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교수 감탄하게 한 어느 대학생 답안지 (사진)

2017-06-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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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버린 답안지한 한기가 끝나고 오늘부터 채점에 들어간다.. 늘 그렇듯 내 시험은 오픈 북으로 치러지며 온 세상의 모든 자료를 참고하게 한다.

한 대학생이 올해 1학기 철학 수업 기말고사때 찢어진 답안지를 제출했다. 학생은 답안지 위에 포스트잇을 덧붙여 "소고기 등급 매기듯 인간을 재단하는 답안지를 찢는다"고 썼다.

교수는 "알렉산더의 용기를 지닌 학생"이라고 칭찬했다.

전호근 경희대 철학과 교수는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찢어버린 답안지'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전 교수는 "내 시험은 주어진 주제나, 자기가 쓴 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찢어버려도 좋다고 권한다. 그런데 이번 학기에 정말 답안지를 찢어버린 학생이 있다"며 사진 3장을 공개했다.

찢어버린 답안지 한 한기가 끝나고 오늘부터 채점에 들어간다. 늘 그렇듯 내 시험은 오픈 북으로 치러지며 온 세상의 모든 자료를 참고하게 한다. 심지어 옆 친구 답안지를 봐도 좋고 서로 상의해서 글을 쓰는 것도 허용...

Posted by 전호근 on Thursday, 22 June 2017

사진에는 '인간의 가치 탐색'이라는 수업 제목과 찢어진 답안지 모습이 담겨있었다. 철학과 1학년인 이 학생은 답안지 위에 포스트잇을 세로로 덧붙이고는 이렇게 썼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정상적인 판단'을 통해 바람직한 '정답'만을 마치 기계에서 뽑아내듯 강요하는 세상을 거부하고... (중략) 나는 제도가 인간에게 점수를 부여하고, 마치 소고기 등급 매기듯 인간을 재단하기 위한 수단인 '답안지'를 찢어버림으로써 인간이 바로 그러한 예속으로부터 벗어나 참된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주장하고자 한다 (중략) "

전 교수는 "학생의 글을 읽으면서 영화 '동주'의 송몽규가 윤치호에게서 받은 상패를 내동댕이쳐버리는 장면이 떠올랐다"면서 "이 학생은 알렉산더의 용기를 지녔다.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칼로 끊어버린!"이라고 감탄했다.

전설에 따르면, 알렉산더 대왕은 그리스를 통합하기 전 '프리기아'라는 나라에서 '고르디아스의 매듭'이란 걸 본다. 이 매듭에는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의 지배자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내려오고 있었는데, 매듭 구조가 너무 복잡해 아무도 못 풀고 있었다.

이에 알렉산더는 매듭을 푸는 대신 단칼에 끊어버렸고, 이집트·발칸 반도·중동을 아우르는 대제국을 건설했다. 답안지를 찢은 패기를 알렉산더의 지혜에 빗댄 것이다.

전 교수가 올린 게시물은 23일 오후 300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으며 눈길을 끈다. "답안지를 찢은 학생의 미래가 기대된다"는 반응이 많다. 전 교수는 경희대에서 동아시아 고전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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