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적에 위협까지"... 고객 울리는 일부 비양심 타투이스트들

2017-07-1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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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을 하려던 김민규(22) 씨는 지난해 억울한 일을 겪었다.

약 50% 완성된 당시 문신. 원래 계획했던 전체 도안의 윤곽만 겨우 잡은 상태였다 / 이하 김민규 씨 제공
약 50% 완성된 당시 문신. 원래 계획했던 전체 도안의 윤곽만 겨우 잡은 상태였다 / 이하 김민규 씨 제공

문신을 하려던 김민규(22) 씨는 지난해 억울한 일을 겪었다. 문신을 시작한 타투이스트가 시술 도중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작업을 그만둬버렸기 때문이다. 문신은 겨우 절반 정도 완성된 상황이었다.

◈ 일방적인 문신 시술 중지, 피해자는 제대로 된 항의도 못 했다

김 씨는 지난해 2월 부산 지역에서 유명하다는 타투이스트를 수소문해 예약을 잡았다. "유명 래퍼 문신을 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해 지역에서는 꽤 이름난 타투이스트였다.

문신 작업은 처음부터 삐걱댔다. 첫 시술 받는 날 타투이스트가 아프다며 일방적으로 약속을 취소했다. 김 씨는 찝찝했지만 어렵게 예약을 잡은 탓에 그냥 믿고 맡기기로 했다.

이후 3월 둘째 주부터 6월 둘째 주까지 250만 원을 지불하고 9차례 문신을 받았다. 중간 중간 타투이스트 사정으로 스케줄을 어긋나는 일이 반복됐지만, 이미 문신을 시작한 탓에 김 씨는 문신을 계속 받을 수밖에 없었다.

타투이스트 A씨의 본격적인 태만은 6월 넷째 주 부터 시작됐다. 타투이스트가 미리 잡은 장소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전화도 받지 않았다. 그는 몇 시간 뒤 김 씨에게 전화를 걸어 "일이 있었다"며 석연찮은 해명을 한 뒤 남은 잔금 50만 원을 보낼 것을 요구했다.

김 씨는 화가 났지만 이미 문신이 절반 정도 완성된 상황이었고, 타투이스트에게 항의해 봐야 불이익만 돌아올 거 같다는 생각에 잔금을 치렀다.

마치 물감으로 그린듯 흐릿한 나뭇가지와 꽃 색감과 형태

그 다음주 타투이스트 A씨는 "개인 사정이 있다"며 또 약속을 취소했고 "한 주만 뒤로 밀자"고 부탁해왔다.

약속된 다음 주, 타투를 받으러 간 김 씨는 자꾸 늦어지는 스케줄에 항의했고 이에 타투이스트는 "싸가지가 없다"는 말로 되받았다. 타투이스트는 김 씨의 머리를 손으로 치며 "내가 선생 소리 듣는 사람"이라고 위협했다. 타투이스트는 김 씨가 지불한 300만 원 중 50만 원을 돌려주며 "더 이상 작업하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김 씨는 억울했지만 위협적인 타투이스트 태도에 눌려 우선 자리를 빠져나왔다. 김 씨는 분한 마음에 타투이스트를 불법의료 혐의로 신고했고 결국 재판까지 가게 됐다. 김 씨는 "타투이스트를 처벌하고 싶다기 보다는 돈을 제대로 돌려 받아서 싶어 내린 결정이었다"며 "징역을 갈 수도 있는 형사 소송보다는 민사 소송으로 분쟁을 해결하고 싶었지만 환불 관련 법규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의료법 위반으로 신고했다"고 밝혔다.

현행 의료법 27조에 따르면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문신도 이 무면허 의료행위에 포함된다.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타투이스트 A씨의 부인이라는 여성이 김 씨에게 연락을 해왔다. 여성은 타투이스트 대신 사과하고 타투 지우는 비용을 합의금으로 제시했다. 김 씨는 제안을 승낙하고 비용을 청구하기 위해 다시 연락했지만 이 여성도 연락이 두절됐다.

타투이스트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여러차례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 타투 시장 물 흐리는 일부 비양심 타투이스트들

김 씨 사례처럼 일부 비양심적인 타투이스트들 때문에 고객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종종 생긴다는 것은 업계에서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서울에서 타투샵을 운영하는 B(30) 씨는 "퀄리티가 아주 형편 없거나, 완성이 덜 된 타투를 '리터칭'(재시술)하고 싶다는 문의가 종종 온다"며 "타투이스트와 갈등을 빚거나 연락이 끊겨 문신을 완성하지 못한 사례도 몇 번 접했다"고 말했다.

타투이스트에게 이른바 '갑질'을 당한 사례는 또 있다.

이하 독자 제공
이하 독자 제공

오모(21) 씨는 2년 전 타투샵을 찾았다. 실선으로 윤곽을 잡는 '라인' 작업만 마치고 약속된 금액인 100만 원을 한꺼번에 지불했다. 돈을 받은 타투이스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었다. 천신만고 끝에 다시 연락을 닿았지만 "요즘 힘든 일있다"며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오 씨는 결국 다른 타투이스트를 찾아 문신을 완성해야 했다. 문신을 마치는데는 원래 예정했던 금액의 두 배인 약 200만 원이 들었다. 오 씨는 "당시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항의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었다"고 토로했다.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C(18) 씨 제보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시 한 시장에서 요식업을 하는 업주는 태국인 타투이스트를 고용해 불법 문신 시술을 하고 있다.

그는 "해당 업주가 약속된 금액을 모두 받고도 피자집 전단지를 돌리라고 강요했다. 추가금액이 발생했다는 게 이유였다"며 "주로 미성년자 고객에게 이런 부당한 요구를 한다. 문신의 퀄리티도 형편 없었지만 업주가 너무 고압적으로 행동해 항의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본인이 한 타투를 홍보하는 태국인 타투이스트(오른쪽)
본인이 한 타투를 홍보하는 태국인 타투이스트(오른쪽)

◈ 늘어나는 문신 인구, 변화 않는 25년 전 법

패션을 목적으로 문신을 받는 인구는 점점 늘어가고 있는데, 현행 제도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비의료인이 시술하는 문신이 불법인 탓에 정부가 체계적으로 관리하기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현행법상 반영구 문신은 의료시술로 규정돼 의사가 아니면 할 수 없다. 하지만 무허가 문신을 받는 인구는 점점 늘어가고 있다.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불법으로 규정한 판결은 25년 전인 1992년 처음 내려졌다. 법이 변화하는 사회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지난해 한국타투협회에서 낸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문신을 받은 인구는 100만 명을 돌파했다. 7월 현재 활동하는 타투이스트들은 최소 3000명, 부업으로 하는 경우까지 합치면 2만 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보란 한국패션타투협회장은 양산되는 문신 시술 피해자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패션 타투를 제도 안으로 끌어들여 환불 규정 등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 회장은 "현재 패션 타투 불법화로 인해 타투이스트와 고객 모두 피해를 입고 있다"며 "타투이스트 역시 과도한 요구를 하는 일부 고객들 때문에 힘겨워한다. 조금만 일이 틀어져도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신 역시 피부 관리나 학원처럼 환불 규정 등을 명확히 해야한다. 우선 패션 타투를 제도 안으로 끌어와 소비자관리법 등에 환불 규정과 관리 체계 등을 꼼꼼히 규정해야 한다. 그래야 타투이스트와 고객 모두를 보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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