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그만두고, 기술도 없고..." 취준생은 알바도 못 구한다

2017-04-1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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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연합뉴스 지난달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은

이하 연합뉴스

지난달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은 69만 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8만 3000명 늘었다. 종전 최대치인 68만 1000명(2010년 3월) 기록을 갈아 치웠다.

사실상 '백수'인 이들은 '갓수'(돈을 벌지 않고 취업준비를 하는 이들)라 불리는 일부 청년들을 제외하곤, 대부분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 하지만 취준생이라는 신분 탓에 아르바이트를 쉽게 구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예상이 안 되는 면접 일정 탓에 일정 기간 동안 꾸준히 알바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도 "취업준비생 알바들은 툭 하면 자리를 비운다"며 기피한다.

◇ 부모님 도움 부끄럽다. 하지만 이게 최선이다

배우진(27) 씨는 대학을 졸업한 2년 전부터 부모님 도움으로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 그 나이가 되도록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는 게 부끄럽지만, 취업을 위해선 부모님 돈으로 고비를 넘기는 게 최선이라고 믿고 있다.

배 씨는 "아르바이트라도 하면서 취업준비를 하면 되지 않냐는 댓글이 많았다. 그걸 보면서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취준생이 게을러서 알바를 안 하는 게 아니다. 알바를 '못' 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배 씨는 구직활동 초반에 알바를 구하려 집 근처 편의점, 식당 등에 지원서를 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면접 자리에서 "취업 준비하는 중이면 금방 그만두는 것 아닌가? 우리는 오랫동안 같이 일할 수 있는 직원을 찾는다"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배 씨는 결국 알바 구직을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실제로 오래 일 할 수도 없고, '입사 필기시험이다, 면접이다' 일을 자주 빠져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취준생 신분으로는 알바를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 취준생이라는 것을 숨기고 알바를 구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했다.

◇ "업주 입장에선 당연히 오래 일할 사람을 뽑죠"

4년째 경기도 구리시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최모 씨도 취준생을 직원으로 뽑는 게 곤란하다는 얘기를 했다.

최 씨는 "업주 입장에선 한 사람이 오래 일해주는 게 제일 좋다. 그런데 사람을 구하다 보니 대학교 졸업한 20대 중 후반 청년들이 금방 그만두는 비율이 높았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 취준생 알바생이 출근 3일째 되는 날 '3일 뒤에 면접이 있다'며 이틀 동안만 빠진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냥 다른 사람 구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최 씨는 그 후론 주부나 20대 초반 휴학생을 주로 알바로 쓴다고 했다.

'장기 알바' 시장에서 밀려난 취준생들은 어쩔 수 없이 1회성이나 단기 알바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최근 남녀대학생 1416명을 대상으로 '아르바이 선호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중 53.6%가 '단기알바'를 제일 선호한다고 밝혔다.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 일할 수 있어서(58.4%)'가 선호하는 이유 1위였다.

하지만 단기 알바 시장은 여성들에겐 특히 협소한 관문이다.

여성 취준생인 오인애(26) 씨는 "남성들은 그래도 좀 낫다. 건설일용직 같이 '힘 쓰는' 알바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여성들은 정말 할 게 없다. 에어컨 설치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다는 남자 동기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일거리를 기다리는 중장년층 일용직 근로 희망자들

◇ "기술도 없는 취준생을 미쳤다고 씁니까?"

오씨 말대로, 소위 '노가다'라 불리는 건설일용직에 20대 남자 취준생들이 몰리고 있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건설 일용직을 하는 데 필요한 '건설업 기초안전 보건 교육'을 이수한 20대는 2013년 3만 4651명에서 지난해 10만 839명으로 3년 만에 거의 3배로 늘었다. 일하는 시간을 본인이 선택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임금이 세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설 일용직 시장에서도 취준생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에 가까웠다. 서울 노원구에서 인력 사무소를 운영하는 장모 씨는 "아무리 일용직이라도 꾸준히 나오는 사람을 선호한다. 공사 현장 책임자들도 사람이 자주 바뀌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이 바뀌면 일을 새로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 씨는 "요새 힘 좋고 현장에서 잔뼈 굵은 사람들도 일을 못 구하는 판이다. 미쳤다고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취준생을 '어서옵쇼'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날 장 씨가 현장을 보낸 30여 명 인부 중 20대는 단 한 명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경험 많은 40대 이상이었다.

알바연대 최기원 대변인은 "결국 답은 근로기준법에 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이 알바 시장에서도 배척되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선 근로기준법 상 '연차'를 알바에게도 폭넓게 부여해야 한다고 최 대변인은 주장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5명 미만 사업장에선 알바 포함해서 직원들에게 연차를 부여하는 게 의무는 아니다. 5인 이상 사업장인 경우엔 알바 등 모든 근로자에게 법적으로 연차를 주어야 한다. 하지만 "알바가 무슨 연차냐"는 인식 탓에 연차를 자유롭게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최 대변인은 "알바가 당당하게 연차를 사용할 수 있는 제도와 사회분위기가 완비될 때 취준생이 알바 시장에서 배제되는 문제가 약간이나마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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