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안방 극장 눈물 바다 만들었던 '설탕물 할머니' 근황

9년 전, 안방 극장을 눈물 바다로 만들었던 '설탕물 할머니' 근황이 공개됐다.

지난 14일 방송 10주년 특집으로 꾸며진 KBS1 '다큐멘터리 3일'에서는 9년 전인 2008년, 가난 때문에 설탕물로 저녁을 때워 시청자들 사이에서 '설탕물 할머니'라 불린 할머니 근황이 전해졌다.

이하 KBS2 '다큐멘터리 3일'

제작진은 당시 '설탕물 할머니'가 폐지를 주워다 팔았던 서울 양천구 한 고물상을 다시 찾았다. 하지만 할머니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고물상 주인은 "할머니가 방송 몇 개월 뒤 멀리 이사갔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대신 9년 전 "고생한다"며 취재진에 요구르트를 건네줬던 안막내(82) 할머니를 만났다. 안 할머니는 제작진을 보자마자 "오랜만에 만났다"라며 웃었다.

안 할머니는 9년 전보다 허리는 더 굽고, 머리는 더 새하얗게 변해있었다. 제작진에 따르면, 할머니는 예전처럼 하루 종일 폐지를 줍진 않는다. 소일거리 삼아 하나 둘 주운 폐지를 인근 고물상에 내다 판다. 할머니의 딱한 사정을 아는 이웃들이 폐지를 일부러 할머니 집앞에 두고 가기도 한다.

할머니는 제작진을 집으로 초대했다. 이어 "밥 안 잡쉈으면 밥 챙겨주겠다"며 우유 하나를 건넸다.

할머니는 지금 혼자 살고 있다. 장애가 있는 두 아들이 독립해 새 살림을 차렸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지금 자기네들 벌어먹느라, (아들들이) 내가 해주는 건 받아먹으려고 안 한다"며 "쌀 씻어, 밥 안 해줘도 돼. 둘 다 나가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할머니에게 "언제까지 일하실 거냐"고 물었다. 할머니는 "죽도록까지, 내가 죽어야 안 하지"라며 "놀면 뭐 해"라고 말했다.

제작진이 떠날 채비를 하자 할머니는 문 앞까지 마중을 나왔다. 제작진이 "10년 뒤에 또 만나요"라고 말하자 할머니는 "10년 뒤에 못 만난 걸. 내가 그때 살지 안 살지 모른다"며 "사람은 운명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거야. (그런데) 만나면 더 좋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