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피아노 학원 다녀본 사람이 공감하는 9가지

2017-08-1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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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카드 거짓으로 색칠한 적이 있다"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 스틸컷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 스틸컷

필자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피아노를 배웠다. 기억을 되살려 글을 써봤다.

1. 누군가는 하농 1번을 치고 있다

유튜브, dammansmusicschool

'하농'은 프랑스 피아니스트 샤를 루이 아농(Charles Louis Hanon·1819~1900)이 만든 연습교재다. 피아노 연주에 필요한 기본적인 기교를 총 60가지 곡으로 담아냈다. 보통 바이엘을 갓 마친 피아노 초보자가 체르니와 함께 시작한다.

하농은 1번이 가장 쉽다. '도미파솔 라솔파미'로 시작하는 이 곡은 낮은음에서 높은음까지 순차적으로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구성이다.

어릴 적 피아노 학원에 가면 누군가는 꼭 이 곡을 치고 있었다.

2. 진도 카드 거짓으로 색칠한 적 있다

권지혜 기자
권지혜 기자

피아노 학원에 등록하면 작은 진도 카드가 나온다. 곡을 연습한 횟수를 색칠하는 카드다.

학원에 다니다 보면 치기 싫은 곡도 쳐야 하는 순간이 온다. 기자는 치기 싫은 곡을 1번만 치고 5번 다 쳤다고 거짓말한 적이 있다. 선생님은 "네가 이걸 이렇게 빨리 다 했을 리가 없는데"라고 말씀하시면서도 속아주셨다.

3. '엘리제를 위하여'를 칠 무렵 '뭔가 해낸' 기분이 든다

유튜브, Ludwig van Beethoven

1810년 독일 작곡가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은 '엘리제를 위하여(Für Elise)'를 작곡했다. '엘리제를 위하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아노 소곡으로 수많은 광고와 음악에서 익히 사용됐다.

피아노를 배우면 한 번 쯤 '엘리제를 위하여(Für Elise)'를 치는 순간이 온다. 보통 체르니 100을 칠 무렵 선생님이 권한다.

'엘리제를 위하여'는 도입부가 쉽다. 멜로디는 반복적이며 기교도 많지 않다. 뒷부분은 다소 어렵지만 연습만 하면 충분히 잘 칠 수 있는 수준이다.

'엘리제를 위하여'를 떼야 비로소 피아노를 배우는 듯한 기분이 든다.

4. 그랜드 피아노를 쓰는 날엔 기분이 좋다

pixabay
pixabay

피아노 학원은 보통 직립형 피아노인 업라이트형(Upright) 피아노를 쓴다. 그랜드 피아노는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비싸기 때문에 동네 학원에 적합하지 않다. 그래도 많은 학원이 그랜드 피아노를 한 대 정도는 보유하고 있다.

기자가 다니던 학원에서는 사람이 많지 않을 때 그랜드 피아노에서 연습할 수 있었다. 그랜드 피아노를 만지면 기분이 좋았다.

5. 체르니 30에서 40 넘어갈 때가 고비다

일송미디어
일송미디어

유튜브, Rino Nicolosi

'체르니'는 오스트리아 작곡가이자 음악 교육자인 카를 체르니(Carl Czerny·1791~1857)가 제작한 교본이다. 피아노를 배우는 사람은 반드시 체르니 시리즈를 떼야 한다. 체르니 100, 체르니 30, 체르니 40, 체르니 50 등이 있다.

보통 체르니 30에서 40 넘어가는 시기에 고비가 찾아온다. 예전보다 곡 난도가 높고 실력이 금방 늘지 않기 때문이다. 이쯤 해서 피아노 치는 것을 지루하게 느끼는 학생도 있다. 이 시기에 많은 학생이 학원을 그만둔다.

'체르니 40 고비'에 관한 부수적 이유로 '학업'이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피아노를 시작한 학생이 체르니 40에 도달하려면 적어도 5~6학년은 돼야 한다. 국영수 위주 교육제도 특성상 중학교에 입학하고도 예체능 학원에 계속 다니는 학생은 많지 않다.

6. '부르크뮐러'를 좋아하는 친구가 많았다

삼호뮤직
삼호뮤직

유튜브, FRANCO DI NITTO

'부르크뮐러 25개 연습곡'은 독일 작곡가 요한 프리드리히 프란츠 부르크뮐러(Johann Friedrich Franz Burgmüller·1806~1874)가 만든 음악 교재다. 하농, 체르니와 더불어 피아노 학원에서 애용한다.

'부르크뮐러'는 어린이에게 인기가 많은 교재다. 하농이나 체르니보다 곡 분위기가 편안하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제목도 '작은 모임', '스티리아의 춤', '수다쟁이', '천사의 노래' 등 낭만적이다.

기자는 '스티리아의 춤'을 좋아했다. 스타카토 연주를 하다 보면 진짜로 춤을 추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7. 이 사람들이 누군지 궁금했다

세광음악출판사
세광음악출판사

'고양이 춤', '소녀의 기도', '캐논 변주곡', '크시코스의 우편 마차', '터키 행진곡' 등이 담긴 추억의 책이다.

8. 학교 시험은 걱정 없었다

세광문화
세광문화

우리에겐 세광음악교실이 있었다.

9. 가끔 피아노 다시 배우고 싶다

유튜브, crediatv

위대한 피아니스트 연주를 들은 날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그때 내가 왜 그만뒀지? 조금만 더 해볼걸!"

home 권지혜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