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남역 살인사건' 추모 포스트잇서 발견된 '희생자 어머니 편지'

2017-06-0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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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주기인 17일 한 추모제 참가자가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다 / 뉴스1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주기인 17일 한 추모제 참가자가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다 / 뉴스1

지난달 17일은 강남역 살인사건 1주기였다. 추모제 행진 경로와 강남역 10번 출구엔 희생자를 애도하는 포스트잇 1170여 장이 빼곡히 붙었다.

이 수많은 포스트잇들 가운데 희생자 A(당시 23세)씨 어머니가 남긴 포스트잇도 있었다. 어머니는 포스트잇 6장에 나눠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적었다. 딸을 먼저 떠나보낸 황망하고 절절한 마음이 담겼다.

이하 범페미네트워크 제공

1.

가장 많이 사랑한다 예쁜 딸

범죄없는 그곳에서 부디 행복했으면 좋겠다. 사형 폐지 꼭 부활 바람. 무기형 꼭 필요함. 살인은 사형으로...

2.

예쁜 딸 못 지켜줬어. 미안하고

혼자서 무서움에 떨게 했어. 미안하고

함께 해주지 못했어. 미안하고

부디 그곳에서 아프지도 말고 이곳에서의

아픈 기억 다 잊어주길 바라

3.

이곳에서의 아픈 기억 다 잊고 좋은 꽃길만 걸어갔으면 좋겠다

엄마 아빠 오빠를 용서해주길 바란다.

밥은 언제 먹고 올거야. 엄마 아빠가 기다릴게♥

4.

사랑한다 우리딸 예쁜 딸

언제까지 기다릴게

준비 다 되면 언제든 엄마에게 꼭 와

예쁜 딸 잊지 않을게

사랑한다 영원히♥

5.

범죄없는 그곳에서 편히 쉬었으면 좋겠고

엄마 아빠는 그렇게 믿고 또 네가 좋은 곳에

갈 수 있게 빌고 간절히 바란다.

우리가 너에게 해줄 게 없었어. 너무 마음이 아파

6.

약한 여성을 보호해주는 그런 세상은 언제 올는지.

벌써 1년이란 세월 전후 달라진 게 하나 없이 많은 범죄를 맞이하고 있고

그중 한 사람 우리 예쁜 딸이

억울한 사연을 담고 있습니다

위 포스트잇 6장 외에 어머니가 시민들에게 쓴 포스트잇도 있었다. 딸을 잊지 않고 추모해준 데에 대해 감사를 표하는 글이다.

A씨 어머니가 남긴 포스트잇(사진 맨 왼쪽) / 범페미네트워크 제공

ⓒ위키트리 디자이너 김이랑

지난해 5월 17일 새벽, 서울 역삼동 강남역 인근 한 노래방 건물 화장실에서 김모(35)씨가 휘두른 칼에 A씨가 목숨을 잃었다.

늦은 시간까지 사람들로 붐비는 번화가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김 씨와 희생자 A씨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A씨 죽음은 시민에게, 특히 여성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지난달 17일 강남역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는 추모제 참가자들 / 연합뉴스

사건 1주기였던 지난달 17일 전국 각지에서 희생자 추모제가 개최됐다. 이날 오후 강남역에서는 범페미네트워크 주관으로 추모 문화제가 열렸다. 범페미네트워크는 강남역 10번 출구, 노동당 여성위원회, 불꽃페미액션 등 27개 시민 단체 연합이다.

검은 마스크를 쓴 시민들은 신논현역 6번 출구에서 강남역 10번 출구까지 침묵 행진을 했다. 지난해 포스트잇 추모 운동이 열렸던 강남역 10번 출구에도 발길이 이어졌다. 10번 출구에는 색색가지 포스트잇이 붙었고 바닥에는 흰 국화가 놓였다.

home 강혜민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