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유명 웨딩홀 폐업…예비부부 50쌍 '날벼락'

2017-05-2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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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자로 부도처리된 A 웨딩홀 문앞에 붙은 안내문 / 뉴스1 (서울=뉴스1) 이후민

지난 12일자로 부도처리된 A 웨딩홀 문앞에 붙은 안내문 / 뉴스1

(서울=뉴스1) 이후민 기자, 김다혜 기자 =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대형 웨딩홀의 갑작스런 부도로 예약했던 예비신랑·신부 수십쌍이 결혼식을 목전에 두고 막심한 피해를 입게 됐다. 피해자들은 웨딩홀 대표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A 웨딩홀은 지난 12일자로 부도처리 됐다. 이후 웨딩홀 측이 18일 예약한 예비신랑·신부들에게 "경영악화로 인해 부도처리가 돼 폐업을 하게 됐다"며 "사업장의 대표 및 운영진은 현재 연락두절 상태이고 직원들 또한 직면한 사태를 수습하고자 이러한 소식을 전하게 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피해자들은 말 그대로 '날벼락'을 맞았다.

A 웨딩홀 측 관계자는 "원래 같은 웨딩홀 이름으로 다른 업체가 있었는데, 그곳이 먼저 임대료를 못 견디고 망해서 부도가 났다. 이후 지금의 운영자들이 3월쯤 어음을 넣고 들어왔는데 이를 막지 못해서 부도가 난 걸로 안다"며 "고의 부도는 아니다. 직원들도 부도사실을 안지 며칠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피해를 본 예비부부들은 50여쌍으로 대부분 50만원씩을 예식 계약금으로 내고 결혼식 날짜를 잡아 둔 상태였다.

웨딩홀 측은 6월3일까지는 예식을 진행해주고, 그 이후 예약된 사람들에게는 새 업체를 소개해주거나 대안을 마련해주겠다고 했지만 당장 결혼이 코앞인 피해자들은 이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피해자 김모씨(31)는 "딱 3일에 결혼식인데 불안해서 취소하러 왔다. 부도난 상태니까 예식 준비같은 것도 잘 될지 몰라서 불안했다"며 "계약금을 못 돌려받을 생각하고 취소했고, 같은 날 다른 시간 예식으로 플래너 통해서 다른 웨딩홀에 예약했다. 주변에 청첩장도 다 새로 돌리고 다른 예약들도 모두 시간을 옮겼다"고 말했다.

이처럼 당장 다음주로 예식이 임박한 다른 예비부부들도 웨딩홀 측에서 예식을 진행해준다고 해도 믿기 어렵고 불안하다며 연달아 예식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권에서 웨딩플래너 일을 하는 황모씨(57·여)는 "웨딩홀에서 회사로 부도났다는 팩스가 왔다. 보상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이 없었다"며 "신랑 신부가 첫 출발하는 것이고 인생에 가장 좋은 날인데 시작도 전에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암담하다. 웨딩시장이 어려워서 이런 사건이 일어나는 것 같다. 앞으로 웨딩업체들에 어떤 식으로 피해가 갈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예비신랑과 함께 항의차 웨딩홀을 찾았다는 김모씨(33·여)는 "11월 날짜로 결혼식을 예약했고 계약금은 50만원을 냈다. 직원들은 대표도 도망갔고 자기들도 피해자라고만 한다. 신혼여행이랑 다 예약해놓은 상태라 바꿀 수가 없다"며 "일생에 한번뿐인 중요한 날을 망쳤다. 저희는 한달전에 예약했는데 예약을 받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예비신랑 나모씨(32)는 "9월 날짜로 결혼식을 예약했다. 계약할 때는 전혀 망할 곳이라는 눈치를 못 챘다. 신부 친구도 여기서 했었는데 괜찮았고 금액도 메리트가 있었다"며 "직원이 다른 업체를 연결해준다고는 하는데 신뢰가 갈까 싶고, 날짜가 가까워졌는데 또 부도나면 큰일이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피해를 본 예비신랑·신부 중 10쌍은 24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웨딩홀 대표 고모씨와 지사장 이모씨에 대해 사기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장을 낸 피해자들은 "웨딩홀 측은 다른 곳을 알아봐주겠다고 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이미 각자 발로 뛰어서 웨딩홀을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다. 고소를 하려는 피해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며 "우선 고소장을 접수했으니 앞으로 수사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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