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말 맛보기]어쭙잖다

2017-03-2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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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박이말바라기와 함께하는 참우리말 토박이말 살리기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어쭙잖다

[뜻]1)말이나 짓이 지나치거나 넘쳐서 비웃음을 살 만하다.

[보기월]다른 사람들에게 어쭙잖다는 말을 안 들으려고 여러 모로 몸과 마음을 쓰기 때문입니다.

지난 닷날(금요일) 지난해 한배해(동학년) 모임을 했습니다. 맛있는 것을 먹으며 새로 바뀌고 달라진 아이들, 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서로 도움이 되는 알거리를 나눌 수 있어 좋았는데 멀리 서울로 간 한 사람이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엿날(토요일)은 배움책 모임이 있어서 청주에 다녀왔습니다. 아침 일찍 수레를 몰고 쉬지 않고 달려 때에 맞춰 닿을 수 있었습니다. 다들 먼길을 와 더 나은 배움책을 만드는 데 저마다 가진 생각들을 아낌없이 보태는 걸 보며 많이 배웠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낮밥을 먹고 뒤낮(오후)까지 했는데 저는 집안에 잔치가 있어서 먼저 와야 해서 미안했습니다.

돌잔치 때를 맞추느라 졸음을 쫓아 가며 빗길을 쉬지 않고 달려와야 했습니다. 늦지 않게 닿아서 잔치에 함께해 노래도 불러 주고 손뼉도 많이 쳐 주었습니다. 돌을 맞은 아이는 말할 것도 없고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에게 보내는 손뼉이었습니다.

밝날(일요일) 다른 식구들은 좋은 곳에 가서 맛있는 걸 먹는데 우리 식구들은 같이 못 갔습니다. 저도 배움책을 고쳐 보내 줘야 했고, 아내와 아이들도 다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은 네가 다하냐, 무슨 일이 그리 많냐고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니 널리 헤아려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만큼 제 몸도 마음도 힘들 때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어쭙잖다는 말을 안 들으려고 여러 모로 몸과 마음을 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늘 좋은 말만 들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어제 제 귀가 많이 간지러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말은 2)아주 서투르고 어설프다. 또는 아주 시시하고 보잘 것 없다(대수롭지 않다)는 뜻도 있으며 '어쭙지않다'가 본디말입니다. 말모이(사전)에는 이렇게 풀이를 하고 있지만 저는 '어줍다'는 말이 있으니 '어줍지않다'가 될 것이고 그 말을 줄이면 '어줍잖다'가 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사람이 슬기를 모아야 할 일입니다.

1)-제 앞가림도 하지 못하면서 어쭙잖게 남의 일에 끼어들다니.(고려대 한국어대사전)

-노인의 구시렁거리는 잔소리와 때로는 어쭙잖은 호령까지 들어 가며 함께 지낸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냐는 앙탈이었다.(김정한, 수라도)

2)-왕한은 어쭙잖게 취직을 구하는 것보다 노동을 하는 것이 나으리라고 생각하였다.(한용운, 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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