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눈을 떴다" 이번 대선에는 꼭 투표할 거라는 20대

2017-04-26 12:20

add remove print link

건국대 / 위키트리 "정치가 많은 걸 바꿀 수 있구나, 내가 정치에 너무 냉소적이었구나 깨

건국대 / 위키트리

"정치가 많은 걸 바꿀 수 있구나, 내가 정치에 너무 냉소적이었구나 깨달았다"

건국대 졸업생 한모(남・27) 씨가 서울 광진구 건국대 교내 게시판에 붙은 한 게시물을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박근혜 퇴진 운동의 교훈'을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된다는 내용이었다.

한 씨는 이 토론회에 참석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사실 이제야 정치에 눈을 뜨고 있다"며 "'그 놈이 그 놈'이라고 생각해 18대 대선 때는 투표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씨가 정치에 눈을 뜨게 된 계기는 지난해 10월부터 주말마다 열린 촛불집회였다. 한 씨는 "촛불집회로 대통령이 탄핵됐고 사회 주요 인사가 구속되지 않았냐"며 정치의 '위력'을 느꼈다고 했다.

건국대 문과대학 12학번 윤모(여・24) 씨는 다음달 9일에 있을 19대 대통령 선거가 "축제" 같다고 표현했다. 윤 씨는 "선거권이 생긴 이후 모든 투표에 참여했는데 이번처럼 선거가 기다려지긴 처음"이라며 "대통령 탄핵 사태를 겪은 후라 내 표가 왠지 더 소중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하 뉴스1

19대 대선을 향한 20대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20대 투표율도 상당히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중앙선관위 여론조사를 봐도 20대 적극 투표 의향은 이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관위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월드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0,11일 만 19세 이상 전국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조사를 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 20대 적극 투표 의향은 84.2%에 달했다. 전 연령 적극 투표 의향인 82.8%보다 높은 수치이며 60대 적극 투표 의향(84.7%) 다음으로 높다.

'19대 대선 대학생 요구 실현을 위한 전국 대학 학생회 네트워크'가 지난 13∼17일 전국 대학생 4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답한 대학생이 91.6%에 달했다.

선거 때마다 20대 투표율이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온 게 사실이다. 심지어 진보 진영에선 '20대 개새끼론'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선거 패배가 투표에 관심이 없는 20대 때문이라는 논리다.

역대 선거 세대별 투표율을 분석해 보면 실제로 20대 투표율이 가장 낮았다. 2012년 18대 대선 당시 20대 투표율은 68.5%로 평균 투표율 75.8%에 못 미쳤다. 2014년 치러진 제6회 지방선거에서 20대 투표율은 48.4%(평균 56.8%), 2016년 20대 총선 당시 20대 투표율은 49.4%(평균 58%)에 그쳤다.

하지만 20대들은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말한다. '탄핵 사태'를 가장 주된 이유로 꼽았다. 촛불집회를 거쳐 대통령을 탄핵시킨 '승리의 경험'이 20대들 인식을 바꿨다는 것이다.

고려대 철학과 14학번 이모(여・22) 씨는 "내가 태어난 후로 '국민의 힘'이 이렇게까지 가시적으로 드러난 일이 없었는데 이번 탄핵 사태를 보며 여론이 얼마나 무서운지 느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정치적 효능감이 높아졌다"고도 했다. 정치적 효능감이란 자신의 정치 참여가 실제 정치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뜻한다.

이 씨는 "내 표로 무언가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니 정치가 삶의 한 부분이 됐다"며 "주변 친구들도 정치적 효능감이 높아진 상태"라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는 20대 초반 청년들도 많았다. 세월호 희생자와 동갑이라는 권모(남・21) 씨는 "우리 세대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어른들에게만 정치를 맡겨서는 안 된다는 걸 고등학교 때부터 깨달았다"고 말했다.

대학생 네트워크

여론조사기관 월드리서치 관계자는 "20대의 정치에 대한 관심도, 투표 의향도 높게 나타나고 있는 건 확실하다. 역대 선거 중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뜨겁다"고 했다.

대학생 대선 네트워크 대표인 이경은(23) 한양대 총학생회장은 "대학생들이 취업난 등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정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내 사전투표소 설치 요구 등 대선 네트워크 활동 전반에 대한 학생들 지지가 높다"며 "최근 대학가에서 대선 참여 열기가 얼마나 고조돼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단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젊은층의 주권 의식이 고양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종훈 평론가는 "젊은층은 기성세대에 의해 기회를 봉쇄당해왔다"면서 "이번 대선은 남다른 의미에선 젊은층 스스로 우리 미래를 우리가 열겠다는 의지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20대 정치 파워에 대해 회의를 갖고 있는 이들도 있다. 고령 인구가 점점 많아지면서 정치인들은 '노인을 위한 정치'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 생각이다.

이번 대선에서 최대 유권자층은 '60대 이상'이다. 총 유권자는 4239만 574명인데 60대 이상 인구는 1023만 5951명으로 전체 19.8%를 차지한다. 20대는 674만 1662명(13.0%), 30대는 751만569명(14.5%), 40대는 877만9846명(17.0%), 50대는 845만4764명(16.4%)이다.

직장인 조모(남・28) 씨는 "최근 쏟아지는 청년 관련 정책들을 보면 재원 마련에 대한 대책이 너무 미흡하다. 현실이 이런데도 20대에게 '내 한 표가 미래를 바꾼다'고 하는 건 사기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년들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나이 든 정치인들에 의한 '늙은 정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home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