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서른... 시간 천천히 갔으면 좋겠어요ㅠㅠ" 박보영 인터뷰

2017-04-1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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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전성규 기자 15일 종영한 JTBC '힘센여자 도봉순'은 작고 갸냘픈 체구를 지닌

이하 전성규 기자

15일 종영한 JTBC '힘센여자 도봉순'은 작고 갸냘픈 체구를 지닌 소녀가 괴력을 발휘한다는 얘기다. 여주인공 '도봉순' 역할을 맡은 박보영 씨의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도봉순 상대역인 안민혁(박형식)과의 달달한 '케미'도 한 몫했다. JTBC 역대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박보영 씨를 18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박 씨는 밝은 목소리로 반갑게 기자들을 맞았다. 박 씨는 실제로도 사랑스러움 그 자체다.

인터뷰는 약 1시간 동안 이어졌다. 박 씨는 '연기'에 대해 얘기할 때는 눈을 반짝였고, 함께 출연한 배우들을 언급할 때는 그들 목소리를 흉내냈다.

박 씨의 다양한 표정과 제스처는 인터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소소한 취미와 인간관계 등 주변 일상을 얘기할 때는 아는 언니 같았다. 박 씨가 기자보다 1살 더 많다.

드라마가 끝이 났다

시원섭섭하다.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터라 시원하긴 한데,

생각보다 오래 같이 보낸 사람들이 많아서 섭섭한 것도 많다.

막상 떠나보내려고 하니까 아쉽다.

극중 상대역인 안민혁(박형식)과 달달한 씬이 많은 걸로도 유명했다. 본인이 느끼기에도 '이건 너무 설렌다' 싶었던 장면이 있었다면

민혁이가 "나 좀 사랑해줘, 바라봐줘"라고 했던 장면이다.

연기하기 전에는 '아, 이걸 어떻게 하려나' 했는데 막상 촬영 들어가니 되게 잘 하더라.

잘못하면 무서울 수도 있는 말인데, 서로 좋아하는 상태에서 그렇게 말하니까 '참 멋있다'고 생각했다.

곰TV, JTBC '힘센 여자 도봉순'

김광복(김원해)과는 코믹 연기로 웃음을 주기도 했다

제가 김원해 선배님한테 정말 많이 배웠다. 애드리브 하실 때마다 웃다 못해 울었다. 그만 웃고 연기를 해야 하는데 참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촬영 중간에 "정신 차리자"라고 하면서 제가 제 뺨을 계속 때리기도 했다.

방송에서 쓸 수 없는 애드리브도 많이 하셨다. "참아, 이 X년아"라고 하시는데 너무 웃기더라. 그래서 감독님이 "X년아는 안돼요"라고 했더니 선배님이 그러면 "삐처리하면 되지 않냐"고 하실 정도였다.

그리고 작품에서 제가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담당하다 보니 쉬는 타이밍이 없었다. 그래서 어느샌가 중요한 씬, 덜 중요한 씬을 나누게 되더라. 그런데 선배님은 한 씬도 그냥 넘어가시지 않으셨다.

그래서 그 모습을 보면서 '나 따위가 뭐라고. 너도 진짜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반성을 많이 하게 됐다.

그리고 제가 자신감도 없고, (연기가) 많이 모자라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는데, 그때마다 선배님께서 '너랑 할 때 너무 신나'라고 말해주셨다. 그 말에 너무 감동받아서 눈물이 났는데, 그 자리에선 울지 않으려고 꾹꾹 참았다. 그러고 나서 집에서 일기 쓰면서 울었다.

실제 성격은 어떤가. 극중 도봉순처럼 애교가 많은 성격인지

실제로는 애교가 별로 없다. 그래서 (봉순이처럼) 그렇게는 못할 거 같다.

대사 중에 '자기야'라는 게 있었는데, 죽었다 깨나도 '자기야'는 못하겠더라.

그래서 '민혁 씨'로 하겠다고 제작진에게 말한 적도 있다. 작가님한테도 너무 죄송했다.

촬영할 때는 저를 많이 놓고 했다. 생김새에 도움을 많이 받은 거 같다. 제가 날카롭게 생기지 않아서 그런지 똑같이 웃어도 더 좋게 봐주시더라. 딱히 표정 연기도 거울 보면서 연습하지 않고 그냥 방송 보고 확인한다. 드라마 보고서 '내가 이렇게 표정을 지으면 저렇게 나오는구나. 저건 정말 아니구나' 이렇게.

겉모습과 속이 참 다르다고 생각한다. 여성스럽지도 않고. 꾸미는 것도 잘 못한다. 다이어리 꾸미기도 시도해봤는데 지저분해지기만 하더라. 그래서 그냥 검은색, 빨간색 펜으로 일정만 적는다.

촬영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제가 현장에서 누나였는데, 안 좋더라. 막내가 좋은 것 같다. (박형식 씨는 91년생, 지수 씨는 93년생, 박보영 씨는 빠른 90년생이다)

그리고 계속 하다보니 이제는 스태프들 힘든 것도 보이고, 기술적인 면들도 많이 보이더라. 예전에는 내 것하기만 너무 바빴었는데. 그래서 이 작품 하면서 선배님들을 더욱 존경하게 됐다. 저는 아직 벅차더라.

그리고 박형식 씨가 애교가 진짜 많다. 현장에서 보면, 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여배우들이 분위기 메이커 한다고 그런 게 있는데 그런 역할을 형식 씨가 다 해줬다. 촬영 중간에 '으쌰으쌰'하면서 "정말 힘냅시다" 그런 것들.

지수 씨는 "어, 안녕하세요. 오늘도 한번 맞춰볼까요" 이런 식으로 예의 있게, 형식 씨는 대사를 농담 식으로 막 던지고 그랬다. "야 너 밥은 먹었냐" 이렇게 막 장난을 치는데, 그러면 저도 농담하고.

그래서 주변에서 '너네는 그렇게 할말이 많냐' 이런 얘기도 듣고 '둘 사이에 뭐 있는 거 아니냐'는 의심도 받았었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면 계속 대사 연습하는 거라서(웃음)

촬영 들어가기 전에 연습을 진짜 많이 했다. 농담 식으로도 하고, 그렇게 하다 애드리브도 하고 그래서 재밌었다.

차기작은

저는 작품 고르는 기준이 '너무 재밌고, 제가 안 해본 것'이다. '힘센 여자 도봉순'도 그런 생각으로 선택하게 됐다.

그런데 다음 작품부터는 앞으로 제 욕심을 많이 못 부릴 거 같다. 그렇게 하니까 하고 싶은 건 많은데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더라. 고집을 부리다 보니 작품 텀이 길어지기도 하고.

"제가 체구도 작고 그래서 은연중에 '내가 힘이 셌으면 좋겠다' 그 생각을 했었다. 제 겉모습만 보고 배려해주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게 배려가 아닐 때도 많았다. 현실에서 제가 힘이 없는 존재라고 느꼈던 적이 많아서…그래서 대본을 보고 더 마음이 끌렸던 것 같다. 제가 대본 보면서 느꼈던 걸 시청자들도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작품 캐릭터를 통해서만 할 수 있는 말이 있는 것 같다. 저도 모르게 은연중에 수동적인 캐릭터는 너무 싫더라. 봉순이는 힘이 세고,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으니까 최대한 남자한테 기대지 않는 연기를 하고 싶었다.

과거 출연했던 영화 '돌연변이' 같은 경우엔 내가 사회적으로 고민하고 문제 제기할 만한 것들이 많았다. 그런거하면서 약간의 희열도 있었고.

일반인으로 목소리를 낼 때와 배우로서 캐릭터로 연기를 보여주는 거랑 많이 다른 것 같다.

차기작서 함께 출연하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앞서 여진구 씨를 언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제 그런 얘기를 함부로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제가 "여진구와 작품 하고 싶다"고 말한 후부터 여진구 씨 인터뷰마다 제 얘기가 나오더라. 그게 너무 불편할 것 같아서 이제 그런 얘기 안 하려고 한다.

그리고 함께 작품에 출연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인연이 되니까 만나는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저와 비슷한 성향, 분위기인 분들과 호흡을 맞춘 경향이 있긴 하다. 그래서 저도 (저와는) 다른 느낌의 분들과 붙으면 어떨까 하는 궁금증은 있다.

배우 외 인간 박보영으로서의 삶도 궁금하다. 과거 인터뷰서 "교보문고를 좋아한다"고 한 게 인상적이기도 했는데

특히 강남 '교보타워'를 좋아한다. 거기에 책과 문구류, CD, DVD 다 있지 않나. 그런 것들 구경하는 거 좋아한다. 펜 사기 전에 한번 종이에 써보고, '이건 좀 굵다' 생각도 해보고. 그리고 제가 일기를 쓰다 보니 일기장이나 다이어리도 꼼꼼히 본다. 특히 속지가 어떤 모양인지, 그리고 이건 너무 좋은데 왜 줄이 없을까 하는 식으로 자세히 본다.

책도 좋아하는 편인데, 요즘엔 잘 안 읽다보니 어휘력이 떨어지는 걸 느끼고 있다. 그래서 지금도 머리가 잘 안 돌아간다. 이번에 좀 쉬면서 책도 많이 읽으려고 한다.

드라마 휴가 때도 책을 좀 가져가려고 한다. 촬영 시작 전에 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모방범'을 읽고 있었는데 2권까지밖에 못 읽었다. 휴가지에서 3권 읽을 생각이다.

(Q. 교보문고서 박보영 씨 알아보는 사람들은 없는지) 저랑 눈이 마주치면 대충 아시는 것 같더라. 상대 쪽에서 긴가민가할 때 저는 다른 층으로 사라진다. 직원분들은 제가 물건 살 때 아시고 "포인트 쓰시겠어요"라고 물어봐주시기도 한다.

저는 마스크만 쓰고 다녀도 사람들이 잘 모른다. 물론 알아봐 주실 때도 있는데 그렇게까지 불편하진 않고, 그 정도 불편함은 감사하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도 이일을 하면서 얻는 것들이 많이 있으니까.

지금처럼이 너무 좋다고 생각한다. 길거리도 다니고 산책도 하고 교보문고도 잘 가니까.

악플에 대한 심경도 밝혔다. 박보영 씨는 "기사는 다 보고, 댓글은 봤다 안봤다 한다. 선플 8개, 악플 2개를 보면 악플 2개만 계속 기억에 남더라. 그리고 그게 몇달을 괴롭히고, 생각을 계속 하게 되니까 괴롭다. 악플 중에 연기력이나 목소리 지적이 있으면 문제가 된 장면을 계속 돌려보는 편이다"고 말했다

(교보문고에서) 즐겨듣는 노래가 있다면?

날씨나 기분에 따라 듣는 리스트가 다르다. 음악도 참 사람한테 많은 감정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늑대소년' 촬영할 때는 김광진 '편지'에 꽂혀서 슬픈 장면 찍을 때 무조건 들었다. 요즘엔 '서른 즈음에' 듣고 있다. 힙합도 많이 듣고 있고… 얼마전에 타이거JK 만난 적이 있는데 너무 행복했다. 제가 좋아하는 앨범 들고 가서 '여기 사인해주세요' 했는데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고등래퍼' 최하민, 김선재, 타블로 노래도 되게 좋아한다. 힐링이 많이 되더라.

곧 서른을 앞두고 있는데 (박보영 씨는 빠른 90년생이다. 학교를 일찍 입학해 친구들은 89년생, 2017년 현재 29살이다)

시간이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 시간이 너무 빠른 것 같다.

지금보다는 저를 많이 사랑하고 있는 서른 살이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떤 작품에든 주저 없이 들어갈 수 있는 그런.

근데 막상 서른이라니까 너무 싫다. 안 왔으면 좋겠다ㅠㅠ 그때도 철은 안 들 거 같다.

앞서 또래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회초년생' 역할을 맡기도 했다. 일반인 친구들도 자주 만나나

일반 친구들을 만날 땐 힘들단 소리를 안 한다. 그게 배부른 소리더라.

일반인 친구들도 많은데 저는 이제는 거의 듣는 편이다.

제 고민을 얘기하면 일단 친구들이 공감을 잘 하지 못한다.

한 번은 친구가 "넌 하고싶은 거 하잖아"라고 얘기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아, 내가 말하는 게 얘네한테는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는 얘기를 잘 안 한다. 물론 그런 걸 이해해주는 친구들도 있긴 하다.

그래도 배우 생활 관련 고민은 같은 업계 사람들과 많이 얘기하는 편이고, 일반인 친구들과는 주로 수다를 떠는 편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지금 삶에 만족한다. 개인적인 박보영의 삶과 배우로서의 삶의 균형이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쪽에 더 치우치게 되면 다른 한쪽의 삶이 너무 힘들어질 것 같은데, 저는 둘 다 놓치고 싶지 않다.

평범한 나로 살 수 있는 날들이 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휴식기에는 누군지 모르고 할 수 있는 것들(서점 가기, 책 읽기 등)을 많이 하면서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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