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식장 1시간에 수천만원 지출 너무 후회돼"

2017-04-1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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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유통팀 = "예식장, 예물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그 돈을 내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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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유통팀 = "예식장, 예물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그 돈을 내 집 마련과 미래 아이를 위해 쓸 것 같아요"

"(같은 배우자와) 결혼을 다시 한다면 어떤 것을 바꿔 준비하겠나"라는 질문에 1년 전 결혼해 올해 2월 첫 아이를 품에 안은 공무원 김 모 씨(36·고양시)는 이렇게 답했다.

김 씨와 마찬가지로 상당수의 결혼 1~2년 차 신혼부부들은 무엇보다 예식·예물·예단 등을 '사회적 통념'과 '주위 시선'에 맞춰 준비하느라 들인 돈과 시간을 가장 아까워했다.

결혼이 두 집안 사이 일종의 '거래'라는 인식 탓에 '다른 쪽 집안이 지출한 비용에 맞추느라', '할 것은 해야 한다는 양가 부모님의 권유에 따라' 예상보다 결혼 비용이 크게 불어났다고 후회하는 경우도 많았다.

◇ 김 모씨 "예식장 결혼 후회…스몰웨딩 시도해보겠다"

(남·공무원·36세·고양시 거주·2016년 결혼)

마포 지역 전문 예식장에서 결혼했는데, 예식장 비용만 2천만 원 들었다. 예물에 200만 원, 예단에 400만 원, 혼수에 600만~700만 원, 이른바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메이크업)에 300만 원 정도 쓴 것 같다.

500만 원의 하와이 신혼여행 비용까지 더해, 대략 양가를 통틀어 결혼 준비에 4천500만 원 정도 들었다.

나름대로 최대한 낭비를 줄이고 단출하게 준비하려고 노력했는데도 5천만 원 가까이 썼다.

다시 결혼을 준비한다면, 우선 일반 예식장을 이용하지 않고 '스몰웨딩'을 시도해보겠다. 요즈음 스몰웨딩을 위해 장소만 빌려주는 곳도 많고, 식사는 출장 뷔페로 해결하면 된다.

맞벌이라 웨딩플레너에 '스드메'를 맡겼는데, 사실 발품을 더 팔고 직접 알아봤으면 더 싸게 할 수 있었다.

자기 집도 아직 구하지 못한 처지에서, 이런 불필요한 비용을 모두 줄여 차라리 집이나 아이를 위해 저축하는 게 더 실속있는 것 같다.

◇ 정 모씨 "예식장 수 천만원 가장 아까워…'인생 단 한번' 부추김에 넘어가지 말 것"

(여·회사원·30세·서울 금호동·2016년 결혼)

신랑의 경우 나에게 명품백(600만 원), 시계(400만 원), 다이아몬드 장신구 세트(500만 원) 등을 선물했고, 처가에도 가방(200만 원) 등을 예단 격으로 보냈다. 24평짜리 아파트 전세 비용(4억5천만 원)도 신랑 측이 전적으로 부담했다.

나는 집 비용을 분담하지 않은 대신, 직장생활 4~5년 동안 저축한 1억 원을 거의 모두 결혼 준비에 쏟아부었다. 가전·가구 등 혼수에 1천800만 원, 시부모님 예복·모피·이불·그릇·은수저 등 예단과 신랑 측 예물에만 5천만 원 정도를 썼다.

결혼식은 강남 전문 웨딩홀에서 했는데, 양가 하객 600명을 초대해 4천500만 원 정도 들었다. 하와이 신혼여행 비용(1천만 원)과 스드메 가격까지, 정말 1억 원이 순식간에 없어졌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후회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예식장에 지출한 돈이 가장 아깝다. 한 두 시간 예식에 몇천만 원을 쓸 필요가 없었다.

사실 처음엔 간소한 결혼을 생각했으나, 신랑 쪽에서 집을 마련했기 때문에 우리 부모님이 "아무것도 안 하면 도리가 아니다"라시며 예단 등에 무리해서 돈을 지출한 것 같다.

예단을 받은 신랑 쪽에서도 부담스러웠는지 명품백, 예복 등을 답례로 준비하면서, 결국 양가 모두 지출이 예상보다 훨씬 더 커졌다. 하지만 평소 직장 일이 험해서 받은 명품과 다이아몬드 반지 등을 거의 사용할 일이 없다.

예식장이나 예단, 함에 들어간 비용을 현금으로 아껴서 갖고 있었다면 결혼 생활에 더 도움이 됐을 텐데.

결혼을 준비하는 커플이 있다면, "인생에 단 한 번"이라는 결혼 관련 업체들의 부추김과 부모님의 의견에 끌려 다니다 보면 지출이 끝도 없이 커지는 만큼 신랑, 신부가 중심을 잡고 준비하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 민 모씨 "양가 부모님 의견 존중하다가 결혼 비용 점점 커져"

(남·화장품 회사 근무·37세·서울 화곡동·2017년 결혼)

집을 결혼 전에 장만했기 때문에 주거 관련 비용은 인테리어 비용만 1천만 원 들었다.

이 밖에 양가 전체로 혼수 1천600만 원(가전 900만 원·가구 700만 원), 예물 3천만 원, 예단 500만 원 등을 썼다. 예식장은 서울 강남 쉐라톤 팰리스에서 했는데, 하객이 600명이 넘어 6천500만 원 정도 나왔다.

신혼여행은 발리로 갔고, 500만 원 정도 썼다.

종합적으로 인테리어비를 빼고도 1억3천만 원 정도 든 것 같다. 드레스니 뭐니 부대 비용까지 고려하면 1억4천만 원 정도 지출했다.

시간을 되돌려 다시 준비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예식장 비용을 줄이겠다. 일반 예식장에서 했으면 비용이 3분의 2 정도로 충분했을 것 같다

예물 비용도 과도했다고 생각한다. 요즈음 간단히 커플링만 맞추는 경우도 많은데, 우리의 경우 최상급 명품이 아닌데도 반지·목걸이·귀걸이 세트에 시계 등 구색을 갖추다 보니 돈이 너무 많이 들었다.

원래 예물을 최대한 줄이려고 했으나, 양가 부모님들이 꼭 해주고 싶다고 하시니 어쩔 수 없었다.

반대로 신혼여행의 경우 값이 두 배라 가지 못한 칸쿤, 몰디브 등으로 가고 싶다.

우리는 처음에 간소하고, 심플한 결혼을 염두에 뒀다가 양가 부모님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어 준비하면서 결혼 규모가 점점 커진 경우다. 부모님의 의견과 신랑, 신부 의견을 적절히 조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석 모씨 "예물·예단 생략한 것에 만족"

(남·호텔업종 근무·33세·서울 강서구·2016년 결혼)

서울 시내 특급호텔에서 결혼했는데, '스드메' 빼고 결혼식 비용만 4천만 원 정도 나왔다. 호텔 결혼의 경우 보통 꽃값, 밥값, 연주자 비용 등 항목이 매우 많은데, 연주자를 외부에서 부르는 등 최대한 선택 옵션을 줄여 상대적으로 지출을 줄였다. 하객은 300명 정도 왔다.

스튜디오 촬영은 하지 않았고, 드레스와 메이크업에 250만~300만 원 정도 썼다.

예물과 예단은 양가 합의에 따라 하나도 하지 않았다.

허례허식 같은 예물·예단을 하지 않고, 호텔 예식을 선택한 것은 만족스럽다. 호텔 예식이 일반 웨딩홀보다 비싸긴 하지만, 시간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웨딩홀보다 여유로웠다.

스튜디오 촬영의 경우 필요 없다고 당시에는 생각했으나, 시간이 지나니 '제대로 옷을 차려입고 화장했을 때 사진 한 장 남겨 놓을 걸 그랬나'하는 후회가 살짝 든다.

◇ 신 모씨 "스몰웨딩, 축의금 줄어 포기…집에 투자 집중"

(남·유통업체 근무·35세·서울 중림동·2016년 결혼)

집을 빼고, 예물·혼수·신혼여행·결혼식에 6천만 원 정도를 쓴 것 같다.

결혼식의 경우 2천만 원이 들었다. 당초 스몰웨딩도 고려했으나, 스몰웨딩 비용이 오히려 더 들 수도 있을 것 같아 포기했다. '스몰 웨딩'을 하려면 적은 하객을 초청해야 하는데, 이러면 축의금이 줄어 결과적으로 결혼비용이 더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생각해도 결혼 준비 과정에서 잘한 일은, 남자 예복을 빌리는 대신 차라리 예복을 사서 결혼식 이후 수선을 거쳐 평상복으로 활용한 점이다. 드레스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쓰임새를 키웠다.

양가 허락 아래 예물, 예단을 전혀 하지 않은 일도 뿌듯하다. 부모님 도움을 한 푼도 받지 않고 신랑, 신부 두 사람이 대부분의 돈을 전세 자금과, 그 집을 채울 인테리어와 가전·가구 등에 투자한 것은 정말 잘한 일 같다.

"다른 것 다 필요 없고 모든 비용을 집에 투자한다"는 생각이었는데, 요즈음 트렌드(추세)인 것 같다. 스튜디오 촬영도 제주도에서 삼각대를 놓고 '셀프 촬영'으로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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