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굽니꽈아아~~” 보이스 트레이닝 체험해봤다

2017-05-1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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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굽니꽈아아”함께 들은 수강생은 4명이었다. 20대 대학생부터 50대 직장인까지 다양했다. 대

“누굽니꽈아아”

최근 목소리 변화로 화제가 된 정치인이 있다. 제19대 대선에 출마했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다. 안 후보는 기존의 나긋나긋한 목소리에서 강하고 굵은 중저음으로 목소리에 변화를 줬다. 이미지가 확 달라졌다는 평을 들었다.

이처럼 목소리는 사람 이미지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호감, 신뢰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후보자 토론 스피치 평가요인에 관한 연구(2015)'에 따르면 명료한 발음과 적절한 속도, 자연스러운 억양 등 스피치 실력이 좋을수록 상대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다.

정말 목소리를 바꿀 수 있을까. 평소 부정확한 발음과 다소 작은 목소리가 콤플렉스였던 기자, 직접 ‘목소리 교정’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지난 10일 서울시 중구에 있는 스피치학원 'W스피치'를 찾았다. 2달 코스 8회차로 이뤄지고 있는 '보이스트레이닝' 수업 중 마지막 8회차 수업에 참석했다.

이날 참여한 보이스트레이닝 수업 진행 순서, 일주일에 한번, 두시간씩 수업을 듣는 코스다. 약 50분 동안 워밍업과 복식호흡, 발성훈련으로 목을 풀어준 뒤 잠시 쉬는 시간을 갖고 나머지 시간동안 발음연습, 낭독훈련, 스피치 등을 하는 식이다. 해당 학원 커리큘럼 상 마지막 수업이었던 8회차에선 그동안 배웠던 내용 정리와 최종 스피치 비디오 녹화 시간 등이 추가됐다 / W스피치

함께 들은 수강생은 4명이었다. 20대 대학생부터 50대 직장인까지 다양했다. 대학생들은 취업 면접 대비용으로, 직장인들은 자기계발 등 목적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고 했다.

이날 수업을 이끈 조민정 강사는 "학생 개개인의 목소리 상태를 진단하고 개별 코칭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기 때문에 소수 정예로 운영하는 편"이라고 했다.

수업 공간은 일반적인 강의실 내부와 비슷했다. 차이가 있다면 책걸상이 일렬이 아닌 둥글게 모여 있었다는 점이다. 벽 한 면이 거울이었던 점도 독특했다.

다른 수강생들과 눈인사를 한 뒤 강의실 한 자리에 앉았다. 가방에 있는 공책과 펜도 꺼냈다. 그때까지만 해도 '보이스트레이닝'에 대한 내 생각은 '그냥 자리에 앉아서 목 좀 풀다 책 읽는 거겠지'정도였다.

그런 와중에 난데없이 들은 말 "자리에서 일어나세요"

조민정 강사는 “몸의 긴장이 완화된 상태여야 편안하고 부드러운 소리가 나온다”면서 “신체 운동 전에 준비운동을 하는 것처럼 발성 훈련 전에도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는 게 좋다”고 했다.

강사 지도 하에 거울 벽을 바라보며 스트레칭을 했다. 목을 양쪽으로 돌리고, 어깨를 좌우로 크게 돌리는 등 주로 어깨와 목 근육 중심으로 했다.

워밍업 시간 / 이하 전성규 기자

그 다음 집중적으로 근육을 풀어준 곳은 얼굴이었다. 양 볼에 바람을 빵빵하게 넣는 동작, ‘ㅗ’와 ‘ㅏ’ 입모양을 크게 하면서 혀로 ‘똑딱똑딱’ 소리를 여러 번 내는 동작, 입술을 오므리고 쭉 내민 상태에서 시계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돌리는 동작 등을 하면서 얼굴 전체적인 근육을 풀었다.

워밍업이 끝난 후 복식호흡 시간이 이어졌다. '복식호흡'은 복부를 움직이면서 하는 호흡이다. 숨을 코로 들이마시면서 공기를 아랫배에 채운 후 아랫배를 당기면서 공기를 몸 밖으로 내보낸다. 이때 하품하듯 입을 크게 벌려 숨을 내쉬면서 "아"라고 소리 내면 된다.

숨을 들이마시고 배에 살짝 힘을 주면서 말하니 자연스럽게 목에서 힘이 빠졌다. 평소 목으로 소리를 낼 때보다 훨씬 부드럽고 힘 있는 목소리가 나온 느낌이었다.

목소리를 풍성하게 만드는 '마스크 공명 발성'도 배웠다. 입을 "아"하고 크게 벌린 뒤 입 안에 큰 사탕 하나를 문다고 상상하면서 "옴"하고 입을 다무는 걸로 시작했다. 복식호흡으로 숨을 들이마신 후 부드럽게 숨을 내쉬면서 "음~마~메~" 등 식으로 허밍을 했다.

강사 지도 하 기자를 포함해 수강생들이 낭독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왼쪽), 한 명씩 개별 피드백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개별적으로 피드백을 받은 뒤 교실 앞으로 나와 영상 촬영하는 시간도 가졌다. 앞서 훈련했던 예시 문장을 읽는 시간이다. 현재 목소리 상태를 진단하는 목적에서 사용되는 영상인데, 해당 센터의 경우 매 수업 시간마다 영상을 찍고, 수강생에게 메일로 보내줘 목소리 전후 변화를 체크할 수 있도록 했다
강사 지도 하 기자를 포함해 수강생들이 낭독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왼쪽), 한 명씩 개별 피드백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개별적으로 피드백을 받은 뒤 교실 앞으로 나와 영상 촬영하는 시간도 가졌다. 앞서 훈련했던 예시 문장을 읽는 시간이다. 현재 목소리 상태를 진단하는 목적에서 사용되는 영상인데, 해당 센터의 경우 매 수업 시간마다 영상을 찍고, 수강생에게 메일로 보내줘 목소리 전후 변화를 체크할 수 있도록 했다

강사에 따르면 "옴"하고 입을 다물면 입안에 둥글게 빈 공간이 생긴다. 빈 공간에 공기를 모아서 허밍을 하는 순간 풍성한 공명음(성대를 떨게 한 공기가 구강이나 비강으로 흘러 나갈 때 덜 막혀 울리는 소리)이 일어난다. 이때 발성기관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중저음 톤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허밍할 때는 마치 저 멀리 있는 과녁을 맞힌다고 상상하고 멀리 내뱉으라고 직접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따라해보니 훨씬 시원하게 뻗어가는 목소리가 나왔다.

연신 배에 힘을 준 상태에서 소리를 내지르려니 숨이 가빠졌다. 서너 번 반복하니 이마에 땀이 맺혔다.

10분 정도 쉰 후 다시 수업에 임했다. 교재에 있는 문장과 장문의 글을 읽으며 낭독 훈련을 하는 시간이었다. 이를테면 배에 힘을 주고 끊어 말하고, 주요 키워드에 힘을 주는 식이다.

W스피치센터 보이스트레이닝 체험 전후 비교 영상 / 유튜브, 우지은

어느 정도 몸을 풀어주고 복식호흡도 한 상태라 그런지 목소리가 시원시원하게 나오는 느낌이었다. 다른 수강생들 목소리도 마찬가지였다. 목소리 자체에서 힘이 느껴졌다. 음색도 꽤나 선명했다.

물론 이들도 처음부터 목소리가 좋은 건 아니었다고 했다. 함께 수업을 들은 취업준비생 정은지(24) 씨는 “면접 대비용으로 두 달째 수업을 듣고 있다”고 했다. 면접 준비를 하면서 다소 목소리에 불만을 갖고 있던 차, 이런 목소리 교정 수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면접 대비로 '목소리'를 준비하는 건 설득력이 있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기업 인사담당자 60명을 대상으로 "응시자 목소리가 채용 결정에 영향을 미치냐"는 질문을 한 결과 응답자 92.7%가 "그렇다"고 답했다고 한다.

대학생 강주은(24) 씨도 취업을 위해 수업을 듣고 있다고 했다. 강 씨는 "서비스직을 준비하는데, 고객 응대가 많은 특성상 발성을 다듬어 안정감 있는 목소리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보이스 트레이닝'과 '스피치 트레이닝'은 다르다고 한다. 보이스 트레이닝이 목소리 교정 자체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스피치 트레이닝은 말하는 방법에 포커스를 맞춘 훈련법이다.

조민정 강사는 “전달력은 괜찮은데 목소리가 약하면 보이스, 반대로 목소리는 괜찮은데 발표 공포증이 있다거나 그러면 스피치 수업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보이스 트레이닝은 단 기간 내엔 별로 효과가 없다고 했다. 복식호흡을 이용한 발성훈련, 낭독훈련 등을 거쳐 목소리가 개선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소 몇달 코스로 이뤄진 게 일반적이다. 가격대도 수강생 인원, 수업 방식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1달 기준으로 10만원대에서 비싼 곳은 100만 원대도 넘는다고 한다.

수술·시술로 목소리를 교정하는 방법도 있다. 성대 근육에 보톡스를 주입하는 ‘성대 주사’, 성대 길이를 줄여주는 ‘성대단축술’ 등이다. 주로 성대결절, 연축성 발성장애(목소리가 떨리고 끊기며 쉰 목소리가 나는 질환) 등 발성훈련만으로 교정이 어려운 환자들에 한해 이뤄진다.


지난 2015년 대한후두음성언어의학회 발표에 따르면, 성대나 골격 이상 없이 발성 습관이나 심리적 원인 등으로 인한 목소리 이상은 충분히 비수술적인 방법(발성훈련 등)으로 치료할 수 있다. 단, 본인의 성대 구조와 발성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훈련을 하면 오히려 이로 인해 음성 질환이 생길 수 있다며 주의를 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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