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머리, 적어도 군대 갈 때는 자르겠죠" 장문복 인터뷰

2017-07-3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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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는 작지만, 다부진 체격이었다. 머리칼이 거의 가슴에 가닿았다.

이하 전성규 기자
이하 전성규 기자

키는 작지만, 다부진 체격이었다. 긴 머리칼이 거의 가슴에 가닿았다. "예쁘다"는 말보단 "잘생겼다"는 말이 어울렸다.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을 땐 영락 없이 '동네 착한 동생'이었다.

지난 21일 서울 홍대 한 스튜디오에서 래퍼 장문복(22) 씨를 만났다. '모자' 덕후로 알려진 그는 이날 흰색 모자에 초록색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나타났다. "집에 모자가 몇 개나 있느냐"는 묻자 그는 "50개 정도"라고 했다. 모자는 주로 홍대 단골 가게에서 산다고 한다.

장 씨는 지난 20일 싱글 앨범 '같이 걸을래'를 발매했다. 지난해 11월 개그우먼 이세영 씨가 함께한 싱글 '췍(힙통령 사운드)' 이후 8개월 만이다. 이번엔 Mnet '프로듀스 101' 선배 황아영 씨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같이 걸을래'는 달달한 가사와 멜로디가 특징이다. 하지만 달달함은 장 씨와 다소 거리가 있는 단어다. 걸어온 길을 보면 그렇다.

2010년 Mnet '슈퍼스타K2'에 출연한 뒤 장 씨 인생은 바람 잘 날 없었다. 예선에서 선보인 기괴한(?) 랩과 "췤(Check)"이란 독특한 추임새 탓에 온라인에선 '힙통령(힙합+대통령)'이란 별명이 생겼다. 물론 진심이 아닌 조롱이었다. 16살 소년이 겪기엔 너무 큰 시련이었다.

장 씨의 '트레이드 마크' 긴 머리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장 씨는 "'슈스케2' 때 내가 굉장히 짧은 머리였다. 유명해진 뒤 밖에 나가면 (짧은 머리 때문에) 사람들이 나를 알아봤다"며 "그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힙통령'과 '췤'이 진지한 응원 문구로 바뀐 건 올해 초 '프듀'2에 출연하면서다. 샌 발음과 하이톤으로 랩 가사를 중얼거리던 중3 꼬마는 어느새 힙합에 대한 진지함이 묻어나는 22살 청년이 돼 있었다. 실력도 일취월장했다. 잠시 잊혔던 '힙통령'과 '췤'이란 단어가 다시 회자됐다. 이번엔 조롱이 아니었다. 진심이었다.

"췤길만 걷자"던 성원에도 불구하고, 장 씨는 '프듀2'에서 27위로 최종 탈락했다. 방송 초반 2위까지 치고 나갔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그래도 안타깝거나, 아쉽진 않다. 아이돌 데뷔보다 더 소중한 팬들을 얻었기 때문이다. '같이 걸을래' 역시 이런 마음이 담긴 곡이다.

"'프로듀스 101' 시즌2를 촬영을 하면서 (팬들에게) 참 고마웠어요. 응원해 주셔서 감사한다고 음악으로 말하고 싶었어요. 최대한 편하게 가사를 쓰려고 했죠. 한 번에 딱 듣기 좋게. 일부러 어려운 단어를 쓰거나, 영어를 혼용하거나 이러지 않고요. 가사에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바로 느껴지게요"

'프듀2'에서 장 씨는 순위와 별개로 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특히 연습생 성현우 씨와 끈끈한 우정을 과시했다. 1차 그룹 평가때 장 씨는 'EXO - 콜 미 베이비' 조에 속했다. 당시 팀원 지명권은 연습생 정원철 씨에게 있었다. 정 씨는 망설임 없이 장 씨를 뽑았다. 성 씨가 그를 '강력 추천'했기 때문이다.

장 씨는 "그룹 배틀이 끝나고 다른 팀원을 통해 현우가 원철이에게 '나를 뽑으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나중에 (성 씨에게) 이유를 물으니 '형이 너무 좋아서'라고 했다. 그 때부터 많이 친해졌다"고 했다.

'프듀2'는 끝났지만, '췤길'은 이제 시작이다. 요즘엔 알아서도 잘 걷는다. 세계적인 뷰티 브랜드 '로레알 파리' 국내 모델로 발탁됐다. 길고 탐스러운 머릿결 덕분이다.

장 씨는 "혹시 머리를 자를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원래 '프듀2' 파이널 20인에 들면 바로 자르려고 했다. 그런게 (진입에 실패해) 못 자르게 됐다. 아쉬웠다. 머리는 (적어도) 군대 갈 때는 자르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장 씨는 20살 때 신체 검사(2급)를 마치고 바로 입대할 계획이었지만, 집안 문제로 미루게 됐다.

"온라인을 보면 (긴 머리 때문에) '잘생겼다'는 말보다 '예쁘다'는 말이 많은 것 같아요. 개인적으론 '잘생겼다'는 칭찬이 더 좋아요. 앞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게 되면 그 때는 '상남자' 스타일을 해보고 싶어요."

쉬는 날엔 뭘 할까. 자주는 아니지만, 프로야구 중계를 본다고 했다. 대구 출신인 장 씨는 연고지가 대구인 '삼성 라이온즈' 광팬이다. 이승엽 선수를 제일 좋아한다. 물론 야구 하는 것도 좋아한다. "워낙 오래 전부터 야구를 했어요. 포지션은 포수에요. 사람들이 포수는 힘들어서 안 하더라고요. 실력은 평균이에요"

장 씨는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OnStyle '열정 같은 소리' 등 여러 예능과 음반 활동을 병행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에게 모든 것의 시작점인 2010년으로 돌아가도 '슈스케2'에 나갈 생각이냐고 물었다.

"당연히 나가야죠. 그때로 돌아가 똑같이 힘든 과정을 겪는다 해도 도전할 거에요. '슈스케2'가 없었으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테니까요." 가늘게 뻗은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 영상 제작 = 위키트리 비주얼팀

* 기획·구성 = 이예나·박선영·정대진

* 촬영 = 전성규·신희근·이예나

* 편집 = 이예나·박선영

* 그래픽 = 김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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