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본적 없는 게임에 내 캐릭터가" 리니지1, 또 명의도용 논란

2017-06-2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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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소프트는 2006년에도 20만 건이 넘는 명의 도용 사례가 접수돼 홍역을 치렀다

NC소프트 유명 온라인 게임 '리니지1'이 2006년에 이어 또 계정 도용 논란에 휩싸였다. "본인이 키운 적도 없는 '유령 캐릭터'가 만들어져 있다"는 사례가 온라인에서 수십 건 나오면서다. 전문가들은 "해킹 피해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NC소프트 관계자는 "해킹이 아닌 도용으로 보인다"고 했다.

29일 에펨코리아 등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NC소프트 인기 게임 '리니지1'에 자기도 모르는 새 캐릭터가 키워져 있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리니지1 홈페이지에서 로그인한 후에 '복귀용사 지침서'를 누르면 본인 명의로 키워진 캐릭터가 뜬다"며 "혹시 모르니까 해봐라"라고 했다.

님들도 NC 소프트 아이디 한번 검색해보세요~
같은 날 필자가 직접 '리니지1'에 로그인해 확인한 결과, 필자 명의 아이디에는 3개 서버(파아그리오·캐스톨·시드랏슈)에 4개 캐릭터가 20~55 사이 레벨로 키워져 있었다. 캐릭터 이름은 컴퓨터가 임의로 생성한 듯 숫자와 알파벳이 무작위로 배열돼 지어졌다. 필자는 '리니지1'를 해본 적도, 설치한 적도 없다.
실제 필자 계정으로 키워진 캐릭터 / NC소프트 '리니지' 홈페이지
실제 필자 계정으로 키워진 캐릭터 / NC소프트 '리니지' 홈페이지

SNS 이용자들도 필자와 비슷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어림잡아 수십 명이 관련 게시물에 댓글을 남기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한 SNS 이용자는 "태어나서 한 번도 리니지 해본 적 없는데 (아이디가) 9개나 나온다"며 허탈함을 나타냈다.

또 다른 SNS 이용자는 "(나도) 계정이 6개나 있다"며 "대체 내 아이디를 어떻게 턴 거냐"고 황당해 했다.

NC소프트는 2006년에도 20만 건이 넘는 명의 도용 사례가 접수돼 홍역을 치렀다. 피해 게임은 역시 '리니지1'이었다. 당시 피해자 1만여명은 NC소프트와 김택진 대표에 1인당 100만 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2007년 "피고 회사가 명의 도용 사건의 중심이지만, 도용 행위자와 직접적 관계가 없어 피해를 보상할 책임이 없다"며 NC소프트 측 손을 들어줬다.

전문가들은 "수십 건에 이르는 피해 사례가 나왔다면 조직적 해킹을 의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이날 "한, 두 사람이 아닌 대규모로 (피해) 사례가 나왔다면 (아이디) 해킹을 당한 거라 봐도 무방하다"며 "누가, 얼마나 당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본인이 캐릭터를 만든 사실도 없는데 캐릭터가 만들어져 있다면 조그마한 해프닝이라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권헌영 교수는 "수십 명의 계정에서 만들지도 않은 캐릭터가 만들어져 있는 게 사실이라면 꽤 큰 문제"라며 "만약 해킹이 맞다면, 사업자가 평소 어떻게 관리해 왔는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는지, 사후 조치는 어떻게 했는지 등을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NC소프트 관계자는 반면 "해킹이 아닌 계정 도용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20년 동안 회사 내부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이런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하면서 "계정 도용으로 보여진다"고 했다. 그는 이어 "평소 ID, 비밀번호가 보안에 취약했거나 2차 보안절차(OTP·임시 비밀번호)를 안 거쳤다면 도용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창현 엔씨소프트 홍보팀장도 "개인정보 보호 및 계정도용 예방을 위해 정기적인 비밀번호 변경, 전화인증이나 OTP를 통한 2차 보안 설정을 꾸준히 안내하고 있다. 게임 미이용자 계정이 도용당했을 경우, 계정도용 신고를 통해서 계정을 닫을 수 있다"며 "게임을 이용하는 이용자 계정이 도용당했을 경우에는 신고를 통해 계정을 복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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