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작업자 밧줄 끊어 추락사… 사건 당일 재구성해보니

2017-06-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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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양산=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경남 양산에서 고층 아파트에 사는 40대 주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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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경남 양산에서 고층 아파트에 사는 40대 주민이 외벽에서 작업하던 근로자가 의지했던 밧줄을 끊어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에 검거돼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 등에 확인한 내용을 토대로 사건 당일을 재구성해보면 다음과 같다.

지난 8일 아침 양산시내의 한 아파트 옥상 근처 외벽에서 30대∼40대 근로자 4명이 도색에 앞서 실리콘 코팅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밧줄에만 몸을 의지한 채 아찔한 작업에 열중했다.

고층에서 일하는 두려움을 잊고 싶기라도 한 듯 휴대전화로 음악을 틀어놓은 채였다.

그러던 중 한 주민이 베란다를 통해 "시끄럽다"고 항의했다.

근로자 일부는 음악을 껐지만, 나머지는 주민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음악을 들으며 작업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오전 8시 10분께 한 근로자(36)의 밧줄이 약간 흔들리는가 싶더니 뒤이어 13층 높이에서 작업을 하던 김모(41) 씨를 지탱하던 밧줄이 갑자기 끊어졌다.

김 씨의 추락은 순식간이었다. 김 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허공에 매달려 있던 나머지 3명은 밧줄을 조정해 급히 지상으로 내려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김 씨가 매달려 있던 밧줄이 예리한 도구에 의해 끊긴 사실을 확인했다.

또 다른 근로자 한 명의 밧줄에서도 일부가 잘린 흔적을 발견했다.

경찰이 유력 용의자로 특정한 사람은 음악이 시끄럽다고 근로자들에게 항의한 주민 A(41) 씨였다.

A 씨는 처음에는 범행을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현장 근로자들의 진술, 옥상에 남겨진 족적 등을 근거로 A 씨가 범행한 것으로 보고 지난 12일 A 씨 집을 압수수색했다.

A 씨 집에서는 범행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공업용 커터칼이 발견됐다.

그는 체포된 후 "(시끄럽다고 했는데 음악이 계속 나와서) 욱하는 마음에 범행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본인에게 적용된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를 인정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건 발생 당일 새벽 일감을 구하려고 인력사무소를 찾았지만 허탕을 치고 돌아와 잠을 청하려던 중 음악 소리가 거슬렸다고 부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A 씨는 소주 한 병 반 정도를 마신 상태였던 것으로 경찰은 전했다.

A 씨는 과거 치료감호시설에 수감됐을 때 조울증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A 씨가 인력사무소를 찾기 전부터 술을 마신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A 씨가 순간적으로 충동을 자제하지 못 해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망한 김 씨는 미성년인 자녀 5명을 두고 있었다"며 "피해자 가족에게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지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A 씨의 구속 여부는 14일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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