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위해 '물놀이' 프로그램 기획한 센터 논란

2017-08-0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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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는 "유가족이 800여 명인데 가족마다 욕구와 의견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이하 '예은아빠' 유경근 씨 인스타그램
이하 '예은아빠' 유경근 씨 인스타그램

세월호 유가족이 받은 치유센터 문자가 논란이 됐다.

지난달 31일 세월호 유가족 '예은아빠' 유경근 씨는 인스타그램에 안산 온마음센터 전체 문자를 공개했다. 온마음센터는 세월호 유가족에게 "무더운 여름, 가족과 함께 북한강변 시원한 자연 바람을 맞으며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수상 레저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라고 설명했다. 유경근 씨는 "세월호 유가족이 수상 레저를? 진심입니까?"라는 답장을 보냈다.

유 씨는 인스타그램에 "수상 레저? 지금도 물만 쳐다보면 물속에 잠긴 예은이가 보여서 뛰어들고 싶은데 수상 레저를?"이라고 썼다. 유 씨는 "강물이니까 괜찮다는 건가? 맞서서 이겨내 보라는 건가? 아니면 물 먹고 정신 차리라는 깊은 뜻?"이라며 분노를 표했다.

안산온마음센터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때 만들어진 재난 심리지원팀을 주축으로 설립된 유가족 트라우마 치료 지원 공간이다. 피해자 유가족, 친구, 단원고 생존 학생 등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을 기획해왔다.

이날 유 씨 게시물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졌다. 유 씨 인스타그램 밑으로 온마음센터를 비판하는 댓글이 다수 달렸다.

1일 온마음센터 관계자는 위키트리에 "전체 문자를 보내는 과정에서 문장과 단어 선택이 부주의했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런 행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트라우마를 불러오거나) 불편할 수 있는 부분을 배려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다만 수상 레저 프로그램은 올해만 열린 게 아니다, 작년, 재작년에도 열렸고 (유가족과) 캐리비안 베이에 간 적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작년에 (수상 레저 프로그램) 만족도가 높아 올해도 기획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세월호 유가족이 800여 명인데 가족마다 욕구와 의견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외부에 의견을 공개하는 가족과 그렇지 않은 가족, 물놀이 자체에 트라우마를 가진 가족과 이런 (레저) 활동을 원하는 가족 등 다양하다"라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올해는) 물놀이 안 가냐고 먼저 묻는 가족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관계자는 "유가족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더욱 다양한 의견을 고려하며 주의를 기울이겠다"라고 말했다.

home 권지혜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