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자 의사표현"vs"의정활동 방해" '문자폭탄' 받는 야당 청문위원

2017-06-1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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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뉴스1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일반 국민들이 인사청문회에 청문위원으로 참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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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일반 국민들이 인사청문회에 청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에게 대량의 항의성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이른바 '문자 폭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수백 수천통의 문자메시지로 청문활동이 방해되고 일부는 청문위원들에 대한 인신공격성 내용을 담고 있어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저해한다는 지적과 함께 국민들의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 표현이기 때문에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들이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 야당 청문위원들 ‘문자폭탄’ 괴로움 호소…"법적 대응 불사"

청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야당 의원들은 청문회 진행과정에서 수백 통 많게는 만 여 통에 가까운 문자메시지를 받는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야 3당은 국민들이 보내는 문자메시지에 당 차원의 조직적 대응을 예고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문제(문자메시지)의 심각성을 야 3당이 공통으로 느낀다"며 "당 법률지원단에서 의원들의 문자 폭탄 사례를 취합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지난달 31일 문자피해대책 테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소속 의원들에 대한 문자메시지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틀 동안 만 통 이상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며 "정도를 넘어 서는 명예훼손에 가까운 욕설과 협박성 메시지가 80% 이상 된다"고 주장했다.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

이 의원은 또 "(문자메시지가) 조직적으로 계속되면 자기 검열이 행해지게 된다"며 문자메시지가 의정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 "SNS 등 대체 수단 활용 바람직" vs "문자폭탄으로 매도해선 안돼"

일반 시민들이 국회의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도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반 시민이 대의 기관인 국회의원에게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 자체에는 대체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개인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에 대해서는 엇갈린 의견을 내놓았다.

지성우 정치커뮤니케이션 학회장(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경우에 따라서는 국회의원 전화번호가 노출되는 과정에 따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문제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시민들은 개별적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 때문에 단순한 정치적 의사표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시에 많은 메시지를 받는 국회의원은 시민들의 개별적 정치적 의견이라고 느끼기보다 상당한 부담과 본인의 의정생활에 대한 협박으로 느낄 수도 있다"며 "SNS 등 메시지를 대체할 수 있는 소통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문자메시지를 대량으로 보내 업무를 마비시키는 것은 민주시민으로서의 적절한 의사표현 방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대의제 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주권자인 국민이 대의기관인 국회의원에게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를 전달하는 것은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청문위원들은 국민을 대신해서 고위공직자의 적격여부에 대한 청문활동을 하는 것"이라며 "청문활동에 대한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근거 있는 의사 표시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임 교수는 “문자 내용이 부적절하다면 이는 오히려 다른 국민들을 대신해 고위공직자 후보의 적격여부를 청문하는 중요한 권한을 행사하는 청문위원들의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므로 자제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장철준 단국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시민들이 개별적으로 자기 의사에 따라 의견을 보내는 것을 문자폭탄이라고 폄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자폭탄이라면 명령계통에 의해 휴대전화 마비 등을 목적으로 다수가 조직적으로 행하는 행위여야 하는데 시민들이 개인적으로 문자를 보내는 것은 그러한 의도 없이 자기 의사를 표현하고 전달하고 싶은 것으로 '폭탄'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문자를 보내는 시민들은 그 내용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을 감수하고 보내는 것으로 이는 대의기관인 국회의원에 대한 시민들의 의사표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의기구와 국민다수의 의사가 다를 경우 그 간극을 조정하는 새로운 방식의 대의제로 볼 수 있다"고 평가하며 "그럼에도 협박 등 명백히 범죄에 해당하는 메시지들은 법적 제재를 받아 마땅한 것으로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문자메시지 내용 따라 '범죄'로 처벌 가능

국회의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 자체는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다. 하지만 구체적인 해악을 고지하거나 한명이 단 시간에 많은 문자메시지를 보낼 경우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구체적인 문자 내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지만 문자메시지를 통해 욕설을 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은 모욕죄나 명예훼손으로 처벌하기는 어렵다.

모욕과 명예훼손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공연성’이 있어야하는데 문자메시지의 경우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공연성은 다수의 사람이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문자메시지의 경우 발신자와 수신자만 보는 것을 예상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반면 문자메시지에 구체적인 위해를 고지하는 경우에는 협박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

정혜승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는 "국회의원은 국민의 위임을 받아 국민 대신 청문활동을 하는 것이므로 국민들이 문자메시지를 전송해 청문과정에 대한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행위 자체가 처벌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정 변호사는 "다만 단순한 의견 제시가 아니라 국회의원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방해하거나 제한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하거나 구체적인 해악을 고지하면 협박죄 성립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국회의원들이 문자메시지 가운데 협박이 될 수 있는 것들을 구분해서 고소할 경우 처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국민들이 비판적 의사표시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행위가 사실상 처음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 가운데 일부 표현들 때문에 ‘문자폭탄’이라는 이름으로 폄하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의원들이 고소로 해결하기 보다는 욕설이나 협박 문자 등을 하면 곤란하다는 대국민 설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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