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대화재, 집집마다 뛰어다니며 사람 구한 무슬림들

2017-06-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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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연합뉴스 런던 시내 24층 아파트 화재 때 '라마단' 때문에 깨어있던 이슬람 거주민들

이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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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시내 24층 아파트 화재 때 '라마단' 때문에 깨어있던 이슬람 거주민들 덕에 인명피해가 줄었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화재 당시 런던 켄싱턴 지역 그렌펠 타워에 살던 무슬림 거주자 중 많은 이들이 깨어 있었다. 이슬람교도들이 매해 수행하는 종교 의식 '라마단' 때문이다. 올해 라마단은 5월 27일부터 6월 25일까지다.

이들은 화재가 나자 집집마다 문들 두드리고 돌아다니며 잠들어 있는 아파트 주민들을 깨웠다.

그렌펠 타워 주민인 라시다는 "라마단을 지키는 무슬림들은 보통 새벽 2시, 2시 반 정도가 돼서야 잠자리에 든다. 잠자리 들기 전에 마지막 식사, 마지막 기도를 한다"고 영국 스카이뉴스에 말했다.

안드레 바로소(33)는 "현장에서 무슬림들이 구조에 큰 역할을 했다. 음식과 옷가지도 가져다 주고 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에 말했다.

나디아 유수프(29)는 "화재를 처음 알아챈 사람들은 금식을 깨고 식사를 하려고 깨어 있던 이슬람교도들이었다"고 버즈피드에 말했다.

화재는 지난 14일(현지시각) 0시54분쯤 4층에서 발생해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옮겨 붙었다. 현재까지 12명이 사망했다.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들이 있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1974년 건축된 그렌펠 타워는 화재 당시 화재 경보도 울리지 않았다. 외장재를 새로 덮으면서 불에 취약한 충전재가 포함된 패널로 마감한 게 급속하게 불이 번진 원인이라는 얘기가 있다.

그렌펠 타워 일대는 런던 내에서도 북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이 많이 모여 산다. 특히 모로코인 이주자들 비율이 높다.

그렌펠 타워가 있는 켄싱턴첼시왕립자치구는 빈부격차가 큰 곳이기도 하다. 다양한 인종과 종교가 뒤섞여 100여개 언어 사용자들이 공존하고 있다. 그렌펠타워가 있는 켄싱턴 북부 공공주택 단지에 대략 1000가구가 사는데, 수십년 전 도시 재개발 때 지어져 많이 낙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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