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써봤다" 국내 출시 앞둔 '페미사이클', 후기 많은 '레나컵' 차이는?

2017-08-0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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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컵은 의료용 실리콘이나 천연 고무로 만들어진 종 모양 생리용품이다. 질 내에 삽입해 생리혈을 받아낸다.

생리컵(왼쪽)과 탐폰 / 셔터스톡
생리컵(왼쪽)과 탐폰 / 셔터스톡

생리컵(월경컵·menstrual cup)에 대한 한국 여성들 관심이 뜨겁다. 생리컵은 의료용 실리콘이나 천연 고무로 만들어진 종 모양 생리용품이다. 질 내에 삽입해 생리혈을 받아낸다. 길이는 약 4.5~6cm, 지름 4~4.5cm 정도다.

국내에선 판매되지 않기 때문에, 국내 이용자들은 생리컵을 해외에서 '직구'해서 쓴다. 배송료를 고려하면 개당 생리컵 가격은 3만 원에서 4만 원 선이다. 국내에선 오는 10월 미국회사 펨캡(FemCap)이 만든 생리컵 '페미사이클'이 공식 출시될 예정이다.

생리컵이 편리하다는 얘기를 곳곳에서 들었다. 실제론 어떨까? 국내 수입 허가를 앞두고 있는 '페미사이클'과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좋다는 '레나컵'(제조사 레나)을 직접 사용해보기로 했다.

'생리컵 구매'에 앞서 먼저 질 깊이를 측정해야 한다. 질 깊이에 따라 다양한 길이의 생리컵이 있기 때문이다.

측정 도구는 손가락이다. 질 속에 검지를 넣고 자궁경부가 닿을 때 손가락 마디가 어디까지 들어가는지 보면 된다. 질 입구에서 자궁경부까지 길이를 측정하는 과정이다.

최상산부인과 황선아 원장은 “평균적인 여성 질 깊이는 7~9cm이므로 손가락 세 마디 정도면 보통이라고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질 깊이는 생리 중에 측정해야 정확하다. 생리 기간 중에는 자궁 경부가 평소보다 아래로 내려가기 때문에 질 깊이가 짧아진다.

변기 위에 한 다리를 올리고 질 깊이 측정을 시도하다가 아파서 황급히 손가락을 뺐다. 긴 손톱 때문이다. 손톱이 긴 상태로 측정하면 정확한 확인이 어려울뿐만 아니라 질 내부에 상처가 생길 수 있다. 손톱을 자르고 다시 시도했다.

손가락 두 마디(약 5cm)가 지나지 않은 지점에서 자궁 경부가 만져진다면 컵 길이가 짧은 생리컵을 써야 한다. 컵 길이는 생리컵 브랜드에 따라 다르다.

필자는 생리컵 '페미사이클'과 ‘레나컵’을 해외 사이트에서 구매했다. 두 제품 모두 의료용 실리콘으로 제작됐으며 미국 식품의약청(FDA) 허가를 받았다. 묶음 배송비 포함해 모두 약 8만 원이 들었다.

5일 뒤 생리컵이 도착했다. 박스에는 생리컵과 생리컵을 담아 다닐 수 있는 작은 파우치, 안내문이 담겼다.

‘레나컵’은 분홍색 스몰 사이즈로, ‘페미사이클’은 레귤러 사이즈로 구매했다. 두 생리컵의 가장 큰 차이점은 모양이다. ‘레나컵’은 일반적인 생리컵 형태인 깔때기 구조에 원통 모양 실리콘 손잡이가 달려 있다. '페미사이클'은 폭이 넓고 둥근 항아리 모양에 이중컵 구조다. 손가락을 걸 수 있는 고리형 손잡이가 있다.

페미사이클(왼쪽)과 레나컵 / 이하 김도담 기자
페미사이클(왼쪽)과 레나컵 / 이하 김도담 기자

두 생리컵은 끓는 물에 5분 삶아 소독 후 파우치에 담았다.

생리컵을 처음 본 이들 대부분 크기에 놀란다. 필자 역시 “이걸 넣어야 한다고???”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삽입 전 반으로 접은 페미사이클(왼쪽)과 레나컵
삽입 전 반으로 접은 페미사이클(왼쪽)과 레나컵

생리 첫날 소독해둔 ‘페미사이클’을 꺼내 변기에 앉았다. 생리컵을 반 접고 검지와 엄지로 잡았다. 필자는 평소 체내형 생리대인 탐폰를 사용해왔다. 그 느낌을 기억하며 질 입구에 생리컵을 밀어넣었다. 생리컵은 들어갈 생각이 없는듯 버티고 있다. 긴장으로 질에 힘이 들어가면 생리컵을 삽입하기 어렵다. 힘을 빼야 한다.

생리컵 접는 방법 예시 / 이하 GIPHY

더운 날씨에 화장실에서 땀을 흘리며 15분 이상 생리컵과 씨름했다. ‘페미사이클’을 잡고 있던 엄지와 검지손가락에도 힘이 빠져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최대한 몸에 힘을 빼고 ‘페미사이클’의 접힌 부분을 질 입구에 넣고 쭉 밀어 넣었다. 생리컵 윗부분이 질 입구를 통과하자 아랫부분은 쉽게 들어갔다.

생리컵 삽입 방법 예시

생리컵 삽입에 성공하고 지칠대로 지친 몸으로 화장실을 나왔다. ‘생리혈이 밖으로 새지 않을까’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거실을 서성이고 누워보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팬티에 아무것도 묻어나지 않았다.

탐폰을 사용할 때는 질 입구와 아랫배가 뻐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생리컵은 삽입 후 이물감이 없고 활동하기 편안했다.

생리컵과의 첫날밤을 보냈다. 가장 먼저 확인한 침대 시트에는 아무것도 묻어있지 않았다. 보송보송한 팬티 상태를 보자 기분이 좋았다. 생리혈 양이 많거나 자면서 뒤척임이 심하면 탐폰이나 접착용 생리대를 사용할 때도 생리혈이 밖으로 샌다. 생리컵은 잘 착용하기만 하면 그럴 염려가 없다.

생리컵을 뺄 차례다. ‘페미사이클’ 설명서에 따르면 최대 12시간 내에는 생리컵에 모인 생리혈을 갈아줘야 한다.

생리컵 착용 시간에 대해 최동석 원장은 "생리컵도 적정 시간에 내용물을 비우고 위생관리를 하지 않는다면 생리혈이 축적됨으로 인해서 미생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가능성이 있다"며 "탐폰과 비슷하게 3~4시간가량의 적정 주기로 교체 혹은 세척해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어 "생리컵 사용자라면 젠틀한 사용법을 숙지하고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때까지 적응 기간을 충분히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페미사이클’ 끝에는 동그란 고리가 있다. 질에 손가락을 넣어 고리에 걸고 당겨 뺐다. 넣을 때보다 쉬웠다. 빼낸 생리컵에는 붉은 생리혈이 담겨 있다. ‘페미사이클’은 다른 생리컵과 달리 이중컵 구조로 돼 있다. 안으로 접힌 부분을 펴 생리혈을 버리고 생리컵은 물과 비누로 씻어냈다.

생리컵 제거 방법 예시

생리컵을 다시 질 내부로 넣어야 한다. 이번에는 ‘레나컵’을 썼다. 삽입 방법은 동일하다. ‘레나컵’ 스몰 사이즈는 ‘페미사이클’보다 가로 폭이 좁아 넣는 과정이 한결 수월하다. 실리콘 탄성은 ‘페미사이클’보다 강하다.

생리 기간 4일 동안 ‘페미사이클’과 ‘레나컵’을 번갈아가며 사용했다. 필자의 느낌을 정리하자면 ‘페미사이클’은 ‘레나컵’보다 삽입 후 착용감이 편안하고 고리가 있어 빼기 쉽다. 반면 초보자가 사용하기에 삽입 과정이 불편하다.

‘레나컵’ 스몰 사이즈는 비교적 삽입이 편하다. 반으로 접으면 탐폰과 비슷한 크기로 큰 부담 없이 삽입할 수 있다. 반면 생리컵을 뺄 때는 ‘레나컵’의 원통 형태 손잡이보다는 고리 형태 ‘페미사이클’ 손잡이가 편하다.

생리컵은 종류에 따라 탄성이 다르다. 손으로 만졌을 때 탄성이 강한 생리컵은 질 내부에서 잘 펴진다는 장점이 있으나 삽입 과정이 어렵다. 탄성이 약한, 부드러운 생리컵은 삽입이 쉽지만 질 내부에서 잘 펴지지 않아 생리혈이 샐 염려가 있다.

생리컵 사용감은 이용자에 따라 다르다. 처음 구매한 생리컵이 몸에 맞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나에게 맞는 제품을 찾아 나가야 한다. 생리컵 마니아들은 나에게 맞는 생리컵을 ‘골든컵’이라고 부른다.

필자가 느낀 생리컵 사용 장단점을 정리했다.

장점

잘 착용하기만 하면 생리 중이라는 사실을 잊을만큼 편하다

생리혈 등 분비물이 질 외부로 나오지 않아 위생적이다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생리대 구입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오랜 시간 앉아 있어도 찝찝하지 않다

소변, 대변을 볼 때 탐폰보다 편하다 (힘을 주면 밖으로 탐폰이 빠져나온다거나 탐폰 줄에 분비물이 묻는 경우)

접착용 생리대, 탐폰과 달리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

생리혈이 내려오는 느낌이 없다 (예를 들면 '굴 낳는 느낌')

화학약품이 들어있지 않다

단점

삽입, 제거 과정이 번거롭다

익숙해지기까지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집이 아닌 공간에서 생리컵 교체시 세척이 불편하다

맞는 생리컵을 찾기까지 기초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

무리하게 사용하다가 질 내부에 상처를 낼 수 있다

최상산부인과 황선아 원장은 "생리컵에 대한 한국 여성들의 관심이 현격히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산부인과에서도 생리컵 관련 문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재까지 생리컵 관련 문제로 본원에 내원한 케이스는 없었다"고 했다.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생리컵을 사용하다가 처녀막이 찢어질 수 있나요?", "생리컵 오래 사용하면 질 내부가 늘어나요?" 등의 질문이 많다.

최 원장은 "생리컵은 탄력적인 실리콘 재질이다. 생리컵을 사용한다고 질 내부가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 또 질 표면은 점막, 그 아래 지방, 콜라겐 섬유 등 연조직으로 구성돼 있고 더 안쪽으로는 골반 근육이 있어 본래 탄력의 범위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매월 수일에서 최대 일주일 정도 생리컵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질 내부가 의미있게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생리컵으로 인한 처녀막 손상에 대해 최 원장은 "성 경험이 없는 여성의 경우 탐폰과 마찬가지로 생리컵을 넣고 빼는 것 자체가 익숙치 않을 수 있다. 무리하게 삽입을 시도하다 질구에 상처가 발생할 수 있고 처녀막이 손상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처녀막이라는 조직이 원래 완전히 막혀있는 격막이 아니다. 링 형태로 질구를 둘러싸고 있거나 일부 질구 아래쪽에만 흔적조직처럼 작게 남아있는 경우도 있다. 꼭 생리컵 사용으로 처녀막이 파열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생리컵 삽입 시 세심하게 진입하고 만일 불편감이나 통증이 느껴진다면 무리한 삽입을 피하고 적응 기간을 충분히 거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home 김도담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