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우병우 범죄사실 대폭 줄여 영장 청구"...검찰 내부에서도 비판

2017-04-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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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우병우 전 민정수석 비서관(50)에 대한 구속 영장을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우병우 전 민정수석 비서관(50)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하면서 특검이 청구한 영장보다 범죄사실을 1/3로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13일 노컷뉴스가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검찰이 청구한 우 전 수석 구속영장은 20쪽 정도에 불과하다. 특검이 청구했다가 법원이 기각한 영장의 절반 수준이다.

검찰 영장이 줄어든 것은 국정농단과 관련한 직권남용과 직무유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상당 부분 생략했기 때문이다. 범죄 사실을 적시한 부분도 "1/3로 줄었다"고 했다.

법원은 "혐의 내용에 관하여 범죄 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고, 이미 진행된 수사와 수집된 증거에 비추어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음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아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영장을 간결하게 쓰는 경우는 보통 영장 청구에 분명한 자신감이 있거나 아니면 구속에 대한 의지가 약할 때다.

노컷뉴스는 "특검에서 특검법상 제약으로 수사하지 못한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도 넣지 않은 반면 특검에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부분을 영장에 포함시키면서 '부실 영장'을 자초했다"고 보도했다.

[단독]檢, 우병우 범죄사실 분량 1

'영장 기각'에 대해 검찰 내에서도 '부실 수사' 논란이 나왔다. 그동안 검찰 조직에 비판적 견해를 여러 번 밝혀온 의정부지검 임은정(43·사법연수원 30기)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 게시판에 '국정농단의 조력자인 우리 검찰'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검찰의 소극적인 수사 태도를 비판했다.

임 검사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영장 기각은 검찰 스스로 자초했다. 결국 검찰이 국정 농단을 도운 셈"이라며 "이번 사태와 관련해 검찰 수뇌부에 원죄가 있기 때문에 (영장 기각에 대해) 수뇌부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혁 변호사(법무법인 하율)는 "파고들수록 ‘제 살 깎아 먹기’ 식이 될 수 있어서 검찰 수뇌부와 연관된 부분은 영장 청구 사유에서도 뺐을 것"이라고 서울신문에 말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12일 오후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검찰 입장이 무엇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수사가 부실했다고 생각 안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영장이 기각된 것은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그건 법원 판단이고, 저희는 최선을 다했다. 그건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지난 9일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특별감찰관법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불출석) 등 혐의를 적용해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2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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