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간 날은 무조건 첫차"...경기도민 공감 13선

2017-04-1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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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는 시민 약 1300만 명이 모여 사는 거대한 지역이다. 국민 4명 중 1명이 경기도

경기도는 시민 약 1300만 명이 모여 사는 거대한 지역이다. 국민 4명 중 1명이 경기도에 사는 셈이다. 하지만 역시 대한민국은 아직까지 '서울공화국'이다. 교육, 행정, 문화 시설 등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기도를 베드타운(잠만 자는 곳)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집은 경기도권이지만, 서울에서 활동해야 하는 이들이 공감할 만한 상황을 모아봤다.

1. 서울 클럽에서 논 경기도민, 새벽 첫차를 타게 될지어다

셔터스톡

세상에서 제일 피곤해 보이는 청년들을 보고 싶다면? 주말 홍대입구역에서 첫차를 타면 된다. 자리에 앉자마자 고개를 '휙휙' 돌리며 잠든 이들이 부지기수다. 술 냄새 난다고 너무 욕하지 말자. 이들은 오전 2시부터 5시 30분까지 역 근처를 어슬렁거리다가 겨우 첫차를 탄 경기도민일 확률이 높다.

'분명 홍대에서 잠들었는데 눈 떠보니 또 홍대', 일명 '홍대 타임 슬립'을 경험한 이들도 부지기수다. 새벽에 부담 없이 택시 타고 집에 갈 수 있는 서울 시민들이 부럽다.

2. "서울 나간다"라는 표현을 쓴다

플리커

당연하게도 서울시민들은 "서울 나간다"는 표현을 거의 쓰지 않는다. 대신 구체적인 지명을 사용한다. "오늘 가로수길 나가?", "압구정 나오면 연락해" 등. "서울 나간다"라는 표현은 서울 인근에 사는 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듯하다.

기자도 "서울 나갔다가 들어오는 길에..."라는 표현을 썼다가 서울 토박이들에게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며 놀림을 당한 적이 있다. 10년도 지난 일이지만 안 잊힌다. 부들부들.

3. 그래도 서울 나갈 때 약간 설레는, 그런 마음이 있다

동네에서 술 한잔할 땐 무릎이 잔뜩 나온 청바지를 입는다. 편하니까. 하지만 서울 놀러 나갈 땐 그게 잘 안 된다. 화장도 약간 더하게 되고 머리에 왁스도 바르게 된다.

한 친구는 "서울 나갈 때 너무 꾸미면 촌스럽게 본다"며 항상 슬리퍼 차림을 고집했다. 그 친구, 사람 꽉 찬 2호선에서 구둣발로 발 밟혀 피났다. 친구야, 너 그날 눈물 그렁그렁 한 거 되게 없어 보이더라.

4. 경기도민은 걸어 다니는 대중교통 어플

연합뉴스

늦게 집에 가려면 어쩔 수 없다. 생존형 암기다. 몇 시 지하철을 타야 30분에 한 대 오는 광역버스를 바로 탈 수 있는지 꿰고 있지 않으면 그 날 집에 못 간다. 본인의 평균적인 걸음 속도, 속보 시 이동 속도, 뛰었을 때 걸리는 시간 등도 이미 머릿속에 있다. 본인이 타는 호선 급행열차 시간표도 알고 있다.

한 경기도민이 같이 술을 먹다가 "나 이제 집에 가야 해"라고 말하면 보내주도록 하자. 최적의 타이밍을 계산해 나온 '황금 시각'이다. 못 가게 하려면 택시비라도 주던가!

5. 야! 우리 동네가 네가 사는 서울 거기보다 집값 비싸거든!

서울도 지역과 위치에 따라 집값 땅값이 제각각, 경기도 역시 제각각이다. 이 부분은 괜한 분란이 일 거 같아 넘기겠다.

6. 아빠가 쓰는 '낚시의자' 가지고 다닐까 고민한 적 있다

연합뉴스

지하철을 한 시간 이상 타다 보면 아무리 튼튼해도 다리가 아프다. 불편한 신발이라도 신은 날엔 어휴. 아빠가 낚시 갈 때 사용하는 휴대용 의자를 갖고 타볼까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지하철 끝 칸 벽이나 출입문 옆, 봉 손잡이 부근에 딱 붙어 앉으면 될 거 같긴 한데, 좀 부끄러울 거 같아 시도해 본 적은 없다.

7. 경고합니다. 서울로 통학하는 대학생분들, 1교시 수업 듣지 마세요

연합뉴스

단순히 '멀다'의 문제가 아니다. 1교시를 듣기 위해선 지옥철을 학기 내내 견뎌야 한다. 악명 높은 서울 지하철에 아침마다 1시간 이상씩 시달리다보면 "휴학하고 싶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기진맥진해 수업 시작하자마자 잠이 드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1교시 전날 밀려오는 미묘한 압박감도 무시 못 한다. 고등학교 때는 그 새벽에 어떻게 등교해 공부했는지 모르겠다. 떠올려 보니 그때도 1교시엔 잤던 거 같기도 하고...

8. 교과서를 놓고 왔다면 적게 잃은 것이요, 이어폰을 두고 왔다면 많이 잃은 것이요, 휴대폰을 두고 왔다면 "넌 이미 죽어 있다"

픽사베이

통학 길 휴대폰과 이어폰은 경기도민에게 필수 아이템이다. 길고 긴 통학, 통근 시간의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각종 드라마, 라디오, 팟캐스트를 들으며 통학 여행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어폰을 집에 두고 왔다는 사실을 눈치챈 순간부터 불안이 엄습한다. 무거운 전공 책 따위 잊은 건 아무 문제도 아니다.

9. 나도 집 먼데 기숙사 맨날 탈락해 ㅠㅠ

일반적으로 기숙사는 집이 먼 이들에게 우선권이 있다. 사실 그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통학에 4시간씩 소요되는 경기도민도 많다. "대전에서 오는 친구보다 경기도 사는 내가 더 오래 걸리는데 난 맨날 탈락이다"라고 불만을 토로하는 친구들이 많다.

모든 희망자들이 탈락의 슬픔 없이 기숙사에서 살면 좋겠다.

10. 이보게 경기도민 관상가 양반, 어디 내가 다음 역에서 내릴 상인가?

영화 '관상' 스틸컷

라면을 끓일 때 각자 방법이 있듯이, 경기도민들은 지하철에서 일찍 내릴 사람을 알아채는 각자의 노하우가 있다.

기자의 경우엔 교복 입은 학생들을 노린(?)다. 한 시간 이상씩 지하철을 타는 학생은 드물기 때문이다. 물론 언제나 성공하는 건 아니다. 혹시 자기만의 자리 차지법이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보자.

11. 싫은 사람과 함께면 우리 집은 멀고, 좋은 사람과 함께면 가깝다

경기권에 산다는 게 때론 큰 장점이 될 때가 있다. 회식이나 불편한 자리가 있을 때 "저 집이 경기도 OO이라서요. 차가 곧 끊겨요"하면 부담 없이 자리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 술자리나 모임이 즐겁다면 상황은 바뀐다.

"너, 늦었는데 안 가봐도 돼?", "우리 집 가까워, 빨간 버스 늦게까지 있으니까 걱정 마!" 경기도민의 귀가 시간은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마법 고무줄이다.

12. 사는 곳을 설명하는 고정 멘트가 있다

셔터스톡

"남양주시에 살아요. 구리시 바로 옆에 있는 곳이고요. 서울에서 춘천 가는 길목에 있습니다. 경기도 양주시랑은 아무 관련도 없습니다".

서울 바깥에 사는 이들은 서울 갈일이 많지만, 서울시민들은 경기도에 나올 일이 좀처럼 없다. 그래서 몇 군데를 제외하면 말해줘도 어딘지 잘 모르거나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어, 남양주시 들어봤어! 거기 의정부 바로 옆 아니야?" 응. 아니다.

13. 서울 밖으로 나가는데 여권 필요 없어

픽사베이

서울에 오래 살게 되면 '심리적 거리'라는 게 생기는 모양이다. 서울 친구가 경기권으로 놀러 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경기권에 사는 친구들은 아무 부담 없이 1시간씩 들여 서울에 나간다. 심지어 그게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다.

서울 사는 친구에게 "우리동네 한 번 놀러와라"하면 "히엑! 멀어서 거길 어떻게 가!"하는 경우가 있다. 그럼 살짝 섭섭하다. 너나 나나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건 비슷한데 왜 맨날 나만 서울로 가니!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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