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성 납치' 소재로 학과 행사 홍보한 숭실대 영어영문학과 논란

2017-03-3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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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숭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페이스북 캡처 숭실대학교 영어영문학과가 '여성 납치'를 소재로

숭실대학교 영어영문학과가 '여성 납치'를 소재로 학과 행사를 홍보해 비판을 받았다.

지난 29일 숭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학생회는 학과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2017년도 워크숍 홍보 영상을 올렸다. 학생회는 영상에서 납치 범죄를 소재로 학내 워크숍 참가를 독려했다. 해당 영상은 많은 학생 및 네티즌 비판을 받고 삭제됐다.

영상에는 여성 두 명과 남성 두 명이 등장한다. 주인공 여성은 학과 과방으로 추정되는 공간에서 밤늦게까지 친구와 술을 마신다. 여성은 시간이 늦은 것을 깨닫고 집으로 향한다. 여성은 엘리베이터를 탄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는 순간 한 남성이 들어온다.

남성은 여성에게 "워크숍 가세요?"라고 묻는다. 여성이 "네?"라고 되묻는다. 남성은 지속해서 "워크숍 안 가세요?"라고 묻는다. 이후 여성은 불길한 느낌을 받은 듯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밖을 향해 뛰어간다.

여성은 주차장에 있는 한 자동차를 발견하고 문을 열고 들어가 "출발해주세요"라고 요청한다. 운전자는 시동을 걸고 출발한다. 이후 여성은 운전자 남성에게 "이상한 사람이 쫓아왔다"라며 "큰일 날 뻔했다"라고 밝혔다. 여성은 "진짜 감사하다"라고 말한 후 앞을 가리키며 "저기서 내려주시면 된다"라고 부탁한다.

운전자 남성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는 차 문을 잠근다. 여성은 "문을 왜 잠그세요?"라고 묻는다. 운전자 남성은 방향을 돌려 다시 주차장으로 간다. 주차장에는 앞서 여성을 쫓던 남성이 그들을 대기하고 있다. 운전자 남성은 "워크숍 가셔야죠"라고 말한다. 차 문이 열리면 주차장에서 대기하던 남성은 여성 팔을 강제로 잡고 어디론가 끌고 간다.

해당 영상은 많은 학생 및 네티즌에게 비판을 받았다. 한 네티즌은 "실제로 이런 여성 납치, 강간 등 여성 대상 혐오 범죄가 만연한 세상인데 이런 영상을 보고 어떻게 웃을 수 있나"라며 "의도는 그게 아니겠지만 많은 사람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영상"이라고 지적했다.

30일 숭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제29대 학생회는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사과문을 올렸다. 숭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학생회는 "납치라는 범죄를 유머와 흥미 요소로 경솔하게 사용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학생회는 "영상은 영화 '23 아이덴티티'를 패러디한 것"이라며 "이 영화가 납치와 감금 등을 소재로 하는데도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반성한다"라고 설명했다. 학생회는 "다만 '여성'이 납치 범죄 대상이라는 의도는 아니었다"라고 강조했다.

학생회는 "재학생과 신입생이 함께 워크숍 영상을 찍어 학생 간 친밀감을 형성하고 많은 학생이 워크숍에 참여하게 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학생회는 "학내에 실제 (납치 범죄) 피해자가 재학 중일 가능성, 실제 범죄를 두려워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점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학생회는 "의도는 아니지만 비슷한 범죄로 피해받은 분들에게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일으킨 점 사과드린다"라고 덧붙였다.

학생회는 "학생회 임원 모두가 깊이 반성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home 권지혜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