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 직접 '제왕절개' 수술한 일반인... "수의사에 맡겼어야" 비판도

2017-05-30 15:30

add remove print link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가 기르는 도마뱀에 직접 제왕절개 수술을 한 모습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가 기르는 도마뱀에 직접 제왕절개 수술을 한 모습을 공개했다. 이 도마뱀은 알이 너무 커서 낳지 못 하고 있었다고 한다. "대단하다"는 반응이 쏟아지는 가운데 "수의사 같은 전문가에 맡겼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용자는 수의사가 아닌 평범한 일반인이라고 한다.

지난 25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파충류, 양서류 갤러리에 올라온 게시물이다. 이용자 '유로나민C'는 이날 "나도 화타 가능하냐?"라는 제목으로 알을 낳지 못 하는 애완 도마뱀에 직접 제왕절개 수술을 한 사진을 공개했다.

나도 화타 가능하냐? - HIT 갤러리
이용자에 따르면, 자신이 기르는 애완 도마뱀 '유로매틱스(Uromastyx, 아가마 도마뱀의 일종)' 암컷은 최근 '에그 바인딩(Egg Binding)' 현상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에그 바인딩은 암컷 동물의 알이 몸안에 걸려 나오지 못 하는 것이다. 그대로 놔두면 장기부전이나 탈진으로 죽는다. 배를 갈라 알을 직접 꺼내는 수밖에 없다.

이용자는 거주 지역을 수소문해 에그 바인딩 치료가 가능한 동물병원 한 곳을 찾았다. 하지만 "수술해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실망스런 답변만 돌아왔다.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서울, 부산 같은 대도시 동물병원에 가는 것도 검토해 봤다. 하지만 아픈 도마뱀에게 장시간 이동이 무리일 것 같아 단념했다.

유로매틱스(참고사진) / Wikipedia

이용자는 "(수술) 안 해도 죽고, 수술해도 100% 살지, 못 살지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가 수술을 결심했다"면서 "자가 수술은 최후의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이용자는 결국 배를 갈라 직접 알을 꺼내기로 했다. 사람으로 치면 '제왕절개' 수술이었다. 먼저 에테르로 도마뱀을 마취시키고,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옆구리를 가위로 갈랐다. 알 5개가 몸안에 걸려있었다. 3개는 멀쩡했고, 2개는 꺼내면서 터졌다. 이용자는 "알이 진짜 너무 컸다"며 "배출 못 한 게 맞는 것 같았다"고 했다. 상처는 수술용 실로 봉합했다.

이용자는 "수술한 지 일주일쯤 지났는데, 다 회복해서 밥도 잘 먹고 변도 잘 본다. 죽일 생각으로, 재미로 수술한 게 아니라 진짜 살릴 생각으로 했다"며 도마뱀 근황 영상을 공개했다.

카카오TV, 디시인사이드

이 글은 30일 조회 수 7만여 회를 기록하며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 "대단하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아무리 급해도 수술은 수의사 같은 전문가에 맡기는 게 맞다"는 반응도 있었다. 회복된 건 다행이지만 너무 경솔했다는 것이다.

한 디시인사이드 이용자는 비전문가가 자가 수술을 했을 때 일어난 '부작용'을 지적하며 "접종을 비롯한 모든 진료 행위는 의료 전문가가 해야 한다. 자가 진료를 통한 부작용은 동물에게 직접적인 고통을 유발할 수 있다. 동물 복지 개념에 맞지 않다"는 댓글을 남겼다.

2015년까지는 수의사가 아닌 일반인의 반려동물 치료(외과 수술 포함)는 위법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수의사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피하주사를 제외한 일반인의 반려동물 치료는 불법이 됐다. 이 시행령은 오는 7월 1일 발효된다.

home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