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한 풀지 못하고.." 애도 발길 이어진 김군자 할머니 빈소

2017-07-23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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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군자 할머니의 빈소에는 고인을 애도하는 각계의 조문 발길이 이어졌다.

(성남=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 23일 만 89세로 세상을 떠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군자 할머니의 빈소에는 고인을 애도하는 각계의 조문 발길이 이어졌다.

이하 연합뉴스
이하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 분당차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차려진 빈소에 놓인 영정 속 할머니는 분홍색 저고리를 곱게 차려입고 생전에 끔찍했던 '기억'을 다 잊은 듯 미소 짓고 있었다.

영정 양옆으로는 '대통령 문재인', 국무총리 이낙연'이라고 적힌 조화가 나란히 놓였다.

김 할머니는 10대에 부모를 여의고 친척 집에서 생활하다가 17살에 중국 지린 성 훈춘 위안소로 강제동원돼 3년간 일본군 '성노예' 생활을 했다.

해방 후 죽을 고비를 넘기고 고향에 돌아와 위안소로 끌려가기 전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와 생활했다.

하지만 남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그때부터 1998년 나눔의 집으로 오기까지 할머니는 혼자 살았다.

할머니는 천주교 신자지만 슬하에 자녀를 두지 않아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 조계종 나눔의 집이 상주를 맡아 장례는 불교식으로 진행됐다.

빈소에는 고인의 영면을 기원하는 스님들의 목탁소리가 이어졌다.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모든 걸 다 주고 가셨다"는 한 마디로 할머니를 기억했다.

안 소장은 "김군자(세례명 요안나) 할머니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서 죽기 전에 위안부 문제를 꼭 해결해달라는 피해자 할머니들의 마음을 담아 '못다핀 꽃' 그림을 선물했었고, 그동안 한국 정부로부터 받은 배상금 등 2억5천여만원을 다 기부하고 떠나셨다"고 했다.

이 그림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 김순덕(1921∼2004) 할머니가 '피해자의 한과 고통'을 세상에 알리려고 1995년 4월 그린 것이다.

빈소에는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 인사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오후 5시 현재 남경필 경기지사, 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장, 영화 '귀향'의 제작자 조정래 감독, 배우 유지태 등이 빈소를 찾아 고인을 기렸다.

빈소를 찾은 남경필 경기지사는 "할머니께서는 평소 아무것도 필요 없다. 일본의 책임 있는 정치인의 진심 어린 사과면 족하다고 하셨다"며 "문재인 정부가 일본 정부와 대화와 협상을 잘 이끌어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조정래 감독은 "항상 좋은 말만 해주시고 따뜻하셨다"며 "말씀이 많은 편은 아니셨지만, 국악공연을 보고 손뼉 치며 좋아하신 모습이 눈에 선한다"라고 고인을 기억했다.

같은 아픔을 지닌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대구) 할머니를 비롯해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등은 오후 늦게 조문할 예정이다.

발인은 25일 오전 8시 30분 치러진다. 나눔의 집에서 노제를 한 뒤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하고 나눔의 집 추모공원에 모셔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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