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으로 문의하고..." 이젠 인스타로 구제 옷 산다

2017-08-2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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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스타그램을 통해 빈티지 옷을 구매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직장인 김민경(가명·26) 씨는 최근 인스타그램을 보는 일이 많아졌다. 친구들 소식을 보거나 일상 사진을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김 씨 목적은 '쇼핑'이다.

침대에 누운 김민경 씨는 인스타그램 피드를 손가락으로 훑는다.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한 김 씨는 인스타그램 운영자에게 다이렉트 메시지(이하 DM)를 보낸다. "총장이 몇 cm예요? 안감 있나요?" 등 옷에 대한 질문과 답이 오간다. 만족한 김 씨는 가격을 묻고 주인 계좌로 돈을 보낸다. 구매한 옷은 이틀 후 택배로 김 씨에게 배달된다.

최근 김 씨처럼 인스타그램으로 빈티지 구제(舊製) 옷을 구매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 '빈티지', '수입 구제'를 검색하면 빈티지 의류 판매 계정 수십 군데가 나온다. 홍대, 광장시장, 부산, 광주 등 오프라인 매장이 위치한 지역도 다양하다. 인기 있는 매장 인스타그램은 팔로워가 1만 명 이상에 달하기도 한다.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수입 구제 매장을 운영하는 여름(가명·26) 씨는 인스타그램 판매가 전체 매출에 약 2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인스타그램 판매를 시작한 지 1년 미만인 사실을 고려하면 매우 큰 비율이다.

여름 씨는 "나는 다른 가게보다 늦게 시작한 편"이라며 "손님들이 인스타그램 계정을 문의하기도 했고, 좋은 상품을 고객들에게 일찍 보여주고 싶어서 시작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여름 씨는 인스타그램 판매를 시작한 후 전국 각지에 더 많은 단골 손님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지방에 살거나 해외 거주 중인 고객들이 편리해 이용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지난 5월 광장시장에 빈티지 가게를 오픈한 박연이(24) 씨는 "요즘 대부분 가게는 다 인스타그램을 사용한다"라고 했다.

박연이 씨에 따르면 인스타그램 계정은 '판매' 자체에만 목적을 두고 있지 않다. 그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가게 홍보로도 유용하다고 했다. 박 씨는 "인스타그램으로 매장이나 옷 사진을 보고, 직접 방문해 구입하는 고객이 많다"라며 "일단 상품을 눈여겨 보고 매장을 와서 입어보고 직접 확인한다"라고 덧붙였다.

◈ "일찍 문 닫는 빈티지 매장...주말에 시간 낼 필요 없어"

박연이 씨 매장 인스타그램(좌), 페이스북(우) 비교
박연이 씨 매장 인스타그램(좌), 페이스북(우) 비교

인스타그램 쇼핑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다른 소셜미디어(SNS)와의 차별점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에는 타 SNS에 비해 사진이 먼저, 더 크고 강렬하게 노출된다. 이런 특성은 시각 효과가 중요한 의류 판매에 도움을 준다.

오프라인 매장에 직접 가기 힘든 바쁜 직장인들한테도 매력적이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 위치한 수입 구제 상가 경우, 오후 7시에 일괄적으로 문을 닫는다. 오후 6~8시에 퇴근하는 직장인이 평일에 빈티지 매장에 방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서울에 사는 김민경 씨는 "취업 후 직접 매장을 가기 어려워져서 인스타그램 쇼핑을 좋아하게 됐다"라고 했다. 김 씨는 인스타그램 쇼핑을 시작한 후, 원하는 옷을 집에서 편하게 주문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이하 위키트리
이하 위키트리

◈ "가격 흥정이 어려운 나...인스타그램 쇼핑이 딱이야"

배미림(26) 씨는 "빈티지 쇼핑이 육체적으로도 심적으로도 너무 편해졌다"라고 했다. 배 씨는 "집에서 약 1시간 걸리는 광장시장을 덥거나 추운 날 다녀가지 않아서 좋다"라고 했다.

배 씨가 인스타그램 쇼핑을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광장시장 구제 상가를 비롯한 여러 구제 매장은 정찰제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 대량 생산된 일반 옷이 아니기 때문에 책정된 가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스타그램 판매 경우 상대적으로 더 많은 매장이 정찰제를 실시하고 있다. 상인들이 쏟아지는 가격 문의 DM에 일일히 답을 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 고객은 "매장에서 상인들에게 직접 가격을 물어보는 것보다 인스타그램 가격을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게 더 편하다"라고 했다.

내성적인 성격의 배 씨도 "구제 매장에서 상인과 가격을 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불편했다"라고 전했다. 배 씨는 판매자 사이에 '인스타그램'이라는 벽이 생긴 후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고 했다. 그는 "얼굴을 맞대지 않은 채 DM으로 가격을 묻고, 원하지 않을 경우 구매 거절도 덜 부담스럽게 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 "필요한 옷, 없었던 디자인...좀 더 편하게 찾을 수 있어"

직장인 이수정(25) 씨는 거의 모든 옷을 구제 매장에서 구입한 '빈티지 광'이다. 한 달에 평균적으로 6~7개를 구매한다. 이 씨에게 인스타그램 쇼핑은 단순히 편리함만 위한 도구가 아니다. 이수정 씨 목표는 '남들보다 빠르게' 예쁘고 희소가치 있는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실제로 광장시장 2층 수입 구제 상가만 해도 매장 수십 개가 자리 잡고 있다. 한 매장에서 코트, 재킷, 블라우스, 청바지, 원피스 등 다양한 빈티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매장마다 스타일이 천차만별이다. 모든 매장을 다 돌며 원하는 상품을 찾기에는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 씨는 평소 자주 들르는 구제 매장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있다. 그는 "매일 구제 매장에는 갈 수 없으니 인스타그램을 틈틈히 확인한다. 새로운 디자인이나 필요한 옷을 재빨리 확인하고 구입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 쇼핑에도 한계점이 있다. 배미림 씨는 "몇몇 상품은 내가 상상했던 소재나 색상과 달라 구매를 후회한 적도 있었다"라고 했다. 배 씨는 "더 많은 매장이 질감, 소재, 색상에 대한 설명과 사진을 공개하면 좋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판매자 입장에서도 고충이 있다. 여름 씨는 "새로운 상품을 업뎃하고 나면 문의가 쏟아지듯 들어오곤 한다"라며 "손님이 디테일 사진, 가격 등을 꼼꼼하게 물어보면, 최대한 자세하게 답변을 드리고 있다. 하지만 이를 보고 답장을 주지 않는 손님이 있다. 물론 구매를 원치 않을 수 있지만, 상품 약 100개 정도에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일부 손님 때문에 힘들 때가 있다"라고 했다.

여름 씨는 "매장 상품에 대한 관심과 문의는 모두 감사히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상품 구입을 하지 않을 경우 의사를 전달해주거나 신중한 문의를 주면 더 감사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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