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에이즈 '비상'…HIV 감염자 6년새 2.4배 급증해 연 1만명

2017-08-02 12:50

add remove print link

보건당국은 에이즈 예방을 위해 적극적인 콘돔 사용을 권하는 동시에 성교육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 필리핀 여성이 HIV와 에이즈 정보에 대한 책자를 들고 있다 / 연합뉴스
한 필리핀 여성이 HIV와 에이즈 정보에 대한 책자를 들고 있다 / 연합뉴스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필리핀에서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 보건부는 유엔에이즈계획(UNAIDS) 통계를 인용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 가운데 필리핀에서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리핀에서 발생한 신규 HIV 감염자는 2010년 4천300명에서 2016년 1만500명으로 2.4배가량 급증했다. 이 추세로 가면 2022년에는 신규 감염자가 1만9천3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파울린 우비알 보건부 장관은 "필리핀이 아태지역에서 HIV가 가장 빨리 퍼지는 국가이자 아태지역 HIV 신규 감염자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8개 국가 가운데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우비알 장관은 필리핀의 경우 신규 감염자의 85%가 남성 간 성관계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전체 인구의 80% 이상이 가톨릭 신자인 필리핀에서는 동성연애가 사회의 강한 부정적 인식으로 은밀하게 이뤄지는 가운데 성교육이 활성화되지 않아 HIV 감염 확산속도가 빠른 것으로 분석된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벌이는 '마약과의 전쟁' 여파로 마약사범 체포나 자수가 급증하면서 교도소가 HIV 감염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6월 말 현재 구치소와 교도소 등 전국 460여 개 구금시설의 수감자는 14만2천여 명으로 1년 전보다 220%가량 늘어났다. 이 같은 수감자는 적정 수용인원의 7배 가까이 초과한 것이다.

수감자 간의 성관계는 물론 구금시설의 열악한 보건·위생 시설이 HIV 감염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 보건 및 교정 당국의 판단이다.

필리핀 수도권인 메트로 마닐라에 있는 케손 시 교도소에서는 일부 수감자가 HIV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자 콘돔을 배포하기도 했다.

보건당국은 에이즈 예방을 위해 적극적인 콘돔 사용을 권하는 동시에 성교육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home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