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된 천민 농부의 아들'…코빈드 인도 대통령 당선인

2017-07-2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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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제14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람 나트 코빈드(71) 당선인은 이처럼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하 연합뉴스
이하 연합뉴스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나는 하루하루 생계를 꾸리기 위해 힘겹게 일하는 모든 인도 국민을 대표한다."

20일 인도 제14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람 나트 코빈드(71) 당선인은 이처럼 당선 소감을 밝혔다.

코빈드 당선인은 전통적인 힌두교 신분제도인 카스트 상으로 '불가촉천민'이라 불리는 최하층 카스트 '달리트' 출신이다.

물론 코빈드 당선인은 대학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상원의원과 주지사를 지내는 등 출세 가도를 달려 사회적 소외계층인 달리트의 전형적 모습에서는 벗어나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도 헌정 70년 역사에서 달리트 출신이 헌법상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된 것은 1997년 코테릴 라만 나라야난 대통령에 이어 2번째로, 그의 취임이 미칠 상징적 의미는 적지 않다.

코빈드 당선인은 1945년 10월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 칸푸르에서 달리트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고향에 있는 칸푸르 대학에 진학해 법학과 경영학을 전공했다. 인도는 독립 후 헌법에서 달리트에 대한 차별을 금지했을 뿐 아니라 대학진학이나 공무원임용 등에서 특정 소외 카스트에 쿼터를 주는 적극적 평등정책을 채택해 달리트 출신의 대학진학이 아주 드문 일은 아니었다.

코빈드 당선인은 대학 졸업 후 델리 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 1991년 지금의 여당인 인도국민당(BJP)에 가입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당내 달리트 위원장을 지냈으며 1994년부터 2차례 상원의원을 지낸 뒤 2015년 비하르 주의 명목상 대표라 할 수 있는 비하르 주지사(governor)에 임명됐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BJP가 코빈드 당선인을 대통령 후보를 내세운 것은 2019년 총선을 앞두고 인구 비중은 크지만, 사회적으로 소외된 하층 카스트의 지지를 얻기 위한 포석으로 현지 언론은 해석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2014년 모디 정부 출범 이후 달리트 등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적 차별 문제가 강하게 제기됐다.

지난해 7월 서부 구자라트 주에서는 가죽업체 노동자로 일하는 달리트 계층 청년 4명이 힌두교에서 신성시하는 암소를 죽여 가죽을 벗겼다면서 힌두 강경주의자들로부터 무자비하게 폭행당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주 전역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진 끝에 주 총리가 사퇴한 바 있다.

또 달리트 출신 대학원생이 학내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며 자살하기도 했다.

당시 모디 총리는 "누군가에게 총을 쏘고 싶으면 달리트 형제들이 아닌 나를 쏘라"면서 "지금처럼 달리트에 대한 공격이 계속된다면 국민이 우리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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