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대 전재산 빼앗기고 정신병원 감금된 60대 노인

2017-06-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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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연합뉴스 정신병원에서 경찰을 만난 A씨 모습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강남에

이하 연합뉴스

정신병원에서 경찰을 만난 A씨 모습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강남에 50억원대 땅을 갖고 있으면서도 정신질환 탓에 컨테이너에서 빈궁하게 살던 60대 노인이 강도 일당에게 전 재산을 빼앗기고 정신병원에 갇혔다.

강도 일당은 정보기관을 사칭하며 노인을 폭행해 부동산을 빼앗아 팔아치우고는 노인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특수강도 및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특수감금) 등 혐의로 정모(45)씨 등 주범 4명을 구속하고 박모(59)씨 등 공범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이들은 A(67)씨가 소유하고 있던 50억원 상당 토지를 강제로 빼앗고 그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젊은 시절 자수성가한 사업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1993년께 사업이 부도가 난 A씨는 마지막 남은 재산으로 서초구 양재동에 100평, 강동구 성내동에 70평짜리 땅을 샀다.

그리고는 양재동 땅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주차장을 운영하면서 20여년을 살았다.

그 연유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변 주민과 상인들은 경찰 탐문조사에서 A씨에 대해 "빵으로 끼니를 때울 정도로 절약하면서도 마지막 재산인 토지에는 강박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A씨는 가족이 없었고 친척이나 이웃과도 교류가 없었지만, 주변 부동산 등을 통해 그를 둘러싼 소문이 퍼졌다.

양재동에 오래 거주해 A씨 이야기를 알고 있던 박모(57)씨가 부동산 투자회사를 운영하는 지인 정씨에게 이를 얘기하면서 범행을 함께 계획했다.

정씨와 박씨는 지인 김모(61·여)씨에게 A씨와 결혼한 척 허위 혼인신고를 하도록 했다. 김씨는 "범행을 도와주면 빌라를 한 채 사주겠다"는 꼬드김에 넘어가 범행에 가담했다.

이들 3명은 정씨 회사 직원 임모씨와 함께 2015년 1월 말 A씨의 컨테이너에 쳐들어갔다.

이들은 A씨에게 "안기부에서 나왔다. 당신을 수사하고 있다"면서 전기충격기 등으로 폭행했다. A씨가 정신질환 탓에 정보기관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미리 파악해 둔 상태였다.

정씨 일당은 폭행과 협박으로 A씨가 자신들 말을 듣도록 만든 다음, 부동산 매도용 인감증명 등 필요한 서류를 떼도록 지시하고 감시했다.

서류를 모두 받은 후에는 A씨를 충북 청주 등 지방 모텔 이곳저곳에 데리고 다니면서 7개월간 감금했다.

동시에 두 부동산은 모두 팔아치웠다. 2015년 2월께 양재동 땅을 팔고 4월께 성내동 땅을 팔아서, 세금 떼고 30억원가량을 챙겼다.

범행을 완료하자 이들은 A씨를 전북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김씨가 A씨와 허위 혼인신고를 해서 법적 보호자가 돼 있었기 때문에 강제입원이 가능했다.

경찰은 50억대 자산을 갖고 있던 노인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2개월 만에 이들 일당을 모두 검거했다.

주범인 정씨와 박씨, 김씨, 임씨가 구속됐고 폭행이나 감금에 단순 가담한 공범들은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은 범행으로 벌어들인 30억원으로 다른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실패하고, 남은 돈은 강원랜드에서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아직 전북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

경찰은 A씨 보호의무자를 김씨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전환한 후, 치료비·생계비 및 법률 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A씨가 빼앗긴 두 땅에는 모두 다세대 빌라가 들어섰다고 경찰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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