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핵실험 피해자' 호주 원주민, 치료 받을 수 있게 돼

2017-05-09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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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영국의 핵실험이 실시된 남호주의 에뮤 필드 / 호주 부린자 문화센터 (시드니=연

1953년 영국의 핵실험이 실시된 남호주의 에뮤 필드 / 호주 부린자 문화센터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1950년대와 1960년대 영국이 호주에서 한 핵실험의 원주민 피해자들이 수십 년에 걸친 노력 끝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호주 정부는 영국의 핵실험에 따른 원주민 피해자들에게도 참전용사들에게 제공하는 수준의 의료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호주 ABC 방송이 9일 보도했다.

현재 호주 참전용사들에게는 소위 '골드 카드'(Gold Card)가 제공되고 있으며, 이 카드는 치료비의 대부분을 무료로 지원받을 수 있다.

영국은 1952년부터 1963년까지 남호주의 마랄린가와 에뮤 필드, 서호주의 몬테 벨로 섬 주변에서 핵실험을 실시했다.

오랜 세월 실험 대상 지역에 살던 많은 원주민이 강제로 이주했지만, 그대로 남았던 일부는 높은 수치의 방사능에 노출돼 고통을 겪어왔다.

한 연구에 따르면 마랄린가에서는 원주민 1천200명이 방사능에 노출됐다.

또 1985년에 시행한 조사 결과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상당한 양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기도 했다.

호주 정부의 이번 결정은 피해 당사자와 가족, 후원자들의 수십 년에 걸친 노력 끝에 나왔다.

남호주의 원주민 지원단체인 '원주민 법적 권리 운동'(ALRM) 측은 정부의 결정이 너무 늦었다고 아쉬워하면서도 환영했다.

이 단체는 또한 피해자들에게 보상책이 마련돼야 하며 필요하다면 피해자 후손에게도 의료 지원이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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