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무서워요” 반려견한테 물리는 사고 늘어나는데 대안은?

2017-07-2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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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서울 창동의 한 주택가에서 대형견 2마리가 주민들을 무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14일 서울 창동 주택가에서 주민들을 물다 경찰에 붙잡힌 '도고 아르젠티노'. 도고 아르젠티노는 야생동물 사냥, 경비를 목적으로 개발된 품종이다. 일부 국가에선 사육, 반입이 금지되고 있다. 국내법에는 이들 사육 금지 규정이 아직 없다. / 뉴스1
지난달 14일 서울 창동 주택가에서 주민들을 물다 경찰에 붙잡힌 '도고 아르젠티노'. 도고 아르젠티노는 야생동물 사냥, 경비를 목적으로 개발된 품종이다. 일부 국가에선 사육, 반입이 금지되고 있다. 국내법에는 이들 사육 금지 규정이 아직 없다. / 뉴스1

지난달 14일 서울 창동 주택가에서 대형견 2마리가 주민들을 무는 사건이 발생했다. 마당에서 목줄 없이 길러지던 개들이 주인이 잠깐 집을 비운 틈을 타 집 대문을 열고 나와 거리를 활보하다 생긴 참사였다. 맹견들은 주민 2명의 목과 허벅지를 무는 등 중경상을 입혔다.

개에게 물려 사람이 죽기도 했다. 지난 5월 강원 원주시 개 사육장 주인 권모 씨는 기르던 도사견에게 물려 사망했다. 지난 8일에도 한 70대 할머니가 8년 동안 기르던 풍산개에게 물려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최근 반려견에게 물려 다치거나 심하게는 사망까지 이르는 사고가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2011년 반려견 물림 사고는 245건에 불과했는데 지난해에는 1019건으로 늘어났다. 2011년 대비 약 4.16배 증가한 셈이다.

◈ 불안감에 시달리는 시민들

공격성이 강한 '맹견'으로 알려진 로트 와일러 / 이하 셔터스톡
공격성이 강한 '맹견'으로 알려진 로트 와일러 / 이하 셔터스톡

계속되는 반려견 물림 사고에 시민들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직장인 김은영(31) 씨도 "골목길에서 큰 개를 만난 적이 있다. 다행히 그때 지나가던 분이 도와주셔서 무사히 빠져나왔다"면서 "만약 혼자 있을 때 마주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인 반려견 보디랭귀지와 성향을 토대로 '대응 요령'을 숙지할 것을 권한다. '맹견'으로 불리는 일부 견종은 경계심과 공격성이 강한 편이라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동물행동심리전문가인 한준우 서울연희전문학교 교수는 "개는 어느 정도 가까운 거리에 있을 때 공격 성향이 나타난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이 '불편하다'고 느껴지면 코를 내밀고 발을 들기도 한다. 거기서 더 가까이 가면 몸이 굳어지고, '으르렁'하고 짖는다. 그런데도 다가가면 상대에게 달려든다. 개 입장에서는 계속 보디랭귀지로 '메시지'를 보낸 셈"이라고 했다.

한준우 교수는 "개와 마주치게 되면, 눈은 피하고 고개는 돌리고 등은 보이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개를 마주했을 때 소리를 지르거나 달리거나 손을 저으며 빠르게 움직이는 행동은 절대 금물이라고 한다. 사냥 본능을 자극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애견훈련소 관계자 역시 "최대한 먼 곳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지나가야 한다. 개가 공격하려고 달려든다면 몸을 최대한 웅크려야 큰 부상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만약 개에게 물렸다면, 절대 개를 흥분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준우 교수는 "개에게 물렸을 때도 절대 비명을 지르거나 발버둥치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개를 흥분시켜서 더 세게 물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주변에 있는 도구를 개 입에 집어넣어 물린 부위를 신속하게 개 입에서 빼내야 한다고 했다.

개에게 물리는 사람을 봤을 땐 주위에 있는 도구나 몽둥이를 찾아 개의 코와 머리 중간을 내리쳐서 물고 있는 것을 놓게 해야한다. 단 한번에 아주 강하게 내리쳐서 두 번 물지않도록 해야 하는 게 포인트다
개에게 물리는 사람을 봤을 땐 주위에 있는 도구나 몽둥이를 찾아 개의 코와 머리 중간을 내리쳐서 물고 있는 것을 놓게 해야한다. 단 한번에 아주 강하게 내리쳐서 두 번 물지않도록 해야 하는 게 포인트다

개에게 물린 뒤 응급조치도 중요하다. 개의 침에는 60여 종에 달하는 세균이 들어있어 물린 직후 방치하게 되면 세균에 감염될 수 있다. 충남대 병원 유인술 전문의는 지난 3일 브런치에 기고한 칼럼에서 "일단 안전한 곳으로 장소를 옮긴 뒤 상처 부위를 깨끗한 물로 씻어줘야 한다"고 했다. 출혈이 있는 경우엔 거즈나 천으로 상처부위를 압박 지혈한 뒤 가까운 병원이나 보건소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 준비되지 않은 견주들

반려견 물림 사고 예방을 위해선 무엇보다 견주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 필수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반려견에게 목줄과 입마개를 채우기만 해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요지다.

지난달 오민수(23) 씨는 집 근처 공원에 산책하러 갔다가 큰 봉변을 당할 뻔했다. 맹견에 속하는 품종인 '로트 와일러'들을 데리고 온 여성과 마주쳤는데, 그중 한 마리가 짖으며 그를 공격하려고 했다. 목줄을 하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우리 애는 안 문다"고 대수롭지 않게 행동한 견주 태도에 오씨는 화가 났다고 했다.

실제로 서울 등 수도권 도심 공원에서 목줄과 입마개를 하지 않은 채 활보하는 개를 자주 볼 수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3년(2014년~2016년) 동안 7개 서울시 직영 공원에서 적발된 '반려동물 목줄·맹견 입마개 미착용' 건수는 매해 600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리온 동물병원 문재봉 수의사는 지난해 한국일보에 기고한 칼럼에서 "문제 있는 보호자는 있어도 문제 있는 개는 없다. 문제행동 대부분은 보호자의 잘못된 견해에서 비롯된다. 개를 키우기로 결심했다면 개 몸짓과 언어를 배우고 이해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개라는 동물 자체가 기본적으로 공격 성향을 지니고 있으므로 키우기 전에 충분한 훈련을 거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특히 공격성이 강하고 사나운 맹견이라면 키울 때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교육은 현재 '반려견 훈련'이라는 이름으로 애견훈련소, 동물병원 등에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강제가 아닌 선택사항이라 최소한의 교육 이수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려동물문화교실 권혁필 대표는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42가지'라는 책을 펴낸 이력이 있다. 권혁필 대표는 '반려견을 교육할 때는 반려견에게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를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했다. 덧붙여 보상과 처벌 등으로 '깨무는 버릇'을 없애는 방법을 소개했다 /유튜브, 권쌤이 알려주는 반려동물문화교실
반려동물문화교실 권혁필 대표는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42가지'라는 책을 펴낸 이력이 있다. 권혁필 대표는 "반려견을 교육할 때는 반려견에게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를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했다. 덧붙여 보상과 처벌 등으로 '깨무는 버릇'을 없애는 방법을 소개했다 /유튜브, 권쌤이 알려주는 반려동물문화교실

◈ 동물보호법 강화해야…정부 "검토 중"

동물보호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최근 연이어 발생했던 반려견 물림 사고를 보면, 국내외에서 맹견으로 분류된 견종이 많은 상황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별다른 절차 없이 누구나 맹견을 키울 수 있어 그 피해가 더 크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지난달 시민을 공격했던 '도고 아르젠티노'는 영국 등에선 사육금지 동물이지만 국내에서는 '평범한' 반려동물로 취급되고 있다.

계속되는 사고에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견주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맹견 목줄과 입마개 미착용 시 부과되는 과태료를 상향 조정(현행 10만원)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맹견을 키우기 전에 관할 지자체에 신고하고 관련 교육을 이수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안도 들여다보고 있다.

또 해외 맹견 관리 사례와 전문가 논의를 토대로 맹견 품종 종류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맹견을 중심으로 수입, 생산, 판매 단계마다 번식·거래 내용을 신고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국내 동물보호법상 맹견으로 분류된 견종은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12조에 따르면, 맹견을 데리고 외출할 때 견주는 맹견에게 입마개와 목줄을 착용해줘야 한다. 맹견 외 '사람을 공격해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은 개'도 여기에 포함된다. 위반할 때 견주는 1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목줄과 입마개를 착용해야 한다는 규정 외 별다른 규제는 없는 상황이다. 또 개가 사람을 물어 상처를 입히거나 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 견주는 과실치상 등 혐의로 입건되는 정도에 그친다. 맹견 사육에 대한 규제도 없으며, 사람을 다치게 해도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와는 달리 영국에선 개가 사람을 물어 죽이면, 견주는 최대 징역 14년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상처만 입혀도 징역 5년이다.

뉴질랜드와 스위스에선 일부 견종에 한해 법원 허가를 받아야 키울 수 있다. 키우기에 앞서 위험한 개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검토해서 일정 기준을 넘어야 기를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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