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비만 탈출 가능하냐" 직장 3년차, 스탠딩 책상을 써봤다

2017-06-2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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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 3년차, 많은 것이 변했다.. 그중 특히 슬픈 건 늘어난 청바지 사이즈다.

직장 생활 3년차, 많은 것이 변했다. 그중 특히 슬픈 건 늘어난 청바지 사이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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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량이 크게 준 것이 첫번째 이유였다. 외근이 아닐 땐 종일 앉아있다보니 복부비만뿐 아니라 거북목에 어깨, 허리 통증도 심해졌다. 바른세상병원 척추클리닉 박성준 원장도 "앉은 자세는 허리가 감당해야 하는 하중이 1.5배 높다"고 했다. 

최근 여러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들여놓는 '스탠딩 책상'으로 건강을 회복해보기로 했다. 스탠딩 책상은 서서 일할 수 있도록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책상이다. 

회사에 설치된 스탠딩 책상에서 3일간 근무하기로 했다. 복부비만이 금세 해결될거라는 기대에 배 둘레와 몸무게도 쟀다. 

서 있는 상태로 근무할 수 있는 스탠드 책상 / 이하 사진·움짤 신희근 기자 

1일차

오전 8시 30분부터 저녁 6시까지 하루종일 스탠딩 책상에서 근무했다. 앉아서 일할 때와 차이를 최대한으로 느껴보기 위해서였다. 

스탠딩 책상을 사용할 땐 높낮이 조절이 중요했다. 컴퓨터 모니터와 눈 높이를 적당히 맞추니 꼿꼿한 자세가 자연스럽게 완성됐다. 그간 얼마나 허리와 목을 구부린 채로 일했는지 느껴졌다. 

키에 맞게 책상 높이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키에 맞게 책상 높이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정확히 1시간 30분 후... 자세는 무너져버렸다. 허리는 구부정해졌고 부종이 사라질 줄 알았던 다리가 오히려 퉁퉁 붓는 것 같았다. 오후 3시가 넘어가자 온 신경이 다리에 쏠렸다. 

하루종일 스탠딩 책상에서 일하려니 마치 벌 서는 것 같은 하루였다. 

선 자세도 장시간 계속 하다보니 허리에 무리가 왔다
선 자세도 장시간 계속 하다보니 허리에 무리가 왔다

 

2일차 

서서 일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힘들면 버티지 않고 의자에 앉기로 했다.  

전날에 이어 스탠딩 책상을 사용했더니 서 있기가 훨씬 수월했다. 금세 의자에 앉을 줄 알았지만 컨디션이 좋아 오전 내내 선 상태로 근무했다. 발을 한 쪽씩 번갈아 받침대에 올려뒀더니 다리도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1일차 보다 서서 근무하는 것이 한결 익숙해졌다
1일차 보다 서서 근무하는 것이 한결 익숙해졌다

 

스탠딩 책상은 특히 점심시간 직후 빛을 발했다. 밥 먹고 돌아와 바로 자리에 앉으면 늘 음식이 뱃살로 몰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서있으니 소화불량이 사라졌고 업무에도 빠르게 몰입할 수 있었다. 

서있다고 해서 앉아있을 때보다 집중력이 오래 유지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귀찮음'이 사라져 활동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가져올 것이 있으면 즉시 몸을 움직였다. 집중력이 떨어지면 잠시 돌아다니거나 스트레칭을 했다. 앉아있을 때에는 한 번 일을 시작하면 자리에서 일어나기 어려웠다. 

이틀간 몸을 많이 움직이다 보니 몸무게가 준 것 같은 느낌에 기분이 좋았다. 체중은 3일 체험이 완전히 끝난 뒤 재보기로 했다. 

3일차 

평소 졸리던 시간대 중심으로 스탠딩 책상을 쓰기로 했다. 전날 4시간밖에 자지 못한 상태였다. 

오전 10시 30분에서 12시 30분, 오후 1시 30분에서 4시에 일어선 상태로 근무했다. 2시간 간격으로 근무 환경을 바꿔주니 집중력이 올라갔다. 

오후 2시쯤은 종종 화장실 벽에 기대 졸 정도로 졸음이 밀려오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서 있는 상태로 있다보니 졸음을 느끼지 못했다. 잠깐 앉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졸음이 쏟아졌다. 결국 다시 일어서서 근무를 이어갔다. 

점심시간 직후, 앉아있으니 졸음이 밀려왔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서서 근무했다 
점심시간 직후, 앉아있으니 졸음이 밀려왔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서서 근무했다 

서있을땐 자연스럽게 목과 허리 돌리는 스트레칭을 하게 됐다. 한 손으로 뒷목을 잡은 채 일 할 정도로 거북목이 심했었는데 목 통증이 덜해졌다. 

후기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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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부터 할 일이 있을 땐 '진득하게' 자리에 앉아서 하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서서 일하는 시간을 일정에 끼워넣으니 많은 것이 달라졌다. 허리 통증, 소화 불량, 다리 부종은 10시간 가까이 화석처럼 앉아만 있던 습관과 모두 연결돼 있었다. 

스탠딩 책상을 쓰면서 소화 불량 증상이 눈에 띄게 해결됐다. 속이 더부룩해 일에 집중이 되지 않을 정도였는데, 3일 체험하는 동안은 소화 불량에서 해방됐다. 

학생 시절부터 앉는 자세가 좋지 않았던 터라 달고 살았던 목, 허리 통증에서도 잠시 벗어날 수 있었다. . 스탠딩 책상을 썼더니 쏠린 듯한 자세를 하지 않게 됐다. 

무리하게 서있지 않았던 2,3일차에는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무리하게 서있지 않았던 2,3일차에는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체험 1일차처럼 하루종일 스탠딩 책상에 머무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어떤 자세든 장시간 하면 종아리 등 몸에 무리가 따랐다. 하지만 보완책으로 스탠딩 책상은 만족스러웠다. 

강북삼성병원 재활의학과 이용택 교수는 사무직 직장인이 겪는 대표적 질환으로 목 디스크, 허리 디스크, 거북목 증후군을 꼽았다. 복부 비만은 '앉아있는 것' 그 자체라기 보단 전체적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따라오는 결과다. 

그는 "허리, 목 건강에 장시간 앉아있는 것보다는 서있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 교수는 "서 있는 것 보다 허리를 움직이며 자세를 바꿔주는 것이 더욱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스탠딩 책상을 활용하면) 에너지 소모, 대사 증가, 졸음 방지에 의한 집중력 증가 등 효과도 기대된다"고 했다. 

중요한 단계가 남았다. '체중'에도 영향을 미쳤을까. 3일 체험을 마친 날 밤 몸무게를 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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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딩 책상 체험 전날보다 0.3kg이 줄어있었다. 아랫배 둘레(배꼽 바로 아래 측정)는 0.5cm 줄었다. 0.3kg, 밥 한 끼만 든든히 먹으면 금세 채워질 무게였다. 

역시 스탠딩 책상은 단기간 다이어트 비법은 아니었다. 그러나 바뀐 근무 습관이 몸에 좋은 신호를 줬기에 만족스러웠다. 장기적으로 스탠딩 책상을 활용했을 때 체형, 자세 변화가 기대됐다. 

굽어진 목과 늘어난 청바지 사이즈를 되돌리고 싶은 직장인이라면 스탠딩 책상 도움을 받는 것도 좋겠다. 스트레칭과 자세를 자주 바꿔주는 것은 건강을 위해 필수다.  

home 강혜민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