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작가 뺨치게 글 잘 쓰는 연예인 8명

2017-05-31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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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벌어먹는 사람으로서 글 잘 쓰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질투가 나고 시기가 든다.기자나

글로 벌어먹는 사람으로서 글 잘 쓰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질투가 나고 시기가 든다.

기자나 작가처럼 이른바 '글쟁이'가 잘 쓰는 건 그나마 낫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본업이 아닌데도 잘 쓰는 사람 보면 왠지 억울하다. 나는 이게 직업인데, 누구는 취미로 해도 나보다 잘 쓰니... '그래, 글쓰기 능력은 타고난 거야'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다가도 곰곰이 생각하면 열불이 뻗친다.

세상엔 글 잘 쓰는 사람이 많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 가운데 0.1%를 '글의 달인'이라고 가정해 보자. 이게 너무 큰 수치라면 0.01%로 놔보자. 그래도 5만 명이다.

연예인 가운데서도 '글쟁이'가 많다. 연기, 노래도 모자라 글까지 섭렵했으니 보고 있자면 절로 배가 아프다. 웬만한 작가 뺨치게 글 잘 쓰는 연예인 8명을 소개한다.

1. 이적

이적 공식 페이스북

가수 이적(이동준·43) 씨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소설가다. 2005년 소설 '지문사냥꾼'을 썼고, 2012년에는 여행기 '안녕 다정한 사람'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지문사냥꾼'은 그가 2001년부터 개인 홈페이지에 연재한 단편소설 12편을 추린 책이다. 2006년엔 만화,

2009년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이 씨 글을 평가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바로 '감각적'이다. 표현, 이야기 구조, 발상 등 여러모로 세련된 글을 쓴다.

팬들에 따르면, 이 씨는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DJ 시절 일부 멘트를 직접 썼다. 심지어는 자신이 쓴 희곡을 라디오 고정 코너에 내보내기도 했다. 노래와 글, 두 분야에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2. 유아인

전성규 기자

배우 유아인(엄홍식·31) 씨는 요새는 뜸하지만, 2011~2016년 사이 '파워 트위터리안'이라 불러도 손색 없을 정도로 SNS 활동이 활발했다.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하나씩 트윗을 올렸다.

유아인 씨 문장은 유려하다. 다른 글과 차별되는 고유한 언어 감수성이 살아있다. 이런 감수성은 조금만 엇나가도 허세라고 비난받기 쉽다. 하지만 그의 글은 그 '선'을 잘 지킨다. 일상 언어로 쌓아 올린 문장과 글인데 누가 봐도 '아, 이거 유아인이 썼네'라고 알 수 있다. 마치 '유아인이 쓰고, 직접 검수함'이라 도장이라도 찍어 놓은 것 같다.

3. 타블로

타블로 공식 페이스북

'에픽하이' 타블로(이선웅·36)는 문장을 다루는 데 능숙하다. 라임(Rhyme)과 펀치라인(Punchline)에 강하다. 라임은 비슷한 글자를 일정하게 반복하는 작법이다. 펀치라인은 일종의 언어유희로 한 단어를 두 가지 뜻으로 해석될 수 있게 문장에 배치하는 것이다.

미국 스탠포드대 재학 시절 쓴 단편 소설을 엮은 책 '당신의 조각들(2008)'은 "햇살의 무게로 읊는 시", "죄 지은 냄새" 등 타블로만의 독특한 표현법이 잘 녹아있는 책이다. 에픽하이 노래에 등장하는 시적 표현들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알 수 있다.

4. 이석원

이석원 씨 공식 블로그

밴드 '언니네 이발관' 리더 이석원(45) 씨는 에세이 2권, 소설 1권을 낸 산문 작가다. 에세이 '보통의 존재(2009)', 소설 '실내인간(2013)', 에세이 '언제 들어도 좋은 말(2015)'을 펴냈다. 이 씨는 '맛깔나는 글'을 잘 쓴다. 일상에서 건져올린 통찰을 쉬운 문장으로 풀어낸다. 가독성이 좋다는 말이다.

5. 박정민

이하 전성규 기자

배우 박정민(30) 씨는 조선일보 계열 월간지 '탑클래스'에 4년 넘게 '박정민의 언희(言喜)'라는 칼럼을 연재할 정도로 글발 좋은 연예인이다. 언희는 필명으로 "말로 기쁘게 한다"는 뜻이다. 2016년엔 이 칼럼들을 모아 '쓸 만한 인간'이라는 산문집을 펴냈다.

담백, 담담한 문투가 특징이다. 어려운 말 없이 편한 글을 쓴다. 2011년 영화 '파수꾼' 공식 블로그에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를 올린 게 주목받으면서 칼럼 연재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6. 김창완

배국남 연예전문기자는 2016년 3월 한 기사에서 배우 김창완(63) 씨를 '연예계에서 가장 글 잘 쓰는 스타'로 꼽으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깊은 성찰과 사유가 배어 있고, 추상과 구체, 그리고 감성과 이성을 넘나들며 구사하는 다양하고 독창적인 표현으로 넘쳐나기에 사람들의 머리와 마음을 동시에 움직이는 힘이 있다"

김창완·차인표·유아인!…글 잘 쓰는 스타는? [배국남의 X파일]
이 평가는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 김 씨는 2017년까지 총 13권의 책을 펴낸 중견 작가다. 시집, 동화, 소설, 에세이 등 분야도 다양하다.

김 씨는 원래 가수다. 1977년 형제(김창훈, 고 김창익 씨) 록그룹 '산울림'으로 데뷔했다. '아니 벌써(1977)',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1978)',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1980)', '너의 의미(1984)' 등 무수한 히트곡을 남겼다.

김 씨는 연기까지 잘한다. 2007년 MBC '연기대상' PD상, 2009년 MBC '연기대상' 미니시리즈 부문 황금연기상을 받았다. 영화 '닥터(2013)'에서는 사이코패스 의사로 연기 변신을 했다. '팔방미인'이라는 표현이 이보다 딱 맞을 수 없다.

7. 차인표

차인표 공식 페이스북

배우 차인표(49) 씨는 품성도 훌륭하지만, 글도 잘 쓴다. 2009년 첫 장편소설 '잘가요 언덕'에는 이어령(83) 중앙일보 고문이 추천사를 싣고, '방각본 살인사건', '불멸의 이순신'으로 유명한 소설가 김탁환 씨가 해설을 썼다.

차 씨의 글은 정직하다. 기교가 없다. 밋밋할 수 있지만, 거기서 아름다운 문장이 나온다는 평가다. 박래부 전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차인표의 글의 흡입력과 감동은 어디서 오는 걸까. 좋은 글쓰기가 말을 아릅답게 꾸미는 것만은 아니"라며 "그의 글은 무기교의 진실, 소박함이 흔히 미사여구보다 더 감동적이라는 점을 일깨워준다"고 차 씨를 극찬했다.

8. 루시드 폴

안테나 공식 트위터

가수 루시드 폴(조윤석·42)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딴 연예계 대표 '고학력자'다.

루시드 폴은 과학자이면서 노래를 부르고, 글도 쓴다. 루시드 폴은 2008년, 자신이 쓴 노랫말과 뒷이야기 등을 엮은 가사집 '물고기 마음'을 펴냈다. 생애 첫 책이었다. 그는 같은 해 의료용 특수 물질을 개발해 미국 특허 출원에 성공했다.

2009년엔 마종기 시인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정리한 에세이 '아주 사적인, 긴 만남'을 출간했다. 2013년엔 소설 '무국적 요리'를 썼다. 현재는 주로 영미권 저서를 번역한다.

팬들이 꼽는 대표작은 '무국적 요리'라고 한다. 신선한 표현법 등이 눈길을 끌기 때문이다. '싫어!' 에피소드에서는 사투리 특유의 높낮이를 시각화한 부분이 등장한다. "니가(_↗) 오빠가( ̄ ̄↘) 돼가꼬( ̄↘_) 동생을(_ ̄_) 갋아가( ̄↘_) 되겠나(_ ̄_)?"라는 식이다. 이런 발상은 아무나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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