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쪄서...?" 최근 '다리 없는' 비둘기 보이는 이유

2017-06-1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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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울 시청역 출구 앞에서 발견된 다리 잃은 비둘기 / 이하 위키트리 최근 도심 비둘기 떼를

시울 시청역 출구 앞에서 발견된 다리 잃은 비둘기 / 이하 위키트리
시울 시청역 출구 앞에서 발견된 다리 잃은 비둘기 / 이하 위키트리

최근 도심 비둘기 떼를 자세히 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발가락'이나 한쪽 '다리'가 없는 비둘기가 많이 보인다.

트위터 등 SNS에서도 이러한 비둘기를 목격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최근 트위터에는 "다리 없는 비둘기를 봤다", "발가락이 잘린 비둘기가 걸어 다닌다" 등의 글이 꾸준히 게재됐다.

이용자 동의를 받고 게재합니다/ 트위터, sangdo_beauty

지난 12일 트위터 이용자 '상도동 작은아씨'가 공개한 영상에는 한쪽 발가락 전체를 잃은 비둘기 모습이 담겼다. 비둘기는 온전한 발 한쪽에 의지한 채 절뚝이며 걸어가고 있다.

아래는 최근 서울 시청역 출구 앞 비둘기 떼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다리나 발가락을 잃은 비둘기 여러 마리를 볼 수 있었다. 대부분 똑바로 걸어 다니지 못하고, 움직임이 더뎌 사람들이나 자동차를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서울 시청역 앞에서 포착된 비둘기 2마리. 왼쪽 비둘기 다리 한 쪽이 없는 것을 볼 수 있다/ 이하 위키트리

도심 집비둘기가 다리나 발가락을 잃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넷에는 다양한 추측이 난무한 상태다. 일부는 "도심 비둘기가 너무 살이 쪄서 사람이나 자동차를 제때 피하지 못한 것", "전기줄에 감전된 것", "아스팔트가 더러워서 발이 괴사한 것" 등이 그 일부다.

하지만 황새생태연구원 윤종민 박사에 따르면 비둘기 다리와 발가락 절단은 몸무게나 전기 감전과 전혀 관계가 없다. 윤 박사는 비둘기 발가락, 다리가 잘리는 이유로 "바닥에 떨어진 끈이나 줄에 다리가 엉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 박사에 따르면 각종 실, 철사, 끈, 한강 공원에 버려진 낚시줄 등 바닥에 떨어진 가늘고 질긴 줄이 우연히 비둘기 발이나 다리에 감긴다. 처음에는 헐렁하게 감긴 이 줄이 점점 다리나 발가락을 조여오면서 피부가 괴사하면서 관절이 잘려나간다는 것이다.

윤종민 박사는 "특히 새 다리와 발가락은 낚시줄, 모기장 등 아주 가는 줄에도 굉장히 잘 감기는 구조"라며 "도시에 서식하는 비둘기들은 야생 비둘기보다 이러한 위험에 특히 노출돼 있다"라고 했다.

발가락을 잃은 비둘기
발가락을 잃은 비둘기
조류전문가 유정칠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도 비둘기 발가락 절단은 비둘기 몸무게, 움직임 빈도와 전혀 관계 없다고 했다. 유 교수는 "거리에 돌아다니는 실이 비둘기 다리에 한 번 감기면 잘 떨어지지 않는다"며 "결국 실이나 줄이 다리와 발가락을 계속 조여 끊어지게 한다"라고 했다.

유 교수에 따르면 비둘기를 비롯한 조류는 원체 다리가 약한 편이다. 그는 "꼭 다리가 아니더라도, 비행 중 실이나 줄이 목에 감겨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라고 전했다.

윤종민 박사에 따르면 도심이 아닌 야생에서도 새가 발가락이나 다리에 줄이 감겨 절단된 사례가 있다. 윤 박사는 "최근 야생에서 번식하는 새끼 황새가 비료 봉지 줄에 다리가 감겨 절단된 경우가 있었다"라고 했다.

윤 박사에 따르면 줄, 실 등으로 인한 괴사 외에도 다리나 발이 잘리는 일이 생긴다. 그는 "조류수두(Avianpox) 같은 바이러스성 질병 때문에 다리 피부조직에 궤양이 생겨 다리가 잘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질병이 도심 비둘기에게 발생할 경우는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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