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내 피임장치, 우울증 등 각종 정신질환 유발 의혹"

2017-06-0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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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게티이미지뱅크)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세계적으로 연간 1조2천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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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세계적으로 연간 1조2천억원 어치 이상 팔리는 바이엘의 자궁 내 피임 장치 제품들이 우울증은 물론 불안, 수면장애, 공황장애, 조울증 등 각종 정신질환 증세를 유발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9일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에 따르면, '미레나'(Mirena), '제이데스'(Jaydess), '카일리나'(Kyleena) 등 바이엘의 자궁 내 피임 장치 3개 제품이 이를 사용하는 여성들에게 각종 정신질환 증세를 일으킨다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독일 정부 기관인 '연방 약품 및 의료기 연구소'(BfArM)의 약물 부작용 데이터베이스에는 미레나 한 제품만 해도 부작용 의심 사례가 270여 건이나 보고돼 있다. 보고된 부작용으로는 우울증, 공격성향, 신경과민, 불면증, 성욕 저하,공황장애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세계 각국에서 보고되는 사례를 합하면 이는 훨씬 늘어날 수 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현재 이 제품들의 부작용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만 이 제품들을 10억 유로(1조2천639억원) 어치 이상 판매한 바이엘 측은 이 제품 사용과 심각한 정신질환 증세가 관련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며 부작용 의혹 제기를 일축했다고 슈피겔은 보도했다.

이들 제품 사용자의 경우 비사용자에 비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34%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는 이미 나와 있다.

현재 이들 제품의 설명서(한국 포함)의 부작용 난에는 '우울감과 우울증'은 자주 일어나는 이상반응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다른 정신질환 및 장애와 관련한 내용은 전혀 없다.

그러나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학 병원의 신경생물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스테픈 쿠슈너 교수 팀의 연구에 따르면 이 장치를 사용하는 여성들의 경우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비사용자들에 비해 자주 코르티솔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르티솔 호르몬의 혈중 농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면 식욕증가, 지방축적, 혈압상승, 만성두통과 피로 뿐만 아니라 불면증, 불안, 초조 등의 증상도 일어날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엘 측은 이들 제품 브로슈어에 이 제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자궁에만 '국소적으로' 작용하며, '사랑과 관련된 뇌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표기하고 있다.

하지만 쿠슈너 교수팀의 실험에선 자궁 외의 신체 여러 부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독일 좌파당 소속 보건전문가인 카트린 포글러 의원은 제약회사들의 관련 광고물을 병·의원에 게시하는 일을 금지하는 한편 이런 제품으로부터 여성의 건강을 보호하는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레나 등 3개 제품은 자궁 내 피임장치인 루프의 한 종류로 '레보노게스트렐'이라는 황체 호르몬이 담긴 소형 장치를 자궁 내에 이식하는 것이다.

이 장치는 자궁경부를 통과해 자궁 내에 시술하기 때문에 주로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이 많이 이용하며 한 번 시술하면 3~5년간 피임 효과가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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