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안 좋은 사람이 라식한 느낌"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유저들 반응

2017-08-0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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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게임을 하는 느낌이다. 연령 제한이 생기면서 채팅창도 순화된 것 같다"

지난달 31일 선공개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플레이하고 있는 강모 씨 / 이하 위키트리
지난달 31일 선공개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플레이하고 있는 강모 씨 / 이하 위키트리

"기존 스타크래프트랑 플레이 방식은 똑같은데, 그래픽이 훨씬 좋아졌어요. 확실히 색이 달라요"

퇴근 후 집 근처 피시방을 찾았다는 강모 씨(36)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말했다. 10년 넘게 '스타크래프트'를 해왔다는 그는 마우스를 이리저리 옮기며 눈을 반짝였다.

지난 1일 저녁 7시 30분, 일산 백석동에 위치한 A 피시방. 100석이 넘는 피시방은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가득 찼다. 8~90%는 오버워치나 롤을 하고 있었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하고 있는 사람은 4~5명 정도 됐다.

박양호(34) 씨는 "오늘 처음 리마스터를 해봤다. 어렸을 때부터 쭉 해왔는데, 이렇게 그래픽이 좋아졌을 줄은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기존 버전과 달라진 점을 묻는 말에는 "요즘 게임을 하는 느낌이다. 연령 제한이 생기면서 채팅창도 순화된 것 같다"고 답했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는 만 12세부터 게임이 가능하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는 1998년 출시된 오리지널판 그래픽을 대폭 개선한 버전이다. 최대 4K UHD 해상도까지 지원한다. 지난달 31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 피시방에만 선공개됐다. 정식 출시일은 오는 15일이다.

블리자드 측은 "이번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버전은 첫 출시 이후 20년 가까이 스타크래프트를 즐겨 주신 팬분들께 감사하는 의미로 출시하게 됐다"며 "특별히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의 발현지인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선공개하게 됐다"고 했다.

박양호 씨가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에 접속하자 채널 목록 38개가 떴다. 각 채널마다 여러 사람들이 접속해있는 거라고 했다. 박 씨는 "예전만큼은 아니겠지만, 리마스터가 나오고 사람들이 확실히 많이 하는 것 같다. 퇴근 시간 지나서 8~9시쯤 되면 접속자 수가 더 는다"고 했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게임 참가 화면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게임 참가 화면

박 씨와 함께 피시방을 찾은 이성호(34) 씨는 "다 좋은데, 게임 화면이 눈에 잘 안 들어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래픽이 훨씬 좋아지긴 했지만 게임을 하다 보면 금방 적응돼서 큰 차이를 못 느낀다. 한글로 패치된 점은 좋다. 아직 익숙지 않아 게임 모드 창에서 번역된 메뉴들 중 '이게 뭐지?' 싶은 것들도 있다"고 했다.

실제 이번 리마스터 버전에서는 세세한 부분들까지 한글 패치가 적용됐다. 메딕(테란 간호병)을 누르면 "호출하신 분~?"이라고 묻는 낭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아직 정식 출시가 아닌 만큼 자잘한 오류들도 있다. 리마스터 출시 3일째인 지난 2일, 블리자드 홈페이지 스타크래프트 '토론장' 게시판에는 "게임 조인(참가)이 늦다", "대전 상대 찾기 기능이 버벅댄다"같은 리마스터 관련 피드백 요청 글 약 250개가 올라왔다.

블리자드 홈페이지 '토론장' 게시판
블리자드 홈페이지 '토론장' 게시판

이 씨는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에 대해 "한 마디로 눈 안 좋은 사람이 라식한 느낌"이라고 평했다.

스타크래프트 유저들은 연령대가 높을 거라는 예상을 깨고 피시방에는 앳되어 보이는 유저도 있었다. 새로 출시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해보기 위해 피시방을 찾았다는 김태호(19) 씨는 "어릴 때 아빠가 하셨었는데, 옆에서 배워서 스타크래프트를 하게 됐다. 초등학생 때 시작해서 한 지는 10년이 넘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오늘 와서 오리지널로도 해봤는데, 못 하겠더라. 리마스터 버전은 감도 깔끔해지고 버그도 사라진 것 같다. 딱히 불편한 건 없다"고 말했다.

스타크래프트를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그래픽이 화려한 다른 게임들도 많지만, 가장 밸런스가 잘 맞는 게임이라서"라고 했다.

학원 수업을 마치고 친구와 피시방에 들른 강차니(14) 군은 '스타크래프트 2'를 플레이하고 있었다. 리마스터가 새로 출시됐는데 왜 안 하냐는 질문에는 "그래픽 빼고는 스타크래프트 오리지널이랑 똑같지 않나. 질려서 안 한다"고 답했다. "스타크래프트 2가 훨씬 그래픽도 좋고, 게임 방식도 더 재밌다. 가장 자주 하는 게임은 리그오브레전드다"라고 전했다.

'스타크래프트 2'를 플레이하고 있는 강차니 군
'스타크래프트 2'를 플레이하고 있는 강차니 군

A 피시방 매니저는 리마스터 버전 출시 후 확실히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사람이 늘었다고 했다. 그는 "출시 후 이틀간 평균 15% 정도는 는 것 같다. 반응도 좋다. 전에는 모니터가 크다 보니 플레이 화면 양쪽 끝에 까만 바가 떴었는데, 지금은 비율이 맞춰졌다고 다들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지난 7일 기준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는 게임트릭스가 집계한 전국 피시방 게임사용량 3.84%를 차지하며, 전체 게임 중 6위를 기록했다. 1위인 리그오브레전드(30.25%)에 비하면 미미한 수치지만 단단한 마니아층을 바탕으로 인기를 키워가고 있다.

지난 6월과 7월 출시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컴플리트팩'(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게임과 특별 스킨, 엽서, 마우스 패드 등이 들어있는 패키지 상품) 초회판은 출시 하루 만에 완판됐다.

지난달 30일 열린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출시 기념행사에는 1만 명이 넘는 관객이 모였다. 임요환, 홍진호 등 레전드로 불리는 전 프로 게이머들의 매치도 펼쳐졌다.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계속된 경기에도 약 50만 명 가까운 시청자들을 모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입증했다.

블리자드 관계자는 "오는 15일(미국 기준 14일) 정식 출시 이후에는 더 많은 분들이 장소에 상관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도 더 뜨거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