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같은 시간 허비할 수 없다" 청와대, 김상조 전격 임명

2017-06-1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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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김상조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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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상헌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전격적으로 임명했다. 지난달 17일 내정한 지 27일 만이다.

문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장관급 후보자를 임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에 대한 임명 '강행'은 역시 야당이 비토하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김 위원장의 경우 조건부 찬성 입장이었던 국민의당과 달리 당론반대 입장을 정한 구(舊)여권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격한 반응을 보여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 표결에 불똥이 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강 후보자에 대해서도 임명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여야 미합의에도 김 위원장을 임명한 것은 경제불평등 해소라는 새 정부의 핵심 과제 추진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현재의 양극화 구조를 해결하지 않고는 국민 삶을 개선할 수 없다는 기본 인식을 갖고 있고, 경제적 불평등을 타파하기 위한 최우선 조건으로 공정한 경제 질서 구축을 들고 있다.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역할을 수행할 첨병인 데다, 김 위원장이 최적임자라는 게 문 대통령의 판단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에서 "극심한 경제 불평등 속에서 국민 삶이 위협받고 있고,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질서에서 공정한 경제민주주의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며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이미 검증을 통과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윤 수석은 "김 위원장은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공정한 경제 질서를 통해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결할 정책능력을 갖췄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각종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여론조사에서 보듯 국민도 공정거래 정책 적임자로 인정했고, 흠결보다 정책적 역량을 높이 평가하는 국민 눈높이에서 검증을 통과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한국당 등 일부 야당이 새 정부 발목잡기를 위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다. 동시에 각종 인선 잡음에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하고 있다는 자신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7∼8일 전국 성인 1천11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 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82%가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긍정 평가했다.

임명을 지연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라는 인식도 임명의 배경이다.

윤 수석은 "조각이 늦어져 국정 공백을 못 채우고 있다. 새 정부 첫 출발을 지체할 수 없어 김 위원장을 임명한다"고 말했다.

이는 곧 현재 대치 전선을 형성 중인 강경화 후보자에 대해서도 국회의 청문 보고서 채택과 무관하게 임명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예고'로도 해석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청문 보고서가 내일까지 채택되길 바란다"고 했다. 보고서 채택기한인 14일을 데드라인으로 잡았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14일까지 강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대통령은 열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청문 보고서 송부를 요청할 수 있고, 그래도 송부되지 않으면 임명해도 무방하다. 문 대통령은 최단 기일의 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

리얼미터가 9일 '김현정의 뉴스쇼' 의뢰로 전국 유권자 505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95% 신뢰 수준 표본오차 ±4.4%포인트)에서 강 후보자 임명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62.1%에 달한 바 있다.

김 위원장 임명에 따라 청와대와 야당의 관계가 급속히 얼어붙을 전망이다. 나아가 강 후보자까지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할 경우 문 대통령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당장 최우선 정책 추진 과제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경안과 정부조직개편안 국회 표결을 앞두고 있다. 각종 개혁입법 처리를 위해서도 야당의 협조를 당부해야 할 처지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추경과 인선은) 별건이다. 그간 분리해서 말해왔다"고 잘라 말했다. 인사 문제를 민생에 직결되는 국정운영과 연계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의미다. 윤 수석도 "야당을 국정운영 동반자로 대하는 협치는 원칙적으로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이 같은 이유를 들어 김 위원장 임명을 강행한 이면에는 향후 국정운영의 최우선 기준을 '국민'에 놓겠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연정 제안을 반대하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과 함께하는 것으로, 타협 때문에 적폐청산·새로운 대한민국을 세우는 대개혁 원칙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정치적 타협보다는 국민을 먼저 생각하겠다는 의지가 취임 한 달여 만에 현실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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