않고, 컴퓨터에만 기록됨 (중략) 전기 신호는 어떤 이유로 전기 회로의 증폭률이 일시적으로 확대돼 나온 걸로 보임. 이번 현상은 1) 심리적 요인 2) 물리적 요인 3) 초심리적 요인, 이 3가지가 복합적으로 얽힌 현상으로 판단됨"

이 빌라에는 아직도 사람이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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