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 생명을..." 전 남친에게 성폭행 당한 여성 대숲글

2017-08-0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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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으로 임신까지 한 제보자는 사건이 발생한 모텔로 달려가 CCTV를 확인했다.

#29993번째포효 저는 한 생명을 죽였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제 막 성인의 길에 오르게된 한 여대생입니다. 저는 한 생명을 죽였습니다. 저는 성폭행 피해자 입니다. 막 성인이 되어 한창 기쁘고 행복할 저는...

고려대학교 대나무숲에 의해 게시 됨 2017년 8월 2일 수요일

한 여성이 전 남자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 낙태 수술한 기억을 털어놨다.

지난 2일 페이스북 '고려대학교 대나무숲'에는 한 여성 제보자가 자신이 겪은 성폭행과 낙태 수술 경험을 전하며 고민 상담을 요청했다.

제보자는 "저는 한 생명을 죽였습니다. 저는 성폭행 피해자입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제보자는 사건 당일 과음을 한 탓에 혼자 모텔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고 했다. 제보자는 "아침에 일어나보니 성 경험이 단 한 번도 없었던 저는 옷을 모두 벗은 채 하혈을 하고 있었고 이불은 여기저기 피가 묻어있었으며 제 머리와 제 몸은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였습니다"라고 밝혔다.

제보자는 성폭행범이 자신을 따라와 모텔 주인에게 인상착의를 설명하며 여자친구라고 속여 키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 사건으로 임신까지 한 제보자는 사건이 발생한 모텔로 달려가 CCTV를 확인했다. 그리고 범인이 '전 남자친구'임을 알게 됐다. 제보자는 남성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그는 "나 질싸(질내사정)안했어" "나일 리없어 그때 일은 미안해 근데 정말 나일리 없어 흥분을 안했거든"이라고 주장했다.

자료사진 / shutterstock
자료사진 / shutterstock

결국 제보자는 혼자 낙태 수술을 했고 대숲에 도움을 요청했다.

제보자는 "신고? 경찰서? 제 이름에 성폭행 피해자 붙는 거보단 그 사람을 무시하는 게 나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하루하루 잠 들 때마다 무섭습니다. 수술대 위에 누워있는 제 모습이 ,다리를 벌리고 누워 수술을 받는 제 모습이, 제 아기를 죽이는 제 모습이 아직도 꿈에 나옵니다. 여러분 저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이 글은 게시된 지 약 하루 만에 3만개가 넘은 공감을 받으며 SNS에 확산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낙태는 불법이다. 형법 제269조에는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많은 여성이 성폭행 등 원치 않은 임신을 했을 때 법적으로 낙태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여성을 낙태죄로 처벌하는 형법 개정을 위한 청원' 1만인 서명운동을 벌였던 한국여성민우회는 성명을 내고 "이 법이 피해자 여성과 의사만 처벌할 수 있으며 남성이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home 박송이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