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북한 외교관이 '김정남 대낮 암살'에 대해 그럴듯한 추측을 내놨다

2017-03-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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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제2국제공항 CCTV에 촬영된 피살 전 김정남 모습 / SBS '8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제2국제공항 CCTV에 촬영된 피살 전 김정남 모습 / SBS '8시 뉴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김정남 '대낮 암살'에 대한 그럴듯한 추측을 내놨다.

태 전 공사는 지난 17일 월간중앙과 한 인터뷰에서 "(암살자들이) 시점과 장소를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며 "그러니 대낮에 사람 많은 공항에서 (김정남을) 암살한 것"이라고 말했다.

[단독 인터뷰] 태영호 前 공사가 공개한 백두혈통론(論)의 실체
그는 "추정해보건대 김정남을 죽여야 할 임무를 맡은 국가보위성에 김정은은 상당히 화를 냈을 것이다. 제대로 못하면 국가보위부 고위층의 목이 날아갈 판(일테니)"라며 "북한 체제에는 ▷즉시접수 ▷즉시집행 ▷즉시보고의 3대 원칙이 있다. 김정은이 무슨 말을 하면 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즉시 시행한 뒤 보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이어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이 김일성의 후계자로 발탁되기 전 내세운 '곁가지론(기본 줄기가 튼튼하기 자라려면 곁가지는 쳐내야 한다)'을 언급하며 "곁가지론에 의하면 김정남이 기본 줄기고, 김정은이 곁가지다. (그러니) 김정은 혼자 백두혈통으로 인정받으려면 '곁가지론'과 함께 김정남을 빨리 땅속으로 묻는 길밖에 없다. 이것이 김정남 암살의 이유"라고 덧붙였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의 미국 '선제 공격' 가능성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김정은은 만약 자신의 목숨이 끝날 때가 됐다고 판단되면 미국을 선제공격하는 것도 서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며 "김정은은 리비아의 카다피, 이라크의 후세인 등 독재자들의 최후를 봤다. 목숨이 좌지우지될 만큼 위기가 조성되면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바에야 공격이나 해보고 죽자'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했다.

태 전 공사는 "지금 김정은은 광인(狂人)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게 바로 김정은의 통치스타일"이라며 "김정은은 '내가 미친 사람처럼 보여야 미국과 한국이 미친 사람을 달래려고 초콜릿이든 사탕이든 물려서 진정시키려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일종의 전략, 전술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정일 장남 김정남은 지난달 13일(현지시각) 오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제2국제공항에서 여성 2명에게 맹독 추정 물질을 맞고 사망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 암살에 북한 고위층이 연루됐다고 파악 중이다.

김정남 시신은 경찰 수사를 마치고 현재 화장된 상태다. 말레이시아 측은 유골을 북한 또는 김정남 가족이 있는 마카오로 인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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